'송환'을 봤다.
안동의 지역 사정상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고, 지역 시민단체들의 힘으로 상지카톨릭대학에서 상영되었다.
'상계동 올림픽'이라는 영화를 대학 다닐 때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그 작품이 김동원감독의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88올림픽 이면에 그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영화라는 것은 사랑이야기만 있는 줄 안 대학 1년인 나에게 그 작품을 영화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서 대학 1년 때의 감동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송환'은 나에게 그 감동을 되살려 주었다.
그리고 '송환'은 나에게 인간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게 해 주었다. 신념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확인하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국어선생님이 빨리 될 수 있을거야. 아무래도 북한에 가서 남한 말을 가르쳐야 될거야"하는 나에게 주위 사람들은 "너처럼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야"라고 했다. 그렇다 통일은 나에게 민족의 발전을 위한 것도, 국방비의 감축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의 꿈인 국어 선생님을 빨리 만들어 줄 방편인 것이었다. 그런데 난 이 생각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송환'에서는 통일을 거창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와 비슷한 장기수 선생님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이 통일이라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기수 선생님들에게서 70살 청년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젊은날에 가졌던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모습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민족과 사회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청년의 모습이었다. 토익과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대학생들도 더 젊은 모습으로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뱀발: 영화에 박찬숙씨가 등장했다.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과 관련한 시사 프로그램의 사회자였을 때의 모습이었다. 그 당시도 그녀는 이미 수구 보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영화에 등장했을 때 객석에서 누군가 "c8년"이라고 했다. 모든 관객이 웃었지만 그 사람과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