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손명주 지음 / 큰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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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주도 하면, 젊은 이들이 가서 카페나 게스트 하우스를 하면 어떨까? 막연하게 생각하게 하는 친근한 섬이 되버렸다.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뭔가 자기만의 감성으로 만들어놓고 꾸며서 운영 중인 그들의 삶이 너무 부럽고 멋져 보여서, 호기심에 방문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공급과 수요의 비율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주가 되버렸다.


10년 동안 회사 생활에 치이고 살던, 그는 아내를 오랜 시간 설득해서 2년 동안만 제주에서 살자고 제안한다.

막연하게 게스트 하우스 생각하면, 유유 자적하게 볕드는 마당에서 커피 마시며 책 읽고, 손님들을 받으면서 소소하게 돈 걱정, 스트레스 걱정 없이 사는 그런 삶을 원한다.

나 역시 그런 삶을 동경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맑디 맑은 푸르른 바다와 눈에 넣기에도 아까운 절경들을 항상 볼 수 있고, 관광객들은 더 늘어나고 있으니 큰 돈은 아니더라고 적당히 돈 걱정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에서는, 그런 막연하고 꿈꾸기만한 게스트 하우스에 대한 꿈을 와장창 깨게 해주는 현실적인 조언과 경험 얘기을 많이 해준다.


제주가 순진 무구한 섬 사람들만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무섭고 오히려 순진 무구한 젊은 육지 사람들 등쳐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역시 사람은 어떤 것이든 경험 하지 않고 좋은 것만 보면 그 이상을 다 충족 시켜 줄수는 없나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게스트 하우스를 장만하고, 힘들게 꾸미고 손님들을 받기 시작했다.

항상 똑같이 새벽에 일어나고 밤늦게 잠드는 그런 생활을 쉬지 않고 하던 그들은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시의 것을 그리워하고, 조금만 걸어가면 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들, 문화 생활들 이런 것들을 다 포기하고 빵을 하나 사러 가더라도 10분 이상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제주의 삶을 만족 하기에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부인 워니는 도시에 올라가서 충족시키고 오는 시간이 많아 졌고 남편은 묵묵하게 제주를 지키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


그가 얘기 해주는, 직장 생활에서 느꼈던 하기 싫은 아부, 막내로서 해야 했던 일들을 이제 안해도 된다는 통쾌함과 동시에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힘든 이야기도 함께 해준다. 사람은 양면성을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가지에 완벽하게 만족하면서 살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생활에 완벽하게 만족 하는 사람은 몇 없을 뿐 더러 심지어 가식적인 모습도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도시에 잠깐 갔다온 워니가 말해주는, 저렇게 지하철에 출퇴근 하면서 아무 표정도 없었는지 , 혼자서만 하늘을 보고 풍경을 보는 모습을 보며 어색해 했다는 그녀의 이야기 처럼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갖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환상만 너무 크게 생각하고 현실에 만족 못하는 경향이 다들 있는 거 같다.


이 책에서 말해주는 그들의 이야기도 양면성이 존재했다.

지금도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열심히 운영중이었지만, 힘들고 고난 스러운 일들 속에서 도시 생활을 동경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들은 한달 동안 게스트하우스를 잠시 문을 닫고 휴식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통장 잔고가 점점 바닥이 났지만 늘어지게 잠도 자고 일상 생활에서 못해본것들을 소소하게 해보면서 그렇게 스트레스도 풀고 자신들만의 현실세계의 페이스를 조절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구에게나 부러운 순간 일 것이다. 다들 생계를 위해 팍팍한 삶도 참고 이를 악물고 버텨 오지만, 그 삶을 잠시 내려 놓을 수 있는 칼자루를 가진 자영업들에게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항상 부러웠다.


점점 젊은 층들의 퇴사 기간이 짧아지고, 자영업을 무턱대고 꿈꾸는게 아니라 똑 소리나게 똑똑하게 운영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젊은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평균 근무 시간에 비해 노동의 대가는 너무 턱없이 작아지고, 월급 뺴고 물가와 모든 금액, 심지어 교통비도 다 오르고 있다.


이런 현실에, 누구나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 한번 해볼까? 하는 젊은이들은 지금도 우후죽순 많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자기가 가진 생각이 환상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었는지, 제주에서 포기 해야 할 것들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고 한번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었던 거 같다.



이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나 또한 제주 앓이가 시작 되었고, 나에게도 항상 일상에 찌들고 피폐해질때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친근하고 힐링의 섬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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