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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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덕후가 알려주는 여행이라, 어떤 책 일지 궁금했다.

더군다나 지리적인 거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나에게는, 어떤 지리적인 요소로 여행을 알려줄지 더 기대가 되었다.






작가 서지선님은 24개국 100여 개가 훌쩍 넘는 도시를 여행 하셨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패키지 여행도 정말 많이 다녔다고 한다. 여행은 꼭 자유여행을 해야 진정한 여행이라고 고정 관념이 박히게 이야기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분 같았다.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걸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욕망을 실현하기엔 패키지 여행만한게 없다고 하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려고 계획표며 지출 계획도 잡아보지만 이동 수단과 시간 제약에서 자유 여행에는 늘 한계가 있다.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패키지 여행에 대한 편견이 조금 깨진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이야기 하는 아프리카라고 생각하면 일년 내내 덥다, 아프리카에 초원과 사막 뿐, 대도시가 없다, 아프리카 사람은 당연히 흑인이다는 편이다

 

나도 똑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사하라 사막하면 넓게 펼쳐진 모래 사막을 떠오른다. 하지만 단 20%만이 모래 사막이라고 한다. 나머지 대다수는 모래가 아닌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처음 안 사실들이 많았다.

 

 

73P. 모래로 뒤덮인 능선이 고고히 자리해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 속에서 내가 지구를 탐험하는 여행자라는 감각이 뼛속 깊이 새겨졌다.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나는 보잘것 없는 하나의 인간이었고, 붉은 태양과 고운 모래 사이로 겸허히 들어섰다.

 

사막에 가게 된다면 광활하게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을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눈에 가득 담아보고 싶었고, 쏟아지는 사하라의 별들도 꼭 보고 싶었다.

 

영상이나 그럴듯한 여행 사진들을 보면 멋진 모습들만 가득했지만, 이 책에는 어김없이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있어서 좋았다.

 

차가운 물로 샤워하고 옷을 벗는 것 조차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난방이 되지 않는 숙소에서 여행 하는게 켤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혼자 여행 하거나 생활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더 힘들 수도 있다. 장점도 많지만 어느 순간, 상대방에게 맞추다 보면 문제는 늘 터지기 마련이다.

 

친구와 사소한 일로 싸우고, 작가는 찝찝하지만 자유를 느끼며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 숙소에 있던 친구의 사과로 풀어져서 다행이었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서로 예민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의 대학생 시절 해외 여행이 생각이 나서 공감이 많이 갔다.

그때 처음으로 장기로 해외 자유여행을 떠났는데, 그때는 무슨 베짱이었는지 정말 겁 없이 잘도 다녔다. 아무것도 모르면 오히려 단순하게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때 였던 것 같다. 친구의 정보력으로 잘 다녔지만, 여행 중에 결국 여러 사건들과 예민함 때문에 터지고 말았고 여행 내내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았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며칠 동안 같이 생활하고 지내고, 서로의 입맛과 생활 습관들까지 맞추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대가족을 이끌고 치앙마이로 떠난 작가의 여행담이 정말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조카와 이모와 단촐하게 시작했다가, 결국 대가족 여행이 되어버렸고 작가는 모든 여행의 처음 부터 끝까지 다 계획하고 조정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생각만 해도 너무 머리 아프고 힘들 것 같았다.

 

8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패키지 여행을 맞춤으로 예약해야 했고, 비행기부터 숙소 일정들을 전부 다 정해야 했기에 가족들의 단톡방은 불이 났다고 한다. 이렇게 총대 메고 행동하는 사람이 나중에 분명히 욕을 먹을 때도 있을 건데, 이런 시선으로 읽었는데 다행히 그런 불화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이 여행 부분을 보니 또 가족과 함께 패키지로 떠난 일본 여행이 떠올랐다.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고 일본에 다녀온 경험 때문에 모든 걸 내가 계획하고 정했던 기억이 났다. 엄마와 언니 나 이렇게 셋이서만 가는 데도 맞출게 너무 많았는데, 8명의 생각들을 다 맞추다니 거기다 연령도 다 다양하기에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 패키지 여행으로 가서 마지막에 어떤 상점을 찾아가느라 밤새 길을 잃었던 기억이 났다. 안 되는 일본어와 영어 바디 랭귀지를 써가며 겨우 숙소를 찾아 갔고, 그렇게 일본이 빨리 문을 닫는지 처음 알 정도로 정보가 부족했고 용기만 가득했다.

 

아직도 그때 길을 잃고 다시 찾아올 때의 경험담을 엄마는 다행이라고 지금까지 이야기 할 정도로 추억이 된 경험이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때는 혹시나 숙소에 못 돌아갈까봐 앞이 캄캄했고, 낯선 땅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아 입이 바짝 바짝 말랐지만, 책임지고 길을 찾았던 기억이 났다.

 


누구나 다 아는 여행 패키지 회사에서 저런 말도 안되는 성희롱을 일삼는 사람이 가이드였다니 읽는 내내 화가 났다. 돌아오고 나서 작가는 여행사에 장문으로 항의를 하기는 했지만, 여행 하면서 왜 작가는 한번도 화를 내지 않았는지 안타깝기도 했다. 여자를 상품 취급하거나 외모로 성희롱했고, 가족들이 다 있는데도 작가와 10대 동생을 보며 능글맞게 온갖 말을 다 했다고 하니 대단했다. 돌고래 쇼에 돌고래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자, 가이드는 장난식으로 용왕님께 제물을 바쳐야 하는데 젊은 여자를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듣고 있던 중년 여자들은 늙은 여자는 줘도 안먹는다고 하하호호 웃으며 저급한 대화가 오가는 상황.... 옆에 부모님도 있는데 저런 상스러운 대화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니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아직까지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해 뭐가 뭔지도 모르고 , 아니 알면서도 무식하게 내뱉는 사람이 있다니 아직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82P. 한국인들은 국가에 수치스러운 내용이 있더라도,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외신을 통해 알리려고 노력한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겠다면, 외신의 압박이라도 통해 부끄러운 줄 알고 문제를 해결해보라는 의미다.

반면 일본은 국가의 수치스러운 면모를 최대한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일본' 이라는 명제에 알다가도 모를 집착이 있어

일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아 한다.

 

일본이 항상 뭔가 숨기고, 자신의 나라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문장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 여행을 생각하면 잘 갖춰진 형식과 부담스러울 정도로 예의바른 태도, 깨끗했던 도시가 떠올랐는데 현지인으로 살아보면 한국과 다른 문화가 많이 느껴진다고 한다.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는 건 물론이고, 융통성 없고 디지털 시대에 아직 아날로그 적인 것도 놀라웠다.

도시락 싸갔는데 여자력 (여성스럽다는 말을 비꼬아서 말하는 신조어) 이 높아서 시집 가도 되겠다고 말하는 건 우리나라와 조금은 닮았지만.


182P.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은 구시대적인 것들을 붙잡고 발전하지 못하는 것을 보이지만,

동시에 옛것을 소중히 하는 일본의 모습을 동경하기도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일본의 옛것을 소중히 하면서 몇십년 몇백년의 가업을 이어받은 몇대의 우동집, 식당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소재의 영화도 많이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적이고 느리고 감성적인 것을 추구하고 그런 감성을 좋아서 찾아보는 한국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버리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하는 고집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뭐가 맞고 다른 건지는 선택에 따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수용할 줄 알고 변화가 필요할 때는 도전해보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달라지는 것 같다.

혼자 하면 혼자 하는대로 여러 선택지와 자유로운 여행을 하며 새로운 친구들도 사귈 수 있는 여행이 된다.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숙소, 음식, 일정이 많이 달라지고 여행의 목적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다녀도 여행을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많이 다니다 보면 분명히 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어디든 떠나고 싶은데 지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조금 답답해졌는데, 여러 나라를 다녀본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대리만족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여행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힘들기도 했던 삽질 에피소드를 통해 ,

평소에 가지고 있던 나의 편견들과 환상들도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여행은 언제나 삽질의 연속이고 부딪치며 얻는 경험들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성장할 수 있는 여행을 많이 해보고 싶다.

 

작가를 한번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에피소드가 가득한 세계 여행의 깊은 경험담을 알 수 있는 이 여행 에세이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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