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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평점 :
단편 영화, 웹 드라마, 작가, 뮤지션 이렇게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서 책을 보게 되었다.
여러 직업을 가진 프리랜서라고 상상해보면, 직장인들고 다르게 여유롭게 일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몇 시간만 일을 하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런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정말 그야말로 날 것이었다.
자신의 일을 해서 얼마를 벌고, 그걸 위해서 노력한 현장들, 수고로움들, 스텝들의 경비, 숙소경비, 매달 월세까지 정말 모든 걸 다 드러내서 적어놓았다.
이렇게 프리랜서들이 힘든지 몰랐고, 그 몇십만원을 벌기 위해서 쉴새 없이 노력해야 했고, 한달에 1,2일을 겨우 쉬는 걸 보면서 정말 돈 벌기가 힘들구나 생각이 들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업무 시간에 맞춰서 일을 해 내는게 정말 지루하고, 힘들다고 불평만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내가 생각했던 프리랜서는 정말 극소수의 저명한 스타이거나, 자신의 이름을 크게 알려서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을 받을 수 있는 고급 프리랜서 사람들이었다.
프리랜서는 보기 좋은 직업 카테고리의 이름일뿐, 생계형 프리랜서는 자신의 재능과 자신을 재료로 삼아 글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하다는 말이 딱 맞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돈 되는 일 보다 좋아서 하는 일을 하는 길이 누구보다 험난해보였지만 그런 점도 날것으로 보여주고 표현하는 예술 행위로 보였다.
글 중에 매력시장의 글이 가장 와닿았다.
자신의 매력으로 잡지 화보도 몇번 찍게 되었고, 화장품 광고 제의도 받았다.
화보를 찍으면서도 내가 과연 비만이었다면?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이십대가 아니었다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화장품 광고의 사전 인터뷰에서도 피부와 크레이티비티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대답은 관계 없다였고, 피부가 못나도 누구나 기능적으로 화장품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답을 했다.
정말 제대로 된 대답을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결과는 광고 제안이 거절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유럽 공연을 오면 어떻냐는 질문에 정말 새로운 곳이라서 신나요 좋아요! 라는 첫 대답과
유럽공연의 이동이 힘들고, 관객들만 다르다는 대답은 다 편집되었다고 한다. 정말 그야말로 코미디 같고, 작가의 말처럼 세상 사람들은 듣고 싶어하는 대답만 듣기를 원하고,
또 솔직한 대답에는 회피하는 성향을 가진 것 같다.
후자에 나도 포함 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보여지는 것에 집착을 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것만 좋아하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에 대한 생각과, 날것의 나를 마주하고 있는 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님이 진정으로 하시는 일을 멈추지 말고 계속 하셨으면 좋겠고, 언젠가 정말 이름을 날리는 예술인이 되어서 이 책이 그 힘든 과정을 옮겨놓은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세상 예술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읽고 나면 잠재된 열정이 생겨나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