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 낯선 세계에서의 익숙한 조우
채주석 지음 / 푸른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대학교 점수는 학사경고를 알리고 있었지만 열정과 도전 정신은 누구보다 높았던 작가의 여행하고자 패기와 젊음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무언가를 하고 싶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공감 되서 처음부터 와닿았다.

여행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알바를 했지만, 워홀을 간 친구의 닭공장에서의 일주일 수입이 자신의 6개월 수입과 맞먹는 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떠나게 된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던 의지가 강력하게 느껴졌다.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는 무작정 가게에 들어가서 일을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말도 안 통하고 무일푼으로 돌려보내는 식당들의 벽에 부딪치고 만다.

수많은 외국인들과 쉐어를 하면서 주차장에서 개와 함께 생활을 해가며 바퀴벌레도 견뎠던 일상들... 당장이라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돈 벌고 오겠다는 자신감으로 떠났던 워홀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렵게 닭 공장에 들어갔지만, 레드존과 화이트존으로 부터 서열을 나누는 시스템이 있었다.

닭 공장에 들어가는 면접도 힘들었는데, 또 서열을 나누는 부류가 있다는 거에 허탈한 마음이 가득 느껴졌다.

화이트 존은 사람들이 모두 웃으며 일하는, 피를 튀길 일이 없는 그야말로 꿀 보직이었다.

반면 레드존은 닭 해체 작업 부터 닭장의 더러운 것을 다 치우는, 오물이 튀어도 티가 나지 않는 옷을 입고 일하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레드존도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제일 어려운 행잉 부서까지 가게 되었다.

그 부서는 닭을 매달아서 놓아야 하고 닭장 청소부터 벌레와 진드기에서 싸움을 벌여야 하는 그야말로 제일 더럽고 위험한 곳이었다.

몇번이나 도망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버티며 살다보니 어느새 근무 외 수당을 더 벌어서 돈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두둑히 번 돈으로 여러 나라를 떠나게 된 순간, 얼마나 뿌듯하고 설레였을까?

어딜 가도 외국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배를 곪더라도 함께 있음으로서 작가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처음에는 바디랭귀지도 잘 못하던 그가, 여행 막바지에는 썸타는 마리나 친구도 생기고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새계여행을 더 풍족하게 할 수 있었다.

 

항상 사람들이 루틴대로 , 랜드마크를 찍고 넉넉하게 돈을 쓰면서 하는 여행을 하는 보편적인 이야기 속에 감성이나 낭만적인 이야기를 보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무전여행의 끝을 보게 되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 몇시간 히치하이킹 시도를 하는 건 기본이고, 숙박을 해결 하기 위해서 텐트를 짊어지고 가다가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제일 저렴한 빵과 치즈류들을 사서 며칠에 걸쳐서 아껴먹기도 했다.

꼭 돈을 아껴서 좋았던 점만 있었던 게 아닌 놓쳤던 점을 이야기 하는 부분도 공감이 갔다.

유명한 파리에 가서 파리의 랜드만크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무거웠던 짐 때문에 많이 놓치기도 했고 유명한 마카롱 하나도 돈 아까워서 사먹지 못했다고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포기 할 수 밖에 없는 여행자의 마음이 격하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선뜻 내준 친구들 중에서, 집 천장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자신들의 생활도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먹을 거리와 여행지를 안내해준 콜롬비아 친구도 정말 기억에 남았다.

자신이 풍족하고 여유가 있어서 캐나다의 윌리 같은 분도 있었지만, 자신의 모든 걸 공유하면서 도와주고 싶어하는 친구의 마음이 느껴져서 좋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윌리와 그의 부인은 자신의 아들 친구라는 이유로 몇개월 동안 작가르르 머무르게 한다. 심지어 수영도 가르쳐주고 같이 생존 캠핑도 가고 나이는 많았지만, 그들의 열정과 배려심이 너무 좋았다. 과연 나도 저렇게 베풀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에서 나도 저렇게 베풀면서 여행자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또 절체 절명의 위기의 상황들도 재밌었다. 돈을 잃어 버려서 밀림에 들어가서 못 나올 뻔한 사연도, 동성애자가 나체족이라서 곤란을 겪었던 순간들, 고산병 떄문에 거의 죽다가 살아난 이화, 또 인도에 가서 겪은 사기꾼 이야기들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안타깝기도 했다.

나도 베트남에 가서 짧은 시간에 많은 사기를 겪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베트남에 대한 기억이 별로 좋지가 않다.

작가도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3번이나 사기를 당해서, 그는 인도에 대한 기억이 처음에는 안 좋았다고 한다. 그 특유의 얼렁뚱땅 넘어가는 사기꾼들의 언변이 너무 공감이 갔다.

 

영어를 아예 못하던 작가는, 지금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수준까지 되었다고 한다. 그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값진 경험들을 얻었기에 비싼 돈주고 영어를 배우는 학원보다 훨씬 얻은 게 많았던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작가가 남자라서, 여러 상황들에 대처 능력이 빠르고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버텼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럽기도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도 맞지만, 아예 몰랐을 때 흡수되는 능력치가 작가는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아예 지식이 없었던 순간에도 주변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또 빠른 적응력으로 이겨 나가는 모습이 참 흥미진진 했다.

나이 값을 하지 말고 살자라는 부분도 많이 공감이 되었다. 한국은 장유유서의 사회가 기본이 되어서 , 특히 사회에서는 더 한살 이라도 많으면 깍듯하게 대해야 한다.

밥블레스유에서 이영자가 한 말 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먹는게 나이라고 말했다. 나이 한 살 더 먹은게 대수라고 너무 꼰대처럼 굴고 대접받으려 한 마음이 좀 없어지고

나이가 적건 많건 배울 게 있으면 배우고 가르쳐 주는 그런 상호 작용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여행책을 읽으면서 , 숨어 있던 여행 하고자 하는 열정이 꿈틀꿈틀 되살아나서 좋았고 작가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나이에는 이걸 해야 하고 , 이런 마음을 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고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으면 뭐든지 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는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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