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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났어요 - 틱낫한 스님이 추천한 어린이 '화' ㅣ 우리 아이 인성교육 1
게일 실버 지음, 문태준 옮김, 크리스틴 크뢰머 그림 / 불광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20260530 게일 실버 글, 크리스틴 크뢰머 그림
작은 어린이가 학교에서 독후감 써 오라고 대출해 준 책이었다. 숙제하게 이걸 읽으라고 했더니 책속 얀처럼 블록 쌓기 놀이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모드가 되었다. 거실에서 신나게 주절거리며 혼자 놀고 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읽기로 했다. 문태준 시인이 번역했다고 하니까 더 궁금했다.
요즘 마리오 게임을 하는 작은 어린이는 보스전을 하는데 약속한 시간이 지나서 끄라고 하면 아직 저장을 못했어요! 하고 소리를 지르며 운다. 악당을 물리치려다 잘 안 되어도 운다. 그러다가 또 익숙해지니 감정 기복이 좀 줄었다.
작은어린이는 얀처럼 밥을 먹으라고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이것만 하고요, 지금 보고 있는 이 영상만 보고요, 한다.어른들은 어른들 기준으로 밥이 식는다, 어서 앉아서 먹어라 이러고 다그친다.
따지고 보면 나도 내 할일 하다가 밥먹어라 해도 꾸무적거리긴 한다. 내가 먹고 싶을 때 내가 먹고 싶은 걸 적당히 먹는다. 스스로 차려먹을 나이가 되면 알아서 먹어라 해야지만, 지금은 남이 차려주는 밥을 먹는 나이이니 먹으랄 때 먹고 치우는 게 맞긴 하다.
화가 옆에 있다 생각하고 심호흡을 하라는 건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 불안 상태에서는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붙들 생각을 해서 벗어날 텐데, 화가 나면 그렇게 차분해지기 위한 노력을 순간 붙잡을 여유가 있긴 할까, 일단 멈춤이 제일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현대 의학 덕분인지 별탈 없는 인생인지 요즘은 화를 내거나 불안한 느낌을 거의 받지 않았다. 슬프고 빡치고 속상한 일이 있기도 했는데, 여전히 내가 일하는 공간이 불편한데, 그래도 시간아 가라, 하면 그 순간들도 지나간다.
슬픔도 기쁨도 화도 지나치지 말라고 가르치는 책인데, 또 생각해 보면 왜 지나치면 안 돼? 싶기도 하다. 왜 고통스러우면 안 돼? 왜 불행하면 안 돼? 마음의 평안과 행복에 가까운 상태를 위해 잔잔해지라고 하는 거겠지만 잔파도 말고도 큰 해일이 자주 뒤흔드는 삶도 있단 말이다. 화를 다스리라는 말을 보니 왠지 더 화가 날 것 같은, 굳이 일부러 평온을 깨는 심보이다.
어쨌거나 작은 어린이를 자리에 앉히고 이 책을 읽게 해야 하는데, 어린이는 자신이 심은 해바라기와 방울토마토가 우와 진짜 많이 자랐다 하고 베란다에서 신나하고 있다. 어린이의 숙제는 늘 어미아비의 숙제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밑줄 긋기
-나는 낯선 사람이 아니야. 어떤 일이 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너에게서 뛰쳐나오는 너의 한 부분이야. 네가 화를 낼 때마다 나는 바로 이렇게 네 곁에 있어. 내가 가까이 있으면 네가 무서워한다는 것도 잘 알아. 나는 널 울게 할 수도 있고, 네가 물건을 부수게 만들 수도 있어. 게다가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말을 하게 만들 수도 있어.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