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9 읽기 중단. 닉 레인.
부록과 참고 문헌 소개 등을 제하고 나면 이 책은 320쪽 남짓이다. 162쪽까지, 절반쯤 읽었을 때, 남은 뒷부분을 챠르르 넘겨 보았다. 여전히 분자에서 전자가 왔다갔다 양전하를 띠다가, 음전하를 띠다가, 자기들만 떨어져 나갔다가, 난리가 난다. 일반적인 화학 구조식 아니고, 닉 레인 선생님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생화학 반응에 대해 말로 얘가 저기 갔다, 여기 갔다, 하는 걸 쉽게 설명해주려고 애쓰셨다. 그렇지만 내 눈은 그저 글자를 좇을 뿐, 내 뇌는 글자와 그림, 그림 속의 화살표를 연결할 수 없었고, 그 조그만 것들의 끝없는 변화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은 놓아주기로 했다.
고1 과학의 공유 결합, 이온 결합 나오는 부분까지 ebs강좌를 듣다가 그만두었다. 기본만이라도 갖추고 싶었는데. 휴가 때니까 여흥으로 그런 공부라도 할 생각을 한 거지, 퇴근하고나서 수학 문제나 과학 문제를 풀 기력도 여유도 이젠 없다. 결정적으로 이해력이 딸렸다. 정말 그랬다… 또르르...
고등학교 화학 과목까지 제대로 공부하고 나서 이 책을 읽으면 따라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닉 레인 선생님은 더 읽을거리를 소개하면서 ‘이 책은 교재나 연구 논문이 아니’라고 (340) 하시지만, 그렇다면 이 책의 정체성은 뭘까요… 적어도 과학에 큰 흥미를 느끼지만 더하기 빼기에서 혼선을 겪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즐길 거리로 읽기에는 너무도 힘들었다.
선생님이 책 후반에 제시한 읽을 거리 목록은 국내서 번역이 되어 있는 것 위주로 미리 훑어 보았다. 본인이 지은 ‘생명의 도약’, ‘미토콘드리아’, ‘산소’ 같은 걸 이 책을 쓸 때 참고한 책으로 넣어 뒀다. 산소 빼고 제일 유명한 책들은 두 권 봤으니 됐잖아… 그때도 너무 어렵다 싶긴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지금처럼 이온이나 분자의 형성, 변화 과정을 계속 따라가기란 어려운 것을 넘어 나는 안 되는 것으로...개미에게 드레스를 입히긴 좀 그렇다. 그나마 내가 가진 책 중에 ‘태양을 먹다’를 참고했다고, 광합성의 역사를 흥미롭게 다룬 책이라고 하니 그걸 나중에 천천히 봐야겠다.
책을 읽는 동안 뭘 건진 게 있나 돌아보려 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일단 이 책에서 크레브스 회로, 역 크레브스 회로 이런 말을 처음 들어봤다. 아직도 그게 어떻게 작동되는지 원리를 어렴풋이도 이해 못하겠다. 뭐에 쓰는 건지도 잊었다. 캘빈-벤슨 회로에서 캘빈이 벤슨한테 무슨 이유인지 빈정 상해서 해고해 버리고 자기 혼자 노벨상 탄 건 기억난다. 과학자가 등장인물인 대하 드라마 같은 게 펼쳐질 땐 조금 재미있었다. 똑똑한 선생님들조차 물질 대사의 중간 과정이 이 회로냐, 저 회로냐, 이게 맞냐, 아닌 거 같은데, 하는 걸 보고서 그나마 깨달은 건, 과학은 완벽하고 완성된 무언가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끝없이 틀리는 걸 반복하고 참아가며 실낱 같은 뭐라도 건지면 다행인 작업이었다. 어차피 답이 없어서 사람이 선택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일들이 있지만, 과학은 그런 일은 아니었다. 에휴.
닉 레인 선생 책은 이거랑 전에 읽은 두 권 말고도 ‘바이털 퀘스천’이랑 ‘산소’도 사 놨다. 그것들은 이 책보다는 덜 어려울까… 일단 좀 더 묵혀뒀다 만나는 게 좋겠는데 점점 더 바보가 될 텐데 걱정이다. 읽고 싶어도 읽지를 못하는 이 느낌 정말 안타깝다. 내 탓하지 말고 내 눈높이 못 맞춘 과학자 선생님 탓을 해야지...논문이나 교재 아니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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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죄르지는 그(비타민C)구조를 결정하기 위해서 씨름했다. 개구쟁이 같은 유머 감각을 지닌 그는 처음에는 이 물질에 “모른당ignos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nose˝는 당의 성질을 나타내고, “ig˝는 자신의 무지ignorance를 나타낸다). 이 이름이 거부되자, 그는 ”신만안당Godnose˝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결국 이 물질은 항괴혈병적anti-scorbutic(비타민C결핍증인 괴혈병을 예방하는) 특성이 있다는 의미로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이라는 화학명을 얻게 되었다. (57, 비타민C를 처음 분리해낸 센트죄르지의 작명도 재미있고, 이걸 소개하는 닉레인도 유쾌하고, 모른당, 신만안당으로 번역한 번역가의 센스도 마음에 들었다.)
-산소는 광합성의 폐기물이다.(133, 우리는 폐기물 재활용사!)
-생명은 심해의 열수 분출구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수소에서 시작되었을까? 아니면 밀러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생물적 화학의 유서 깊은 전통적 주장처럼, 지표수에서 시안화물 같은 기체가 자외선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서 시작되었을까?
이 생각들은 사실상 모든 측면에서 상반된다. 심해 대 따뜻한 연못, 빛에너지 대 화학적 불균형, 물질대사 우선 대 유전자 우선, 독립영양 대 종속영양, 빠른 화학 대 느린 축적, 국지적 규모 대 행성적 규모, 생물학 대 화학, 이 중 생명의 기원으로 이끈 궁극적 길잡이는 어느 쪽이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135, 과학자님들도 아직 답을 내지 못하고 서로 대립하고 있는 근원에 대한 주제가 많다. 그러니 내가 뭘 잘 못 알아들어도 너무 스스로 뭐라고 하지 말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