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누의 자리 트리플 18
이주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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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이주혜.


제목 붙인 이 문장은 내 것은 아니고, 오래 전 알던 어떤 아이의 미니홈피 이름이었던가 그 아이의 메신저 상태표시글이었던가 그랬다. 나는 이 문장으로 후렴 삼은 노래를 만들려다 실패하고, 이런 제목의 소설을 쓰다가도 중도에 그만 두었다. 그런데 이주혜 작가의 단편 소설을 읽다 보니 아주 비슷한, 거의 같은 문장을 읽었다. 늦은 사람이 땡. 늦게 태어나고 늦게 쓰는 것은 죄이다. 땡탈락. 그렇다고 삐져서 그런 건 아니고 ㅋㅋㅋ하여간에 이 소설집은 나랑 맞지 않았다. 악성독후감이 이어질 예정이니 멘탈을 지키실 관계자는 자리를 피해주세요...

오롯이 예닐곱 단편소설 모은 책이 아닌 건 왠지 최선 아닌 차선작들만 모을 것 같다. 트리플 시리즈 첫번째로 읽은 박서련 책이 아주 많이 별로였는데, 이 책도 그래서 걱정했는데, 차라리 그래서 그렇다고, 세 편만 모은 책이라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우연히도 트리플 읽은 두 작가를 처음 만난게 다 장편소설이었고, 모두 괜찮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단편은 다 나랑 안 맞네? 별로네? 장편보다 좀 못 썼네? 싶었다.

한 권으로 긴 이야기 묶고, 한 권 굵은 책 옮겨내고 그러던 작가들이라 스케일이 늘 큰 건지, 단편에 너무 많은 것들을 욱여 넣고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 따라가는 내내 좀 안 맞는 옷 입고 허부적대는 느낌이 들었다.

그놈의(아니 그년의) 너인칭이 너무 많이 나와 거슬렸다. 소설 세 편이 다 너, 너, 하는데 와, 나 너인칭 진짜 싫어하는 구나, 이번에 알았다.

여기 등장하는 사랑에 나는 외계인과 외계인의 사랑을 보듯 한순간도 공명하지 못했다. 영화 ‘캐롤’의 원작이 소설 ‘소금의 값’이라는데 나는 둘다 보지 않을 듯하다. 나는 왜 여자를 살면서 여자가 이렇게 낯설까. 나에게는 여자가 많이 어렵다. 사실 사람은 사랑은 원래 다 어렵지...


+밑줄 긋기
-아니, 누는 다시 태어나지 말자.

-톳, 도톳, 탓.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누의 자리’ 중)


-하이스미스가 소금 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를 떠올렸다면 그것은 소설 속 캐롤과 테레즈의 고통에 집중했기 때문이겠지요. 만약 「마태복음」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거라면 고통보다는 사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금은 짜야 한다. 그게 소금의 값이고 소금의 대가이다. 캐롤과 테레즈의 입을 빌리면 이런 말이 되겠지요. 이 사랑은 고통이다. 그게 이 사랑의 값이고 대가이다. 소금은 짜서 소금이고 이 사랑은 고통이지만 끝내 사랑이다.

-그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거야, 그렇지 않아?
(‘소금의 맛’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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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8-04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전 페이퍼 제 맘찍이 누의 자리였거든요. (니가 관계자니?) 악성 독후감이어도 좋아요. 고맙습니다. 이주혜 작가의 <그 고양이~> 어떠셨어요? 재밌게 봤거든요. (박서련 장편도 알려주시고요..) 왜케 다 주서먹으려고 하냐고 뭐라 하기 없기.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52   좋아요 3 | URL
아..저는 읽으면서 나는 안 맞아..했는데 유수님은 잘 읽으셨겠다 싶었어요. ㅋㅋㅋㅋㅋ 저는 ‘자두’만 봤구요 이주혜 작가님 당분간(혹은 영원히?) 쉴 것 같습니다. 이 기세면 저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도 못보는 거 아닌가 싶고... 박서련은 ‘채공녀 강주룡’ 봤는데 그게 데뷰작인가 그런데 재미있었거든요. 그런데 단편은 몇 개 보니 아...안 되겠다... 너는 마음에 구멍이 너무 많은데 그게 나닮아서 버겁구나 (그리고 기대만큼 못 쓰는 구나 미안 메롱) 나는 더 못 쓰면서 성에 안 차면 이렇게 악플이나 달고 나새끼도 나다... ㅋㅋㅋㅋ맘찍 막 까서 죄송합니다...그래도 유수님은 소중합니다...(소중한데 대접이 이따위야...나쁜 반새끼)

유수 2023-08-04 21:57   좋아요 2 | URL
아 저도 누의자리 아직 안 읽었는데 이전 페이퍼 뭐부터 볼까 하셔서 그거 궁금한 마음에 투표한 거 말씀이에요. 저는 자두 아직이에요. 사는 놓고. 제 맘찍은 그 고양이에 있는데 반님이랑 갈리려나. 죄송해 마세요~ 전혀전혀~ (말줄임표 언젠가부터 비꼼의 냄새를 줄줄 흘리는데 제 톤은 그렇지 않다는 거! 손사래톤😅😅)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59   좋아요 2 | URL
유수님 하여간에 (집에서는 모르겠고 알바 아니고) 나한테는 넘 착혀 ㅋㅋㅋ 자두는 좋았어요. 엄청 좋았어서 나한테 에이드리언 리치까지 팔았는데 단편은 제가 좀 원래 기준선을 너무 높게 잡고 이놈 이년 떼끼 더 잘 써라 막 그럽니다...(뭔데 니가 뭔데...ㅋㅋㅋ) 근데 진짜 유수님은 누의 자리 좋아할 거 같은데?? 끌리면 포기하지 마시고(얇아서 금세 봄) 꼭! 빌려보세요 희망도서 신청해서 보고 그때 사세요 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8-04 22:09   좋아요 3 | URL
제가 지금 보는 책에서 사드 나와서 멀고도 익숙한 기분으로 텍스트 따라가고 있음ㅋㅋ 딴길로 새는 거 무슨 일…
아무튼 저는 누의 자리 바로 못 읽을 거 같지만 왜 제가 좋아할 거 같다고 하시는지 매우 궁금함.. 이걸 잘 숙성시켜놓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2:30   좋아요 3 | URL
뭔가 사드 하면 내가 같이 연상될 걸 생각하니 이거 좋아해야 되나 으으으...사드는 진짜 갑툭튀 안 끼는데가 없어 생각보다 그래서 읽으니까 흠 난 봤지 끄덕끄덕 하는데 그게 좋은 일 같지가 않고...
이주혜 작가님이 엄청 감정선 타면서 적어둔 문장도 많고 불쑥불쑥 모성 억압 그러면서도 여성들끼리 위안 주고 받고 그런 거 안 빼먹고 다 넣으셨더라구요. 학원 강사도 나오고 학교 선생도 나오고 애 키우다 고생도 하고 뜨개질도 하고 리스도 만들고 뭐 그렇슴... 저는 그게 단편에는 너무 무리하게 많다 무겁다 그런 기분이긴 했는데 그런 거 소소하고 섬세하게 끼워주면 뭐 하나라도 걸려서 울림 얻는 독자들도 많겠다 싶었어요. 유수님은 나보다는 더 섬세하고 깊숙한 눈이니까 그런거 더 잘 볼 거 같음 ㅋㅋㅋㅋㅋ

유수 2023-08-04 22:37   좋아요 2 | URL
내 취향(의 테두리)을 무섭게 파악해 매달아두셨넼ㅋㅋ 두들겨 맞는 기분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픈데 나쁘진 않다.. 될대로 되라 싶….
사드랑 반님을 묶어서 연상하진 않아요. 절대 읽지마라고 훠이훠이하신 게 연상되면 몰라도 ㅋㅋ 가르치길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하셨지만 참 잘 가르치실 거 같다는 제 짐작은 더 확고해집니다 후후

자목련 2023-08-08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주혜의 책이라 반갑게 구매하고 읽었는데 리뷰는 아직 쓰지 못했어요. 어쩌면 쓰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요.
열반 님의 리뷰도 저와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 왠지 안도를 하는 ㅎㅎ
<자두>는 진짜 좋죠?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도 참 좋았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8-08 09:54   좋아요 0 | URL
저는 자두만 보고 이 책을 보고 이번에 다른 수상집에서 단편 한 편 더 보고서 아...단편은 뭔가 늘 아쉽구나 싶었어요. 자두는 참 좋았습니다 ㅎㅎㅎ리뷰 쓰시게 되면 저보다 더 세심하게 제가 못 본 것 담겨있을 것 같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