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루시의 발자국 -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유쾌하고 지적인 인간 진화 탐구 여행
후안 호세 미야스.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지음, 남진희 옮김, 김준홍 감수 / 틈새책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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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3 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걷는 일의 어려움을 생각해 본지 오래 되었다스물 두살 무렵 발과 다리에 아토피성 피부염이 아주 심했던 적은 있었다밤새 긁어 피가 나다 못해 진물이 흐르는 열린 상처가  달을 갔고 바지든 치마든 걷는 다리에 휘감겨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휴학을  상황이  되어서 고통을 참으며 기다시피 산꼭대기의 강의실에 오갔다동전 모양 습진이 잔뜩 박힌 다리 부위를 종아리 아래로  자르고 싶었다

그러면 고통이 없을  알지   몸이  나아진 학기에 약과 건강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유령통증환상통에 관해 배웠다분명 절단해서 사라진 부위인데도 없는 곳이 아프다고 했다으악나는 찢어진 피부가 아픈데다 너무 가려웠으니까 가려운데 긁을 부위마저 없다는  이거야말로  채로 지옥이겠다.

이런저런 병치레를 겪고 나서 알게   죽을 정도가 아닌 병들은 시간이 (아주 오래일수도 있지만 어쨌거나지나고 나면 나아진다는 사실이다완치가  되더라도 아프지만 불편하지만 그냥저냥 체념하다가 다행히도 대부분의 아픔은 가셨다.



 달이라는 기간은 사달이  발목이 완전히 회복되기에는 조금 부족한 시간이지만나머지 부위들-무릎 관절이 굳거나 골반과 허리 - 비틀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균형이 틀어진   어딘가가 눌려서 허리부터 발끝까지 타고 가는 신경통증인  모르고 아이참  발목   낫지 했다자세를 교정하고발목 문제가 아닌  같으니 이런저런 스트레칭과 재활운동도 따라하고그런데도 갑자기 신경이 눌려 종아리가 칼로 저미는  같은 통증이 생긴 날에는 왠일인지 집에 신경통약이 있어… 오래 전에 편두통 심해서 신경과에서 받아놓은 가바펜틴을 수유중이라  먹고 그냥 처박아 두었는데 그날 밤의 구원이 되었다다리  아픈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약 하나가 알려주었다약중독자들이  약에 빠지는지도   같았다자다 깼는데 전에는 아파서 깼는데  먹은 날은  통증이 전혀 없어흐뭇이러고 다시 잠들고 깨기를 반복하다  기운이 사라지는  느끼며 깨는 순간 기분이 가라앉았다아직  나았네

약은   없고 나는 중독자가 되면  되기 때문에 하룻밤 의지한 뒤로는 애껴두기로 했다진통제 개발한 과학자들 진짜 인류의 불행 절반을 덜었다… 발목이 아파도  참고 다른 부위 굳지 않게 스트레칭도 하고 실내 자전거도 십분 정도  보았다



아기가 걸음마 시작  때는 자세도 엉거주춤하니 저게  저리 어려울까 했는데 이제 내가 걸음마를 다시 배워야한다… 감각 사라지고 근육 빠진 발바닥과 발목과 무릎에 힘을 싣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와중에 ‘루시의 발자국이라는 책을 발견하고는 관심이 갔다예전에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에서 오래전 조상 뻘인 에티오피아의 루시 화석을 보면 다리가 부러진 흔적이 있다고 했다나무에서 떨어졌든가 헛디뎠든가 하여간에 그걸 인류 최초의 실수흑역사처럼 표현하고 있었다  말고 다른 책에서는 루시의 부상이나 사인을 별로 언급하는   봤다

다리가 부러져 더는 움직일  없는 루시가 도우러  사람도 너무 멀어서 누운 채로 깜깜한 밤을 맞이하는 모습을 상상했다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입이 마르고 배가 고프고 다리도 너무 아픈 루시는 이제 나는 죽는 걸까 죽으면 저기 빛나는 곳으로   있을까 그런 미래나 사후에 대한 생각을 초기 인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가는 길에 엎어져  일어나고 죽은 할머니도 생각했다할아버지에게 맞아 부러진 갈비뼈의 통증이 아주 오래 지속된 뒤였다죄많은 주정뱅이 원숭이띠 영감탱이는 90살이 넘었는데 여태 죽지도 않아영감탱이 본 지도 16년은 됐나보다.



잡소리가 길다루시 이야기는 이족보행으로 얻고 잃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고생물학자가 소설가에게 아이들이 해변 걸을  발자국을  보라고 했던 데서 나온  같다원제는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에게 들려준 - 되는데소설가에 따르면 고생물학자 아르수아가가 사피엔스고 소설가 미야스가 네안데르탈인이다이과돌이가 문돌이에게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도 맞다배경이 스페인이고 그래서 스페인식 농담인가 빈정거림인가 이것도  새로웠다 아저씨가 들판시장동굴식당장난감가게성인용품가게약국 등등 온갖 곳을 돌며 인간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서술자는 소설가인데 소설가는 나도  이상한 놈이지만  고생물학자 놈은  이상해그치만 우리는 칭긔칭긔 하면서 잘도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잘도 먹는다문과돌이가  언어에 천착해 아무말잔치하면 이과돌이가  그거 아니야하고 문과돌이는 뉘에이러고 쭈그러드는 패턴이 티키타카 계속 이어졌다그게  많이 웃겼다소설가라서 배경 묘사나 계절을 환기하는 표현이 감각적인데 자꾸만 춥다 그래서 너네 지중해성 기후  정도 겨울 가지고 고생물학자 너님은 겨울이 질병 어쩌고너네 겨울이 감기면 우리 겨울은 폐렴이야… 러시아 겨울은 사망 내지 혼수상태



인류나 고생물에 관한 이런저런 책을 전에도 보긴 했는데 이번 형식은 참신했다문과돌이가 열심히 허덕이며 받아적고 따라가려고 애쓰는   감정이입되기도 했고 ㅋㅋㅋ스페인의 동굴벽화나 산악 풍경 너무 몰라서 검색해보는 재미도 있었다대화 형식인데 둘의 대화를 가능하면  놓치고 살려서 그대로 전해주려고 작가가 애쓴 것도 느껴졌다그래서 인간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냐면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내가 책에서 말하는 반대쟁이인  알겠다ㅋㅋㅋㅋ 사회성과 도시성이 고도로 완성된 시절에   좋게도 이런 저런 관계망들을 얽어 놓은 상태에서 다친 덕에 나는  달을 집밖을  나가고도 생존은 물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 벌어 오는 사람도 있고 애들 돌봐주고 집안일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택배 실어다 주는 사람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 이러니까 왠지 내가 진짜 쓰잘데기 없이 살아만 있는 기분인데… 얼른 나아서 무럭무럭 자라서 은혜갚은 까마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밑줄 긋기

-삶은 위협적으로 겁박해 오던 불길한 기운을 잠시나마 저지할  있었다 순간 차원이 변하는 것을 오롯이 느낄  있었고 역시  일부분이다시 말해 삶의 변위의  부분이 되었다모든 생각이 금작화처럼 짧지만 노란시간 속에아스포델처럼 하얀 시간 속에라벤다처럼 붉은 시간 속에풀잎처럼 또는 풍경에 일침을 놓는 가시처럼 녹색 시간 속에 머물렀다각각의 색은 무궁무진한 차이를 만들어냈다금작화를 덮은 구름의 그림자가 느리게흘러가고 있을  생각에도 조금씩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활짝  금작화.     달쯤 있으면아마 그보다는조금  빠르게태양이 조여 오기 시작할 즈음  노란색도 작은 생명의 아름다운 죽음과 함께 사그라들 것이다.



-“발은 아치 뒤쪽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발뒤꿈치부터 땅에서 떨어집니다몸무게는 발의 바깥쪽 가장자리에 잠시얹혔다가 결국 발의 아치 앞쪽으로 옮겨 가지요이어서 발가락들이 구부러지면서 발이  위에 얹히게 됩니다엄지발가락이 마지막으로 땅을 밀면 다리는 시계추처럼 앞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350   이족 보행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발자국들은 해변 모래 위에 찍혀 있는 우리 아이들의 발자국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우리 모두 무의식 상태에서 생체 역학적으로 움직입니다.”



- 발의 아치 모양을 의식하며 발의 뒷부리와 앞부리를 움직여 보았다먼저 발뒤꿈치 부분으로 땅을 밟은 다음이때 받은 충격에서 비롯된 에너지가 발등을 통해 앞부리로 전달되고이어서  힘은 발가락특히 다리를 앞으로미는 스프링 역할을 하는 엄지발가락까지 전달되는 것을 확인할  있었다나에게는  발로  자세 자체가 문법적인 기적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쪽에서 앞쪽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을문장을 구句로 나누어 살펴볼  있듯이 분석할  있을  같았다주어동사직접 목적어나는 다시는 제멋대로 걷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했다.



-“농업은 누가 발명했을까요?”    여성이에요.19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남성은 들소매머드를 쫓아 온종일 돌아다녔거든요남성은 들소를 잡아 귀가하고 싶었어요바로 이것이 지위와 권력을 상징했거든요선사 시대 그림은 사냥을 나간 남성들을 기다리는 아이들노인여성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하지만 보통은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돌아왔을 겁니다오히려 여성들이   지중식물이나 바다에서 잡은 갑각류와 같은 소소한것들을 가지고 기다렸을 거예요.”    예측이 가능하고일관성이 있으니까요.”    바로 여기에서  손에  자원을관리한다는 개념이 생깁니다 때문에 농업이라는 진일보한 단계로 나아가게 되죠자원 관리는 아주 중요한 인식 수준을 담고 있어요예를 들어계절을 알아야 해요봄에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가을에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이를 이용하려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흐름을 쫓아갈  있어야 해요 힘을 다해 보살필 종과 외면해야  종을 구분할  알아야 합니다어떤 종이 생산에  유리한지어떤 종을 경작할지  기억해야 하지요어떤 식물이 싹이 트고 성장할  있도록 돕는다면아직 완전히 농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니지만 농업에 거의 다가갔다고   있지요



-선생님이나 저는 네발짐승들과 비교했을  허리 아래쪽이 다르고그리고 지상에 사는 대부분의 포유류와 비교했을  허리 위쪽이 다른 구조로 되어 있어요허리 위쪽을 보면 우리는 거의 침팬지에 가깝지요허리 아래쪽은인간만의 특징이 있어요생각해 보면  희한한 조합입니다.”    켄타우로스처럼요?”    우리는 키메라예요.”    고생물학자는 가끔 이처럼 충격적인 출구를 제시하곤 했다.



-“우리는 무게 중심이 벨트 버클 높이에 있다고 했었지요메커니즘 관점에서 보면걸을  무게 중심이  움직일수록 몸의 효율성이 훨씬 높아져요 걸음 걸어 보면서 버클의 움직임을 관찰해 보세요.”    나는 걸으면서 움직임을  느껴 봤다버클이 지면과 평행이 되는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선을 그린다는 것을   있었다나의 무게중심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았고양옆으로도 움직이지 않았다.    놀랍지 않나요?” 아르수아가는 의기양양한표정을 지었다. “인간의 이동은 생체 공학이 만든 기적이에요덕분에 우리는 이동하는  미량의 에너지만 사용해도되는 겁니다우리는  거리를 이동할  있게 만들어진 종족이에요우리는 보행을 기초로  종족이니까요.”    덕분에 이렇게 멀리까지   있었던 건가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선생님도 한번 생각해 보면 알겠지만걷는다는 것은 계속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라고도   있어요.”    정말멋진 설명이네요!” 나는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걷는다는 것은 계속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라니…. 산다는 것은결국 끊임없이 죽어가는 것이라는 말과 똑같네요.”    그렇지만  제어된 방식으로 넘어지는 겁니다.” 고생물학자는 내가 수사적으로 한마디한 것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말만 이어 나갔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의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거예요앞으로 넘어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요.”    죽어가는  역시 눈치채지 못하지요.” 나도 계속 말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누군가에겐 우리가 무서운 존재로 보일 것만 같았다정신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듯한 어른 둘이 1월의 어느 수요일에 얼어붙을 것만 같은 차가운 날씨 속에서 시소를 타며 흔들대고 있었다오르내리는 중에 고생물학자는 우리중  사람이 앞뒤로 자리를 이동하면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는 것을 물릴 정도로 실컷 보여 주었다이어서 시소를아래로 눌렀다가 위로 띄우길 반복하면서 대퇴골에 대해 엄청난 찬사를 했지만필기도   없었고 녹음도  수없어서 아르수아가의 말은 빗줄기에 눈물이 사라지듯 사라져 버렸다대퇴골은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제어하고있었다그는  뼈가 진화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건축학 차원에서 봤을 진정한 의미의완벽  자체라고   있지요세계 최고의 건축가도 우리가 걸을  우리 몸무게 전체를 지지해 주는 대퇴골의목부위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테니까요.”



-아고라는 자연에 등을 돌린 장소입니다철저하게 도시적이면서 공적인 장소이지요생각소통정치시장경제등  모든 것이 아고라에서 시작됩니다아고라는 자연을 부정합니다들판이 아닌 장소예요선생님이 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면 제일 먼저 공적인 장소가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공적인 장소가 있다면그것은 현대적인 의미에서 문명을 이야기하는 겁니다반대라면 단순한 집단일 뿐이고요.



-“사회의 복잡성은 선함을 보장하지도정의를 보장하지도 않아요이제 선생님의 관심을  만한 역사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볼게요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에는   명의 메티콘 신도 없었어요  명도요이유가무엇일까요신이 출현하는 단계인 사회 복잡성 지수 6.1 충족시킨 사회가   곳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더정확하게 말하자면복잡한 사회가   곳이 있었어요잉카였습니다그런데 잉카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스페인 사람들이 잉카에 도착했을 때는앞에서 이야기한 시차로 인해서 아직 친사회적인 신이 출현하지 못했어요조금 시간이 부족했던 겁니다. 100 정도요신의 출현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는데 말이죠메티콘 신이 존재할 만한 조건다시 말해 사제 계급까지 있었어요친사회적인 신은  개인이 각자의 신앙이 있을 때는 출현할  없어요자로  듯한 규범이 있고뿌리를  내린그리고 보편적이면서도  조직된 집단적 성격의믿음이 있어야 하죠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신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선생님도  알게 되겠죠다윈은 이런 식으로 맬서스를 읽으며 ‘무의식적인 선택이라는 해결책을 찾았어요자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쟁 말이에요자연에선 모든 것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 자연 선택 때문에거의 모든 것이 죽은 상태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그래서 시계 제작자가 없다는 주장을 했군요.”    대신 경쟁과 선택이 있고이로 인해 살아남는 비율이 정말 얼마 되지 않아요 이론은 모든 종에 유효해요인간에게도요선생님과 부인 사이에 열여섯 명의 아이들이 있다면 자연 환경에선 겨우  명만 살아남을  있어요.”    충격적이네요.”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초래할까  걱정되네요.”    다른 사람의 불편 따위는 잊어버리세요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며 평생을 보내게  테니까요.” 아르수아가는 나를 꾸짖었다



-진화는 내적인 논리가 있어서 모든 가능성을 수용하진 않죠육식성 토끼는 존재할  없어요토끼-고양이도 가능하지 않고요 달린 육식 동물도 불가능해요어느  고생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조르주 퀴비에Georges Cuvier 앞에 악마가 나타나 ‘나는 악마인데 너를 잡아먹겠다.’라고 이야기했대요그러자 퀴비에는 악마를 위아래로 바라보면서 ‘너는 뿔도 있고 발굽이 있어서 절대 육식 동물이   없다.’라고 하고선 그냥 침대에 돌아누웠대요자던 중이었거든요.



-뇌가 작아지는 것과 길들이는 것은 각각 어떤 결과를 낳나요?”    예민한 감각을 잃게 되지요늑대는 수캐들보다  냄새도  맡고 청각도 발달했죠늑대와 같은 야생종을 길들이면 특이한 성격이 나타나기 시작해요다양한변종이 만들어지지요귀가 처지고얼룩점이 생겨요반대로 가축화되었던 동물이 야성을 되찾으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갑니다야생화된 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면늑대 상태로 되돌아가지요가장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새끼를 고르는 것이 바로 선택이거든요이런 조건에선 가장 강한 놈만 살아남아요그러므로 우리도 만약 야생으로돌아간다면….”    다시 네안데르탈인으로 돌아가겠네요.” 그가 마무리 짓지 못한 말을 대신했다.



-“파코 이바녜스Paco Ibáñez 노래했던 호세 아구스틴 고이티솔로José Agustín Goytisolo  기억하세요? ‘혼자인 남자그리고 여자이런 식으로  사람씩 따로 간다면먼지와 같죠아무것도 아닌 겁니다아무것도.’”    정확한 표현이에요그렇게 써도 돼요.”



-“그럼  젊은이들이 아이를 가질  없죠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직업주거비 때문이 아닌가요?”    나는 그렇게  잘라 말할 수는 없을  같아요.”    물론 이건  생각이니까요.”    스웨덴의 경우엔 그런 문제가 없는데도아이를  낳아요.”    보편적으로 자본주의는 아이를 낳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죠.”    그것보다는  복잡한 문제라고 봐요.” 



-“길들이기는 계획된  아니에요일종의 회로예요생물학에서는 모든 것이 피드백이라는 순환 회로에 기초해작동해요진화는 화살처럼 앞으로만 날아가지 않고바퀴처럼 돌고 돈다고 생각해야 해요바퀴는 도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요우리는 점점  유순해지는 것이죠점점 순해질수록우리는  유순하고  고분고분한 사람을선택해 번식할 겁니다그리고  순하고 고분고분한 사람을 번식할  있게 선택할수록 유순하고 고분고분해지는것이죠이런 과정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거고요.”



-우리의 경우엔 공동체가 나서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을 감옥에 가두거나 사형을 시켜 번식을 막았어요죽은 자는 번식할  없으니까요우리는 친사회적인 성격을 가지지 못한 사람을 수천  전부터 사형해 왔어요내가 예전에 선생님에게 이야기했던 영장류 동물학자인 랭엄에 따르면인간이란 종족 전체가 스스로 길들이기를 실행했던 거예요 이야기는 이제 끝이에요.



-“그렇지만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언제나 똑같은 자리에 머무르게  거예요.”    맞아요하지만 황당하죠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은 대가를 치르니까요갈릴레오도 대가를 치렀어요반대 의견에는 대가가 있어요인간의 군집 본능은 굉장히 강해요우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그것을  확인할  있어요아이들은 아직은 문화보단생물에  가깝거든요모두 똑같은 상표의 운동화를 신고 싶어 해요집단에서 따돌림 당하는 것을 어른들보다 더두려워해요…“



- 아시겠지만파충류의 설계도에서 선생님과 같은 포유류가 나왔어요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만들었죠비유한다면형이나 누나가 버린  옷으로 우리를 만든 셈이에요예를 들어태반은 알에 기초해서 만들어졌어요태반은  자체로 훌륭하지만처음부터 설계해서 만든 것과 똑같은 정도의 완벽함을 기대할 수는 없죠.



-“이들은 종일 움직였을 테고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보다  다양한 식단과   머리를 가지고 있었어요 똑똑하진 않았을 텐데우리와 비슷하긴 했을 거예요그리고 최고라고   있는 점은 이거예요사근사근했다는 거죠절대로 건방을 떨지 않았어요그림을 그리고꾸미고치장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펜던트나 팔찌를 만들고손톱도 다듬고목걸이도 하고문신도 하고깃털 장식도 하고…. 제가 보기에  모든 것은 정신 상태를 반영해요우울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거든요러시아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상아 구슬이 달린 옷을 입은 해골이 발견되었어요옷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구슬은 남아 있었죠그런 장식을 만드는   시간이나 걸렸는지 선생님은 상상도   거예요아니   년이 걸렸는지도 모르죠치장하는  많은 시간을 썼어요잘생겼다고 생각했고잘생겼다고 느꼈을 거예요 자기들이 잘생겼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테고요그림을 그리기시작했을  어떤 행동을 했을지 주목해 보세요.”    한참  나는 침대에서 눈을 감은  깊은 명상에 잠겼다나는라 코바시에야 동굴에 내려가 다시 그림을 감상했다아직도 끝나지 않은 환상에 빠져 있었다동굴은 이미  마음 깊은 곳에 들어와 있었다.    그날  눈이 내렸다.



-교육적인 시각에서 보면아이들을 어른인  교육하는 것은 애벌레를 나비인  교육하는 것과 똑같은 잘못이죠애벌레는 나비의 축소판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존재예요아이들도 작은 인간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존재예요정말 멋진 판단을 내렸던 오르테가는 아이들에게 돈키호테를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에 반대했어요이것은 어른을 위한 책이거든요사춘기의 자녀가 누에고치처럼 행동한다고 불평하는 엄마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부인걱정하지 마세요 고치에서 아름다운 나비가 나올 겁니다.’라고요



-“배고픔을 몰랐던 종도 있을까요?”    없어요북반구에서 살았던 모든 생명체의 절반은 질병과도 같은 겨울 때문에 죽었어요생명은 어떻게 봄까지 살아남을  있느냐에 달려 있었어요대가가 무엇이든 말이에요아주 소수만정말 소수만 살아남았어요봄은 비교적 너그럽고가을은 정말 풍성한 과일을 안겨 주지요만일 8월이 정해진 날짜 이상으로 계속되면 여름도 길어져요그러나 가을은 언제나  자리를 떠나지 않아요결실의 계절이지요모든 것이 하늘에서 떨어져요예를 들어카스티야에선 모든 사람이 아무 걱정 없이 도토리를 먹을  있어요돈키호테에서도 그런 모습을   있잖아요달착지근한데다가 돼지한테  수도 있고요.”



-얼룩말은  소화관이 필요해요얼룩말이 먹은 것들은 별로 열량이 없거든요양은 많은데 열량은 적은 것과 양은 적은데 열량은 높은  중에서 골라야 해요삶이 그렇죠.”    우리가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아닌가요?”    그렇죠우리가 하는 것도 이런 거예요원래 초식이었던 식사를 양질의 식사로 바꾸면 결국은 소화관도 여기에 맞춰야 하죠.”    그럼 여기에서 절약한 것이 뇌의 성장으로 이어졌나요?”    맞아요덕분에 사회생활을 증가시켰고이는 다시 정치의 출현을 낳았어요.



-“카할은 80대에  세상El mundo visto a los ochenta años》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어요정말 보석 같은책이죠 책을 통해 노년에는 어떻게 느낄까 이야기했어요노년과 죽음은 과학의 가장 중요한  가지 주제예요우리는  늙는가그리고 우리는  죽는가  가지요.”

-Naranjo de Bulnes 아르수아가와 미야스가 방문한 동굴벽화 인근의 산맥. 궁금해서 나도 찾아봤다. 들소벽화는 못 찾고 프랑스 동굴벽화만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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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04 12: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아직 회복중이시군요 ㅜㅜ 현재 열반인님 상황과 맞는 책을 읽으신거 같아요~! 빨리 회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5-04 19:25   좋아요 3 | URL
네 어쩌다 고르고 보니 걷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걷기 시작한 인류도 초기에는 서투르고 막 발 다치고 그랬겠지요?ㅎㅎㅎ 회복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ㅎㅎ

우끼 2023-05-04 12: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 감사해요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정말 흥미로운 책이에요. 열반님 글 항상 기다리는 1인 드림 - 열반님의 평안한 회복을 기원하며..

반유행열반인 2023-05-04 19:26   좋아요 5 | URL
기다려주시고 평안과 회복 기원까지 감사합니다 ㅎㅎ 초반엔 얘들 뭐라는 거여 했는데 익숙햐지고 나니까 책 막판에는 이인조(?)랑 헤어지기 싫고 재밌더라구요 ㅎㅎㅎ

Yeagene 2023-05-04 1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열반인님과 어울리는(?) 책을 읽으신 것 같아요 ㅎㅎ 책이 재밌어 보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5-04 19:26   좋아요 3 | URL
네 후반부에는 귀여움과 길들임과 개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와요. 개 이야기들으면 요즘은 곰탱이가 먼저 생각납니다 ㅎㅎ곰탱이 건강하게 잘 지내길 ㅎㅎㅎ

2023-05-05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5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8 0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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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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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5 21: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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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1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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