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권 수학머리 만들기 - 카이스트 출신 수학컨설턴트가 알려주는 수학공부법
이윤원 지음 / 반니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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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이윤원.

온갖 책을 찾아 읽고, 그런 내가 올 한해 가장 골몰한 일이 수학 실력을 높이는 것이었으면서도, 수학공부에 관한 책 한 권 찾아볼 생각 안 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전자도서관의 신간 목록을 헤매다 이 책을 보고 한 번 보자, 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수학 잘 한다, 잘 가르친다 자부하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많이 울었는데 정작 시험날 이후로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가 또 조금 울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부족한 것이라지만 그야말로 노베이스로 시작한 공부를 일 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우수한 성적까지 끌어올리기란 무리였다. 그러니까 지나온 시간은 고2 올라와서 이제 처음 수능 볼 과목 한 번 배운 정도…는 되겠다. 고2 마치기 전에 수능 보라고 하면 누구나 나처럼 될 거야… 그렇게 위안 삼아보려고 해도 흐헝헝 아무리 그래도 왜 그렇게 못해…하고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수학 성적은 겨우 절반을 맞출 정도 밖에 갖추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냥 떨지 말고 어려운 건 미련 갖지 말고 쉬운 거나 풀고 나오자 했다. 시험 직전까지 미니 모의고사 하나 풀고도 세상 끝날 것처럼 울고불고 그렇게 혼자서 매일매일 진짜 수능 망한 것처럼 수십번을 하고 너덜너덜해진 채로 시험을 맞이했다. 그래서 그런가 오히려 당일날에는 다 못 풀 걸 알고도 덤덤하게 풀리면 풀고 안 되면 넘기고 마킹 대충 미리 해놓고 들여다보지도 못한 것도 적당히 포기하고 찍을 거 찍고-거의 열 문제를 못 풀고도 그냥 편안했다. 어차피 평소대로 한 건데 내 실력이 아직 여기까진데 뭐, 하고.

책을 보며 지난 시험 공부가 힘들었던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나는 최초의 수학 공부를 교과서로 시작했다. 교과서는 강사들도 나름 중요시하는 교재이긴 하지만, 그래서 보면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됐다.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개념이 담겨 있고 증명과정까지 상술된 좋은 책이긴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기초고 기본이고, 그걸로 개념 공부가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예 수능 기본서들은 교과개념/수능개념 이렇게 따로 나누고 ‘수능개념’이라는,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는, 그런데도 입시판에 있다면 누구나 이건 기본이지 하고 별도로 익혀야 하는 개념, 풀이법, 이해 방식이 있었다. 그걸 알면 일일이 증명하듯이 혹은 오래오래 에둘러 계산으로 풀 필요 없이 아주 쉬운 문제들은 순식간에 풀려버렸다. 쉬운 문제는 그렇게 몇초컷을 하고 그렇게 아낀 시간을 고난이도 문제에 쏟아부어야 했다. 그런데도 바보처럼 그걸 모르고 교과서를 푼 뒤에 바로 이비에스 수능특강 지난 해 문제와 강의를 꾸역꾸역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또 이름이 오르내리는 한권으로 완성하는 수학, 이라는 개념 독학서를 들고 뭐가 쉬운 거고 어려운 건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꾸역꾸역… 그러다가 또 규토 라이트라는, 개념학습과 기출공부 사이 포지션이라는 두툼한 문제집을 사서 또 꾸역꾸역…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고 대부분의 문제를 풀 수 없었다. 하루에 여섯 시간씩 수학만 붙잡고 있는데도 나아간 페이지는 몇 쪽 채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해 보겠다고 6월까지 거의 반 년을 혼자 하다가… 뒤늦게 인터넷 강의라는 걸 들었고, 당장 시험을 보긴 해야겠으니 가장 기초 커리큘럼부터 들을 수는 없고, 중간에 다소 어렵다는 만만하지 않다는 강의부터 또 시간에 쫓겨 하루에 다 소화하지 못할 많은 양을 막 진도부터 나가고, 그렇게 세 달 가량 보내다가 모의고사 대비한답시고 가장 최근의 모의고사 해설 강의 해주는 강사의 강의를 보고 이게 필요하지 싶어서 기출문제 강의를 시험 두 달 앞두고 시작해서 ㅋㅋ수능 전까지 그거만 하다 갔다.

그러니까 일단 1. 기본 개념/교과서 개념은 물론이고 수능시험을 위해 알아야 할 응용개념까지 튼튼히 다지고 이걸 어떻게 문제풀이와 연결짓는지 잘 파악했어야 했다.
2. 이게 된 다음에 그렇게 혼자서 끙끙대며 문제풀이 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나는 모든 공부를 정확히 반대 순서로 제일 어려운 것부터 점점 초반에 했어야 했던 것으로 나아갔고 ㅋㅋㅋㅋ 결국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막판에 문제풀이 연습 열심히 해야할 때까지도 기출풀이와 기본개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헤매다가 엉엉 울다가 시험을 보러 갔던 것이다…

일년 농사 망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할지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책은 절대 답지 보지 말 것, 끝까지 얼마가 걸리든 오래오래 혼자 풀려고 시도해볼 것, 그게 상위권의 공부방법이라고 했는데, 그건 내가 초반에 그렇게 하다가 시간을 다 써 버리고 결국 할 것 다 못 하고 가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 미련한 공부법을 본 주위 이과 출신 사람들은 그렇게 마냥 붙잡고 있는게 아니고, 문제 보고, 조금 고민하다 안 되면 바로 답을 보고, 답을 꼼꼼하게 보고 따라가라고 했다. 강사가 푸는 풀이도 주의깊게 보고, 그걸 체득하고 암기하고 따라가도록 연습하고 노력해야 느는 거라고… 그래서 그런 조언대로 해보려고 애쓴 결과는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초반에는 일단 기를 쓰고 뭐라도 시도해보고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공부를 할수록 나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고 답지나 강사가 풀어주는 것과 전혀 동떨어진 헛짓거리나 할 것 같고 그래서 점점 더 시작조차 못하고 생각은 돌아가지도 않고 그런 공황상태로 빠져들었다… 뭐 그런 상태…완전 자신감을 잃었네…

그래서 이번에는 일단은 애들이 소위 풀커리 탄다는대로 기초개념강의부터 강사가 짜놓은 커리큘럼을 따라가보는 게 목표이긴 하다. 그런 와중에 이책에서 문제풀이 강의를 본다고 실력 느는 거 아니라고…답지 보지말라고…아 저도 한때 그런 신념을 갖고 있었는데 ㅋㅋㅋ 답지를 봐도 안 봐도 안 되는 건 마찬가지인데 어쩌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수학 잘하는 분들 존경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삐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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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1-24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도 보시고 공부방법 꾸준히 찾아보고 계시니까 금방 좋아지실 거에요♡

반유행열반인 2022-11-24 21:24   좋아요 1 | URL
그만 찾아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 늘 감사합니다 예진님

라로 2022-11-25 0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이 어렵군요!! ㅠㅠ 갑자기 이 글을 읽으니까 맨날 너드라고 속으로 놀렸던 사위가 좀 괜찮아 보여요. ㅎㅎㅎㅎ 암튼 저는 무식한 라테라 그런가 그냥 무작정해파입니다.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이러니 늘 실수투성이죠.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2-11-25 12:53   좋아요 0 | URL
때로는 우직하게 그냥 해, 하고 아무 생각 없는게 좋은 것 같아요. 뭐 한입 먹으면 행복해지고 저지르고 그냥 하고…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뇌가 알아서 자동 실행하고 있는 겁니다 ㅋㅋㅋ 실수는 주변에 보완해줄 사람들이 있는 만큼 자아가 알아서 제한하니 괜찮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11-25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수학의 정석으로 안하나보군요? ㅋ 전 고딩때 정석 풀었던 기억만 남니다 😅 수학 넘 어렵다는 ㅋ


답지를 봐도 안봐도 마찬가지라는 말은 어려운 소설은 다 읽고 나서 해설봐도 잘 모르는것과 비슷한 느낌 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11-25 12:54   좋아요 1 | URL
저는 어려서도 정석을 안 했더니 뭔가 주춧돌 같은 게 부족하네요 ㅋㅋㅋ(개념원리파…그런데 개념도 못 갖춘 ㅋㅋㅋ) 저는 답지 보는 것도 싫어하지만 소설 뒤 해설 읽는 건 더 싫어해서 잘 안 봐요 ㅋㅋㅋㅋ그러니 오독 오해 오개념이 넘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