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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개정판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20210719 하노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만.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는 단 세 개의 단원으로 경제 일반과 경제 체제, 미시 경제, 거시(국민) 경제, 국제 경제를 다룬다. 그 안에 물가와 실업이라는 주제 안에 단 2쪽 가량에 물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물가와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지, 물가가 오르면 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물가 안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끝. 이전 교육과정 교과서에서는 물가상승률이나 물가지수도 다루고 경제성장률도 다루고 했는데 이번엔 계산이나 공식 같은 건 실업률 빼고는 싹 빠졌다. 심지어 물가가 왜 오르는지는 언급도 제대로 안 한다. 그저 돈의 가치가 하락한다, 정부는 재정지출(심지어 재정지출이 뭔지 주석조차 안 달려 있어…)을 줄여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 하는 서술에서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학부 때 주전공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경제 수업을 여러 개 들었다. 전공에도 경제 들어가는 게 많긴 했지만 모학문이랄 게 없이 잡탕 전공이라 깊이 있게 공부하진 못했다. 그나마 취업 준비하면서 경제학원론 책을 파고 암흑의 경로로 구한 7급 공무원용 경제학 강의 덕에 거시경제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싹-다-잊어 버렸다. ㅋㅋㅋ
졸업한 뒤로는 장하준이 쓴 경제학 책들 신간 나오면 사 보고 청소년용 교양서 조금씩 챙겨보면서 그나마 경제에 대한 끈을 완전히 놓진 않았다. 솔직히 이론 경제학은 나의 생활과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나의 생활 경제란 노동 수입과 생존 소비의 균형을 깨지 않는 일. 최저가 구매를 위해 인터넷에 몇 시간이고 매달리는 일. 전세자금대출과 주택구입자금대출과 학부 대학원 15년을 다닌(가방끈이 길어도 너무 길다…) 곁의 사람의 학자금대출을 갚는 일이었다.
그랬는데 어쩌다보니 한 달 전부터 주식 공부를 하고 있다. ㅋㅋㅋ생각보다 재미있다. 작년에 어떤 어린이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교과서에 안 나온다고 물어봐서 나름대로 설명해주다가 이런 책도 있다고 소개해놓고 나도 보려고 빌려놓고 결국 하나도 안 보고 반납하고 일 년이 흘렀다. 그러고나서 다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300여페이지 쯤 되는데 같이 빌려 읽는 중인 금융위기에 관한 책인 ‘붕괴’가 900페이지가 넘고 내용도 많이 어려워서 그거 보다 이 책을 읽으면 뭔가 암죽 먹는 듯 잘 넘어갔다. 둘다 금융사인데 인플레이션은 그동안 배운 통사를 다시 언급하면서, 비교적 긴 기간 동안 발생한 인플레이션 사례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흥미롭고 어렵지 않게 읽혔다. 여기에서도 금융위기를 다루긴 하지만 아주 잠깐 언급하고 넘어간다. 반면에 붕괴는 아예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의 배경과 그 이후로부터 오늘날까지 비교적 최단기 기간의 금융사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어려운데도 참고 졸면서 3분의 1 이상 읽었다. 아 나새끼 칭찬해주자…ㅋㅋㅋ 언젠간 다 읽겠지.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핵심인 책이지만 3분의 2 쪼금 넘게 읽으면 갑자기 투자에 관한 책으로 돌변한다. 역사를 언급하는 중간중간 머니인사이트라는 조그만 팁 부분이 생뚱맞게 등장해서 뭐지, 했는데 책 마무리에서 그러니 이런 인플레이션이 끝없이 계속되고 반복되는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어떻게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로 넘어가고 팁을 던져준다. 이게 기대도 안 했는데 얻은 소득이었다. 엄청난 실무서는 아닌데 투자에 대한 태도 교육을 한 번 더 제대로 받는 느낌이었다. 포트폴리오니 분산투자니 하는 말은 어디서나 반복되는데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분산인지, 어떤 게 가짜 분산인지 짚어주는 부분이 좋았다.
물가에 관해, 지금의 엄청난 양적완화 정책이 도달할 근미래에 관해, 이런 상황에서 내 돈을 안 날릴 최선에 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 같다.
그래서 나는…주식도 해답이 아닌 거 같으니 천천히 정리를 하고 실물 자산에 눈을 돌리기로 한다. ㅋㅋㅋㅋ 아니 선물 펀드 같은 건 마이너스를 벗어나는대로 싹 집어 치워야겠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서 금융 위기 비스무레한 침체기가 오면 그때 주식 다시 사야겠다. 지금은 너무 상승장에 다 사 버렸어 ㅋㅋㅋㅋ 그러면서 오늘 코스피 1퍼센트 내릴 동안 떨어진 주식들 한 주 두 주 줍줍 하고 있는 멍청이…. 전 합리적인 투자자 안 될 거 같네요…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