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열 시 반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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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2 마르그리트 뒤라스.

처음 뒤라스 소설 읽은 게 벌써 다섯 달 전이라니. 작가가 30대 후반에 쓴 그 소설 속 인물들도 여행 중이었다. 이탈리아의 무더위 속에서 휴가를 보내고 술을 마시고 보트를 타고 썸 타고 밀당 하고 섹스하고 할 일 다하다가 먼 길을 떠나 유적지의 말 그림을 볼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 소설보다 7년 뒤에 발표된 소설을 두 번째로 읽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은 훨씬 더 줄었고 소설도 이전보다는 더 깔끔하게 쓰게 된 것 같다.
마리아와 피에르 부부와 그들의 자녀 쥐디트, 그리고 아름다운 클레르가 마드리드를 향해 여행중이다. 폭풍우 때문에 방도 없는 호텔에 갇혀 하룻밤을 보낸다. 마을에서는 치정 살인이 발생하고,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죽인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는 지붕에 숨어 있다. 마리아가 그를 발견하고 구하려고 한다. 마리아는 피에르와 클레르가 눈이 맞아 조만간 섹스할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할 수 있는 일은 살인자를 빼돌리려는 시도와 술 퍼 마시는 것 밖에 없다. 으악. 결국 그들은 성당에서 고야 그림도 보고 마드리드에도 갔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그 다음 셋이 어떻게 됐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졸려서 혼났다. 자꾸 비오고 그러다 덥고 나는 졸리고 마리아도 졸리고 나도 절주 해야지 마리아처럼 퍼 마시다간 큰일나겠네 헤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도 졸립다.
40대의 뒤라스도 별 감흥이 없으니 다음에 읽게 된다면 70세로 바로 쩜프해서 연인을 봐야겠다. 그러고 나서는 더 나이 먹고 쓴 거만 봐야지… 대작가의 히트작 이전은 굳이 안 보셔도 되요. 순서대로 볼 필요도 없어요… 이미 두 권 읽고 졸려 죽겠는 내가 증명합니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이나 여름밤 열 시 반이나 너무 판에 박히게 비슷했다. 배신의 주체가 전작은 부인이고 다음작은 남편인 게 다를 뿐 더위 속에 애기 물에 씻기는 장면조차 겹치고...동네가 이탈리아에서 에스파냐로 바뀌기만 하고...여행가고 싶네...근데 자꾸 졸리다. ㅋㅋㅋㅋ

+밑줄 긋기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그녀가 묻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다. 그가 말한다.
“사랑하고 있소. 나는 마리아를 사랑해왔지. 그리고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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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22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ㅋㅋㅋ 덕분에 몇 십년을 훌쩍 뛰어넘게 되었네요!! 이래서 알라딘이 좋아~~!!ㅋ
저도 어제 모처럼 친구랑 통화하면서 맥주를 마셨는데 공부좀 할까 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뻗다가 좀 전에 일어났어요. 침대에 가고 싶은데 계속 책상 위에서 엎드려 자는 거에요. ㅠㅠ 체력이 안 따라줘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3-23 06:57   좋아요 0 | URL
열공하시다 잠드셨군요 ㅠㅠ건강 잘 챙기세요. 맥주 마시고도 음주 공부(?)시도하시다니ㅋㅋㅋ라로님의 열정!!!

Yeagene 2021-03-23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 <연인>이 인상적이라 책도 빌려봤는데...생각보다 그저 그랬어요.영화가 각색을 참 잘 했고 뒤라스가 글을 참 어렵게 쓰네...정도의 감상만 남아있네요.갠적인 생각인데,쉽게 써도 될 껄 이상하게 꼬아쓴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3-23 15:34   좋아요 2 | URL
아닛 그럼 저도 연인을 읽어도 비슷한 감상을 할 확률이 높겠습니다ㅎㅎㅎ저희 어머니가 연인을 정말 좋아하시고 여러 번 읽으셔서 연착륙 하려고 다른 얇은 책부터 접근했는데 제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Yeagene 2021-03-23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아니에요..오래전에 읽은 저의 얄팍한 감상일 뿐입니다.열반인님은 좋아하실지도 모르겠네요.ㅎㅎ(근데 위에 댓글 쓰기가 왜 안되는지 몰겠어요ㅠㅠㅠ)

han22598 2021-03-23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작가의 히트하지 않은 작품은...다 이유가 있다. 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그것들을 다 읽지 못하는 건...다 게으름 때문인게 사실. (적어도 나에겐 ㅋ) 비히트작품을 완독하신 반님 칭찬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3-23 22:25   좋아요 2 | URL
읽고 걸러드리거나 오히려 반대로 모객하거나 ㅎㅎ하는 것도 저의 한 소임입지요...이건 그냥 출판사들이 이름으로 소소한 작품 팔려고 내놓았다는 심증 외에는 남지를 않네요...(출판사가 이 댓글을 싫어합니다.)

비틀즈 2022-03-18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걸 뒤라스 처음으로 접했는데 굉장히 감각적으로 휙 읽었습니다. 그 문체가 맘에 들더군요. 그래서 차근차근 뒤라스의 작품들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역시 연인이 최고의 작품일까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03-19 15:05   좋아요 0 | URL
연인을 좋아하시는 엄마는 극찬을 하시더라구요. 저는 이 책과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모두 작가 명성에 비해 별로였어요 ㅎㅎ30대 초반작보다는 무르익은 노년작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