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2 마르그리트 뒤라스. 처음 뒤라스 소설 읽은 게 벌써 다섯 달 전이라니. 작가가 30대 후반에 쓴 그 소설 속 인물들도 여행 중이었다. 이탈리아의 무더위 속에서 휴가를 보내고 술을 마시고 보트를 타고 썸 타고 밀당 하고 섹스하고 할 일 다하다가 먼 길을 떠나 유적지의 말 그림을 볼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 소설보다 7년 뒤에 발표된 소설을 두 번째로 읽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은 훨씬 더 줄었고 소설도 이전보다는 더 깔끔하게 쓰게 된 것 같다. 마리아와 피에르 부부와 그들의 자녀 쥐디트, 그리고 아름다운 클레르가 마드리드를 향해 여행중이다. 폭풍우 때문에 방도 없는 호텔에 갇혀 하룻밤을 보낸다. 마을에서는 치정 살인이 발생하고,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죽인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는 지붕에 숨어 있다. 마리아가 그를 발견하고 구하려고 한다. 마리아는 피에르와 클레르가 눈이 맞아 조만간 섹스할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할 수 있는 일은 살인자를 빼돌리려는 시도와 술 퍼 마시는 것 밖에 없다. 으악. 결국 그들은 성당에서 고야 그림도 보고 마드리드에도 갔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그 다음 셋이 어떻게 됐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졸려서 혼났다. 자꾸 비오고 그러다 덥고 나는 졸리고 마리아도 졸리고 나도 절주 해야지 마리아처럼 퍼 마시다간 큰일나겠네 헤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도 졸립다. 40대의 뒤라스도 별 감흥이 없으니 다음에 읽게 된다면 70세로 바로 쩜프해서 연인을 봐야겠다. 그러고 나서는 더 나이 먹고 쓴 거만 봐야지… 대작가의 히트작 이전은 굳이 안 보셔도 되요. 순서대로 볼 필요도 없어요… 이미 두 권 읽고 졸려 죽겠는 내가 증명합니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이나 여름밤 열 시 반이나 너무 판에 박히게 비슷했다. 배신의 주체가 전작은 부인이고 다음작은 남편인 게 다를 뿐 더위 속에 애기 물에 씻기는 장면조차 겹치고...동네가 이탈리아에서 에스파냐로 바뀌기만 하고...여행가고 싶네...근데 자꾸 졸리다. ㅋㅋㅋㅋ+밑줄 긋기-“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그녀가 묻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다. 그가 말한다. “사랑하고 있소. 나는 마리아를 사랑해왔지. 그리고 당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