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거꾸로 대산세계문학총서 59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지음, 유진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20201204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

‘거꾸로’의 존재는 이전에 읽은 줄리언 반스의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에서 알게 되었다. 산문집 속 삼인방 중 몽테스키우였나, 백작 어르신이 모델로 의심 받는 데 제상트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반스는 그러기엔 억울해 보여, 하면서도 이 소설의 내용을 자꾸 소개해서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살아 있는 거북이 등껍질에 금박과 보석을 씌우는 악취미라든가… 늬 집에 이런 거 없지! 늬 이런 책 봤나! 하는 게 오기가 났다. 그런데 서울시전자도서관에는 없는 책이 없니… 찾으니 나와서 빌렸다.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지만, 데 제쌩트라는 쌩또라이 귀족이 온갖 탐미적이고 호사스러운 취미를 부리면서 소시적 다른 애들 놀듯 방탕하던 삶을 접고 시골 구석에 스스로 아싸를 자처하며 은둔하다가 몸이 망가져서 강제로 파리행- 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혔다.
돈이 썩어나는 귀족이 하던 놀음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보석으로 거북이 치장(해서 죽게)하기, 생화 같은 조화 모으다 못해 조화 같은 생화, 독특한 식물 모아 기르기, 독특한 회화나 판화작품 소장하고 혼자만 감상하다 남들이 칭송하면 집어치우기, 향수 만들기, 장서를 모으다 못해 온갖 이상한 가죽과 종이 동원해 자기 만의 리미티드 에디션 출간하기, 꼬마애 살인자 만든답시고 매음굴 데려다주기, 이런저런 술 모아서 나만의 술천국 만들기, 영국 여행하겠다고 짐 다 싸서 나섰다가 비오는 파리 시내 술집 가서 영국 소설 떠올리며 코스프레하다 에이 귀찮아 하고 집 와서 나 영국 갔다 온 거랑 차이 없음 하고 정신승리하기, 재미대가리 없는 기독교 문학 욕하면서도 아니 이건 해도해도 너무해서 오히려 신기하네 하면서 수집하기, 음악은 잘 몰라 하고 슈베르트 들으면 눈물 나…(매독 친구?)하고 대충 얼버무리기 ㅋㅋㅋ등등 그로테스크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을 혼자 하면서 헤헤 재미지다-아이 지겨워! 안 해! 하기를 반복한다. 뭐랄까, 온갖 예술과 미학을 탐닉한 그간 살아온 인류의 총합 정신 같은 놈이랄까...그런데 또 되게 편파적이고 취향 이상한 캐릭터… 끝까지 읽도록 얘가 위스망스의 분신인지, 까려고 극단적으로 만든 캐릭터인지 헷갈렸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 말대로 좋은 책 나쁜 책은 없지만 이 책은 잘 쓰여진 책은 아니다 (실제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수 있음. 줄리언 반스 책에서 봤던 거 대강 기억 나는대로…) 하는 말이 뭔말인지 왠지 알 거 같은 기분이었다. 되게 중구난방 두서 없고 작가의 소양과 취향에 관해 나 이런 거 까지 봤지롱- 하는 과시 같은 느낌이 드는 화려하지만 아니꼬움도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읽고 싶어진 작가들.
플로베르, 엄청 나온다! 에밀 졸라도. 이분들은 여전히 다른 작가들도 수차례 고전 명작 운운 하니까 왠지 더 봐야 할 거 같은 기분...마담 보바리랑 테레즈 라캥 밖에 안 봤어...왜 불륜물이야 둘다…
말라르메 시집...보들레르를 먼저 봐야 하나 싶으면서 하여간에 영업 당함…동시에 에드가 포도 왜 본 게 없어...왜 프랑스 작가들 다 미친놈 같지…
공쿠르!는 검색해봤는데 국내 출간 도서가 한 권이다. 헐. 공쿠르상 타령은 겁나하면서 데 제쌩트가 빨아제끼는데 프랑스어를 일도 모르는 나는 저거 한 권 말고는 그 포스탱인가 뭔가 읽을 방도가 없네요.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본 회화들.
얀 뤼켄의 종교 박해 판화 시리즈. 진짜 이런 거 보면 오히려 박해자들이 사디즘 조장임...믿음이란 사람을 찢어 놓고도 잘했다고 큰 소리 치게 만드는 무서운 것… 판화 찾아보다 엄청난 블로그 발견. 세상에 은둔 고수가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음…
얀 뤼켄 판화 시리즈 포스팅
https://m.blog.naver.com/sonwj823/221547407373

같은 블로그의 귀스타브 모로 헤롯왕과 살로메 포스팅(둥둥 뜬 성요한 머리 보고 헤엑 하는 이 그림은 줄리언 반스 책에도 실려 있어서 퍼놨지…)
https://m.blog.naver.com/sonwj823/221548757606

로돌프 브레 딘? 이름도 잘 못 읽겠는 화가의 죽음의 희극,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판화도 마음에 들어서 인터넷에서 퍼옴...
https://artsandculture.google.com/asset/the-comedy-of-death/RAGEjTFJ4MPJpA?hl=ko&ms=%7B%22x%22%3A0.5%2C%22y%22%3A0.5%2C%22z%22%3A9.085804603768247%2C%22size%22%3A%7B%22width%22%3A1.3551588433240185%2C%22height%22%3A1.2375000000000007%7D%7D

아잉 참 외눈 그림으로 유명한 이름 자꾸 까먹는 르동의 그림 모음. 나는 저 해골 담긴 마법의 솥단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배경화면으로 함 ㅋㅋㅋ
https://arthur.io/art/odilon-redon/cauldron-of-the-sorceress

귀엽고 평범한 거 아름답게 느끼고 싶다...반 짜 빼고 유행열반인 하고 싶다… 그냥 열반도 안 하고 싶음...



+밑줄 긋기
-실상 자신이 쓴 문장들을 몇 년이 지난 후에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실망스럽고 괴로운 일도 없다. 문장들은 이를테면 침전물이 생기면서 맑아지고 책 깊숙이 찌꺼기들을 가라앉힌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책이란 나이를 먹으면서 맛이 좋아지는 포도주 같지는 않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일단 맑아진 후, 각각의 장들은 김빠진 술처럼 맛을 잃어버리고 그 향기는 시들고 마는 것이다.
(‘출간 20년 후에 붙인 서문’ 중-꽤 신성모독적인 내용이 자주 나오고 소설 주인공도 무신론자인데, 한참 지나고나서 작가가 해명하듯 아, 내가 그때 좀 어렸고요, 그때 분위기가 어쩔 수 없는 시기였고요, 저 이제 개과천선해서 하나님 품에 안겼다구요! 하는 구차한 변명이 길었다 ㅋㅋ이거 안 쓰면 책 다 태운다고 협박했거나 죽음의 위협 같은 거 들어왔을 거 같은 기분…)

-카툴루스의 완벽한 제련소에서 빌려온 이 운율법, 쓸데없는 단어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똑같고 뻔한 여백 메꾸기용 단어들로 가득 차 있는 이 독창성도 없고 무지막지한 불변의 운율법, 끊임없이 회귀하여 아무것도 지칭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호메로스풍 수식어들의 빈곤함, 무성의 평범한 색조를 띠는 이 초라한 어휘는 데 제쌩트에게는 고역이었다.
덧붙여 말해야 할 것은 베르길리우스에 대한 그의 찬양이 가장 절제된 축에 속하고 오비디우스의 멀건 배설물에 대한 그의 관심이 가장 신중하고도 은근한 편 속한다면, 호라티우스의 코끼리 같은 우아함, 분칠한 늙은 광대들이 지껄이는 추잡한 농담을 가지고 아양을 떨어대는 이 한심한 굼벵이의 재잘거림에 대한 그의 혐오는 한이 없었다.
산문에서도 이집트 콩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키케로의 장황한 언어, 반복되는 비유들, 애매한 여담들은 역시나 그를 매료시키지 못하였다. 수다스러운 돈호법, 애국심에 젖은 다량의 후렴구들, 과장된 훈시들, 살집 많고 영양 상태는 좋으나 비계로 변하여 골수와 뼈는 없는 육중한 몸집의 문체, 문장을 시작하는 기나긴 부사들의 견딜 수 없는 군더더기, 접속사들의 끈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 비만한 문장들의 천편일률적인 서식, 그리고 진력나는 동어반복 습관은 데 제쌩트를 사로잡지 못하였다. 간결함으로 유명한 카이사르 역시 키케로와 마찬가지로 그를 열광시키지 못하였다.
(고전 문장 아프게 까는 것 봐 ㅋㅋㅋ 그런데 굳이 옮겨 적은 건 정말 쓰면 안 될 것들을 너무 적나라하게 나열해 놔서...아...부끄럽다...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ㅋㅋㅋ)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사생활과 인생에 이미 들어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이 여자가 누구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녀의 출신, 이름, 직업, 존재 이유를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설명할 수 없으나 명백한 이 연인에 대해서 어떤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때 문득 이상한 몰골이 그들 앞에 말을 타고 나타났고 일 분간 속보로 달리더니 안장 위에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피가 얼어붙었고 그는 공포로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버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 애매한 몰골은 초록색이었고, 보랏빛 눈꺼풀 속에 밝고 차가운 청색의 끔찍한 두 눈을 뜨고 있었다. 부스럼이 입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마른 두 팔, 팔꿈치까지 맨살을 드러낸 해골 같은 두 팔이 넝마로 된 소매 밖으로 나왔고 열에 들떠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살이 없는 허벅지는 너무도 통이 넓은 무릎 덮개달린 장화 안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끔찍한 시선이 데 제쌩트에게 고정되더니 그를 꿰뚫고 뼛속까지 얼어붙게 했다. 한층 더 겁에 질린 불독 여인은 그에게 달라붙었고 뻣뻣해진 목 뒤로 머리를 젖히고는 죽어라 고함을 질러댔다.
즉시 그는 이 무시무시한 장면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는 바로 눈앞에 매독의 여신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악몽 스케일...그러게 작작 좀 방탕하지 ㅋㅋㅋ)

-에른스트 엘로가 쓴 ‘인간’...이 작가는 종교계의 동료들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그의 행동거지에 질겁한 신자들의 그룹에서 거의 외톨이가 된 에른스트 엘로는 마침내 지상에서 천국으로 이르는 대로에서 벗어나기에 이르렀다. 아마도 너무나 진부한 이 길이 주는 역겨움과 벌써 몇 세기째 줄줄이 똑같은 길을 따라 앞사람의 발자취 그대로 나아가며 동일한 장소에 멈춰 서서 종교와 교부들 그리고 자신들의 동일한 신앙과 스승들에 관해 상투어를 나누는 문학 성지 순례자 무리가 주는 역겨움 때문에 그는 옆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어 파스칼이 발견한 음습한 공터에 도달하였고 거기서 오랫동안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길을 재촉하여 그 자신 야유를 퍼부었던 그 장세니스트보다도 더 먼저 멀리 인간 사고의 다양한 지방으로 들어섰던 것이다.
(왜 이런 아웃사이더에 끌리냐 나란 사람아 ㅋㅋㅋ신이 있다면 세상을 이 따위로 두는 신이라면 그냥 믿지 않고 지옥 갈래 하던 패기….)

-그러므로 사디즘의 힘, 그리고 그것이 지닌 매력은 신에게 드려야 할 찬양과 기도를 악마에게로 보낸다는 금지된 기쁨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예수를 더욱 심하게 조롱하기 위하여 그가 가장 명백하게 영벌을 내린 두 죄악, 즉 예배의 모독과 육욕의 난무라는 죄악을 범함으로써 사람들이 비록 거꾸로라도 준수하는 가톨릭의 규율들에 복종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다.
결국 사드 후작이 자신의 이름을 물려준 이 증세는 교회의 역사만큼이나 유서가 깊은 것이었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그것은 일종의 격세유전 현상에 의해 중세의 마녀 집회의 불경한 광행들을 되살려냄으로써 18세기에 창궐했던 것이다.
교회로 하여금 수천 명의 강신술사들과 주술사들을 화형으로 전멸시키도록 했던 자콥 스프렝제의 끔찍한 규범서인 ‘마녀들의 망치’만 읽어보더라도 데 제쌩트는 중세의 마녀 집회에서 사디즘에 의한 모든 종류의 음탕한 관행들과 모든 불경한 언행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악마가 애지중지하는 추잡한 광경이며, 적법하건 패륜적이건 성교에 계속해서 바쳐지는 밤들, 색정에 의한 폭행으로 인해 피로 물든 밤들 외에도, 데 제쌩트는 빵과 술에 저주를 퍼부으며 사람들이 네발로 엎드린 여인의 등에서 악마의 미사를 집전하고 그녀의 노출된 엉덩이를 계속해서 능욕하며 재단으로 삼고, 참석자들은 조롱하듯이 숫염소의 모습이 새겨져있는 검은 밀떡으로 영성체를 하는 데에서 예배 행렬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모방, 지속적으로 신에게 가해지는 욕설과 위협, 그리고 신의 적대자에 대한 헌신을 찾아볼 수 있었다.
(ㅋㅋㅋ또라이의 역사는 길고 깊다. 그러고보니 사디즘 기원 찾는답시고 이미 7년 전에 ‘소돔 120일’완독한 나란 여자...해치지 않아요. 살로 소돔 영화도 봤지롱...책 먼저 보고… 사드는 진짜 또라이 인정. 불신자에 반역자 이렇게 많은 거 보면 그냥 착하게 살고 싶어진다. 늦게 태어난 후발주자 너무 식상해…)

-아이들의 싸움에 호기심을 갖게 되자 그는 자신의 병에 대한 상념들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말썽꾸러기들이 악착같이 싸우는 광경 앞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잔인하고도 가증스러운 법칙을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이 아이들이 비천한 처지에 있었건만 그는 그들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아이들의 엄마가 이들을 차라리 낳지 않았던 것이 이 아이들에게는 훨씬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유아기부터 습진이며 복통이며 열병이며 홍역을 알아야 하고 걸핏하면 따귀를 얻어맞는 게 그들의 숙명이었다. 열세 살 무렵이면 구둣발에 차이고 단순 노동에 종사해야 한다. 성년이 되면 여자들한테 기만당하고 질병에 시달리며 아내의 바람기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인생의 황혼녘에는 걸인 수용소나 빈민 요양원에서 불구가 되어 임종을 맞아야 한다.
결국 미래란 모두에게 똑같은 것이므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었다면 서로 시기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부유한 자들에게도 환경만 다를 뿐 똑같은 열정과 똑같은 근심, 똑같은 고난, 똑같은 질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알코올중독에 빠지건 문학에 쉼치하건 육욕에 탐닉하건 간에 한결같이 시시한 향락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모든 악에는 막연하게나마 보상이 있었다. 즉 훨씬 허약하고 수척한 부자들의 육신을 짓누르는 육체적 고통에서 빈자들을 쉽게 벗어나게 해줌으로써 계급들 사이에 불행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일종의 정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아야...이 양반아 이걸 생각할 순 있겠지만 그걸 또 내뱉냐 ㅋㅋㅋ 아무튼 어린이란 말을 만들어주시고 어린이 보호에 힘써주신 방정환 선생님 먼저 태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눈물 뚝뚞)

-그 자신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추방했던 것 아닌가? 대체 자신의 삶처럼 명상에 빠져들고 몽상 속에 머물려 애쓰는 삶을 사는 단 한 사람이라도 그가 알고 있단 말인가? 한 문장의 우아함과 그림의 세밀한 터치, 사고의 정수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 말라르메를 이해하고 베를렌을 좋아할 만큼 섬세하게 다듬어진 영혼을 지닌 사람을 단 하나라도 알고 있는가?
(와 데 제쌩트 자뻑도 정도가 있지... 나 말고는 이런 사람 없어! 파리 가기 시러! 징징징)

-가장 비양심적이고 꾀바른 자들은 모든 염치를 내팽개쳤다. 그들은 행상에 가담하고 사업의 진창에 키질을 해대며, 비속한 도둑놈들과 매 한가지로 중죄 재판소에 출두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항상 편파적일 수 만은 없는지라 그들은 결국 감옥의 사서들로 임명하기도 하는 인도주의적인 법원의 성가를 드높이는 데에 기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돈벌이에 대한 이러한 악착같음, 억누를 길 없는 금전욕은 항상 귀족 계급에 의지했던 또 다른 계급인 성직자 계급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끼쳤다. 이제는 신문들의 4면에서 발의 티눈을 고쳐준다는 사제의 광고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수도원들은 제약 공장이나 술도가로 변모를 거듭했고 조리법을 팔거나 직접 만들어 팔고 있었다. 시토회는 초콜릿과 트라피스트 수도회 상표의 술, 전분, 아르니카 알코올 침제를 팔았고 마리아회는 약용 이인산 석회와 소독약을, 도미니크회는 뇌일혈 예방약을, 브누아성인의 제자들은 베네딕틴 술을, 브뤼노 성인을 섬기는 수도사들은 샤르트 뢰즈 술을 팔았다.
(저 덕분에 수도원 맥주 처묵처묵 잘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변질 되었다기 보다 그냥 글에 남은 청렴 순수 은둔의 수도사 이미지에 속으신 거 아닙니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 아임니꺼)

-“그렇지만 가톨릭 교리를 파괴하는 것은 생리학자도 무신앙자들도 아니란 말이야”라고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것은 바로 어설픈 활동으로 가장 단단하게 박힌 신앙심조차 뽑아버리는 성직자들이거든.”
(ㅋㅋㅋㅋㅋㅋㅋ때찌 살살해주세요…)

-...부르주아는 자신의 자본력으로 어리석음을 전염시켜가며 경박하게도 군림하고 있었다. 그들이 군림하게 된 결과는 모든 지능의 압살, 모든 정직의 부정, 모든 예술의 죽음이었다. 실제로 타락한 예술가들은 무릎을 꿇었고 고위 악질 브로커들과 저급한 폭군들의 냄새 나는 발에 뜨겁게 입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적선이 그들을 먹고살게끔 해주기 때문이었다!
회화에 있어서는 물컹한 허섭스레기의 홍수였다. 문학에 있어서는 진부한 문체와 비굴한 사상들이 넘쳐흘렀다. 왜냐하면 이제 문학은 투기꾼 사업가의 정직, 자기 아들을 위해서는 지참금 사냥에 나서면서도 자기 딸의 지참금을 주는 것은 거절하는 사기꾼의 미덕, 성직자를 강간범으로 비난하면서도 진정한 예술적인 타락도 없이 위선적이고 멍청하게 수상쩍은 방들에 가서 대야에 담긴 끈적끈적한 물과 더러운 치마들에서 나는 은근한 후추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아대는 볼테르주의자의 정숙한 사랑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구대륙으로 옮겨놓은 미국의 거대한 도형장이었다. 그것은 또한 은행가와 졸부들이 저지르는, 깊이도 폭도 측량할 수 없는 버르장머리 없는 짓거리였다. 그것은 은행들의 불경한 성막 앞에 납작 엎드려 불결한 성가를 토해내는 우상숭배의 도시 위로 비천한 태양처럼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자!무너져라, 사회여! 제발 죽어라, 낡은 세계여!”자신이 떠올린 광경이 너무도 비열한 데 분격한 데 제쌩트가 소리쳤다.
(아 이놈의 어마어마한 귀족주의...어디서 천한 것들이 주인인 척 해! 하고 선긋는 게 우스운데 데 제쌩트의 저 대사는 내가 입버릇처럼 “나쁜 썌키들, 다 죽었으면!”하는 거랑 왜 닮았냐 ㅋㅋㅋ)

-위스망스가 이 소설을 집필한 후 오로지 “열 사람만을 위해,” 그리고 “머저리들에게는 단단히 빗장이 잠겨진 난해한 책을 썼다”라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거꾸로’의 무궁무진한 의미망은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여 풀어내기에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스탕달에 의해 유명해진 “행복한 소수에게”라는 표현을 이 소설만큼이나 잘 구현한 작품을 찾아보기란 아마도 쉽지 않으리라. 그 겨로가 많은 사람이 ‘거꾸로’라는 소설에 대해 들어 알고는 있으되 정작 그것을 직접 읽은 실제 독자의 수는 많지 않은 독특한 수용 양상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옮긴이 해설 중. ㅋㅋㅋ왜 이 부분 읽는데 옛날 개그 프로그램에서 단발머리하고 웃기게 생긴 세바스찬이 ‘천한 것들’하고 귀족 놀이 하던게 자꾸 떠오를까...어쨌거나 쇤네 같은 천것도 읽었으니 열 명은 넘겠습니다 그려...줄리언 반스 포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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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2-05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희랑 놀아주시면서 언제 저렇게 시청각 자료 가득한 포스터를 쓰셨대. 링크 걸어두신 곳들도 진짜 장난 아니네여. ˝해골 담긴 마법의 솥단지 그림˝ 저도 마음에 들어요. 막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이런 말이 들리는 거 같아요. 기괴한데 슬픔이 느껴져요. 링크해주신 곳에서 살로메가 세레자 요한의 목을 들고 있는 그림 봤는데, 그 중에 한 장에서 요한의 표정이 평-안해보이더라고요. (목이 따였는데 왜 ㅋㅋㅋ) 그래서 좀 더 읽어봤더니 흔히 알려진 살로메 나쁜년! 말고도 살로메가 요한을 너무 사랑해서 둘 다 죽게됐다는 방향도 해석도 있나 보더라고요. 덕분에 방구석 미술 문학 여행 다녀왔어요! 열반인님 이름에서 유행이 반짝반짝 빛날 날을 기원합니다! 그때 나만 알고 싶은데 남들도 다 알게 됐다고 나쁜 귀족들처럼 손절하지 않을게요. (이미 아님 ㅋㅋ) 이 책 박찬욱 감독이 지식인의 서재에서 추천했던 책인데 엄청 이야기가 많은 책이었군여! 괄호 속의 코멘트들도 재밌게 읽었어여!

반유행열반인 2020-12-05 12:02   좋아요 2 | URL
박찬욱 진짜 안 읽은 게 뭔지 아가씨 보면 소돔120일도 쥘리에트 나오는 거도 다 본 거 같더라고요 ㅋㅋㅋ 오래 준비해 온 대답이 더 나은 제목 같다 ㅋㅋㅋ이전 제목 너무 비장해서 역시나 르동이 그린 해골이랑 어울리지 시칠리섬이랑은 영 ㅋㅋ 아..난 사진만 보고 요한 흥! 왜날뷁! 하고 목 딴 사연은 제대로 안 봤네요. 저 유행이 되고 싶다기 보다 그냥 누가 지시하는대로 남들 좋다는 거 무던히 좋아하는 사람 되고 싶다는 소망인데 이미 애들 애쵸티 좋아할 때 혼자 패닉 좋아하던 시절 부터 글른 거 같아요 ㅋㅋㅋ

하나 2020-12-05 12:08   좋아요 2 | URL
역시 아는 만큼 보이시는구나. 저는 아가씨 보고 김미니가 이쁘다 ㅋㅋㅋ 였는데, 박찬욱도 책 좋아하는 거 같아요. 와이프가 이동할 때 책 읽어준다고 자랑하는 거 무슨 팟캐스트에서 들었어요. 그쵸 예전 제목은 르동 그림에 어울리네요. 그때 퇴사 직후라 비장미 철철 넘쳤구 지금 정신차리고 보니 어후 모야~ 싶어서 제목 바꾼 거 같아여 ㅋㅋㅋ 무던한 사람 되시는 건 포기하셔야 될 거 같아요. 우리 오빠 지금 포인트를 모르시잖어. ㅋㅋㅋㅋㅋ 그때 에쵸티가 아닌 이적을 좋아할 수는 있어요! 근데 그걸 티를 내는 순간 끝이라고요. ㅋㅋㅋㅋㅋ 외로운 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scott 2020-12-05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가씨에서 태리가 더 야해 ㅋㅋㅋ 열반이님 리뷰 읽다가 급 배고파져서 밥먹고 와서 읽기로 ^0^

반유행열반인 2020-12-05 12:54   좋아요 2 | URL
저는 그 영화 하나도 안 야하고 웃겼어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