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3 이토준지. 다자이오사무 원작. 일본 작가 소설은 읽은 게 거의 없다. 제목과 작가 이름만 줄창 듣다 장강명 책에 이토준지가 만화로 그렸다고 하길래 꾀가 나서 소설보다 만화를 먼저 보기로 했다. 이십 대에 본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가 아버지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며 온갖 광대짓을 하고, 사랑받으려고 엉터리 남자들에게 매달리고 하는 모습이 마음 아프면서도 거울 보는 것만 같았다. 거기서 마츠코가 ‘우마레테 스미마센’ 하는데 그게 인간실격에 나온 말이라 했다. 가끔 자조할 순간에 농담처럼 잘 써 먹은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만화는 참...익히 봐온 이토준지의 아지랑이 같은 곡선의 반복과 조각난 토미에처럼 복사본 마냥 그려지는 여체에다 원작의 땅파고 내핵까지 들어가는 우울과 나 왜 살지 하는 분위기까지 찰떡이었다. 그런 자괴감과 자기혐오와 자기파괴 본능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게 또 슬펐다. 요즘 왜 자꾸 슬퍼. 단풍이 너무 빨갛고 노랗게 예뻐서 슬프지. 사람의 끝은 결국 죽음인 건 다 똑같은데 굳이 죽으려고 애를 쓰는 게 더 힘든 일인 것도 같았다. 죽는 게 귀찮아서 사는 사람도 제법 되지 않을까 싶었다. 참 열심히 자기와 주변인을 망치고 부수고 부지런한 인생...보다 보니 나는 좀 게으르게 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