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말하기 -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김하나 지음 / 콜라주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20201101 김하나.

말을 많이 하는 일로 먹고 산다. 그덕에 후두염을 거쳐 성대결절, 성대용종으로 섀도우창법을 구사...한 건 아니고 목소리가 쉰소리로 갈라져 결국 용종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고나서야 본디 음색을 찾았지만 이전과 같이 쉬이 노래할 수 없게 된...건 아니고 노래는 원래부터 잘 못했다.
제법 많은 수의 사람 앞에서 말해야 하고, 일대일로 상담도 해야 하고, 회의도 많고, 그런데 말을 하다보면 금세 감정적이 되고 화도 잘 내고 또 직설화법을 쓰다보니 남에게 상처줄 일도 반대로 받을 일도 많았다. 그래서 한 때는 말 안 하고 살 수 있는 직업은 없나 하고 전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노동력 팔아 먹고 사는 주제에+근력 쓰는 육체노동을 할 처지도 못되는 체력에 그런 건 없더라. 목소리라도 팔아 먹고 살아야했다. 한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내가 말하는 걸(얼굴은 안 나오게) 잔뜩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릴 일이 생겼다. 검토한다고(실수를 찾아봤자 재녹음은 없고 텍스트로 오류 사항을 수정해 게시할 뿐이지만…) 녹음한 걸 다시 재생해 보면서 내 말버릇 같은 걸 알게 되었다. 예전보다 말의 속도가 느려지고 소리의 높이가 약간 낮아진 건 듣기 편해진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이다. 발음이 비교적 명료하지만 가끔 끝을 흐리는 건 새로 생긴 나쁜 버릇.
처음 본 날 어떤 친구는 내가 말을 하도 잘해서 본인은 정신 없이 듣고만 있었다고 했다. 그말을 들은 나는 서로 주고받는 말하기, 대화 같은 데는 영 소질이 없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리액션과 내 차례를 찾는 법과 끼어들지 않고 참는 법 같은 걸 잘 못해서, 말을 안 할 때는 아예 안 해 버리고, 또 주도권을 잡았다 싶으면 말하고 듣는 시간을 제대로 배분하지 못하고 도취 상태로 내 말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화 상대에게 뒤늦게 미안함을 느낀다.

그런 내 앞에 ‘말하기를 말하기’라니, 책 제목에 끌려 읽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 알게 된 김하나 작가의 책이었다. 말을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일이지만 잘 말하는 일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어 그걸 미리 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성우 공부도 하고, 자신이 말한 것을 다시 들어보고, 남이 말하는 걸 주의깊게 듣고, 특히나 말 잘한다 싶은 사람들의 특징에도 주목해보고, 준비도 많이 하고, 습관에 젖는 걸 경계하고, 잘 말하기 위해서 고민할 부분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팟캐스트는 들은 적 없고, 유튜브도 많이 안 보는 편인데 문득 궁금해서 유튜브를 열어보았다. 박상영 작가와 김하나 작가가 북토크 하는 영상 썸네일이 딱 보였다. 거기에서 김하나 작가가 말하는 걸 (아니 아예 생김새 자체를) 처음 보았는데, 별 예상 안했지만 그래도 뭔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나새끼 유튜브 영상으로도 낯가리나 봄… 영상인데도 이런데 이제는 일로든 친목이든 새로 사람을 만나면 진짜 으아아와와아가어ㅔㅂ하고 적응 못할 것 같다.ㅋㅋ

목이 아파도 말을 해야 쌀이 나오고 돈도 나온다. 글로는 (일회적인 이벤트 당첨이나 온라인 자문이나 연구 협조, 검토 보고서 작성 같은 거 말고는) 벌어 먹을 처지가 못된다. 말로 하는 대화보다는 글자로 하는 대화가 훨씬 편한 사람이지만 대면해야 해결되는 일이 세상에는 더 많다.
그러니 기왕해야 하는 말하기라면, 조금 더 낫게 말하는 법을 고민하고, 내 말하기를 돌아보고, 남의 말도 잘 듣고 적절한 시점에 리액션도 하고, 한 마디 더 할 거 참고 상대가 한 마디 더 하도록 기다려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일단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것부터 조금씩 나아질 방법을 찾아야 할 듯. 지나치게 친해지거나 나빠질 사이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오면 오는 거고 가면 가는 거지 하는 거부터. 그래도 일단 내 앞에 있을 때는 친절하고 의미 있게 대하는 법부터 시작.
사랑도 미움도 시작은 말하기와 듣기인 것 같다. (글쓰기와 읽기일 때도 있지만…) 끝도 마찬가지다. 꼭 필요할 때는 불평과 비판의 말도 거침없어야겠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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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1-01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나치게 친해지거나 나빠질 사이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오면 오는 거고 가면 가는 거지 하는 거부터.˝ 맞아, 맨날 자기한테 실망할 거면 빨리 하래 ㅋㅋㅋㅋㅋㅋ 싫거든요! 저는 어지간해서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어떤 마음인 줄은 짐작하지만, 오래오래 있고 싶어요. 조금 더 따듯하고 다정하게 말하고 싶고요! 김하나 작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보고 트위터 구경 좀 했는데 사려 깊은 사람인 거 같아요. 되게 말하는데 고민하고 신경써서 그런 거구나.

반유행열반인 2020-11-01 17:43   좋아요 1 | URL
하나님 책을 읽으니 다른 하나님이 댓글로 소환됨 ㅋㅋㅋ 저는 미리 걱정이 주전공이라 자꾸 겁먹고 쫄아요. 미움 받는 것도 무서워하면서 익숙해지지도 못하고 ㅋㅋㅋ 저는 말하는데 되게 고민 없던 사람이라 이제부터라도 해 봐야겠습니다. 사려 깊은 사람처럼은 안 보이더라도 가벼운 사람으로는 보이지 말아야지 ㅋㅋㅋㅋㅋㅋㅋ

하나 2020-11-01 17:50   좋아요 2 | URL
나 가벼운 것도 되게 좋아하는데 ㅋㅋㅋㅋㅋ 마음 속에만 묵직한 거 좀 있고 그럼 돼죠! 지금도 충분히 멋지십니당 🧡 김하나는 김하나대로, 열반인님은 열반인님대로! 나이들어서 새사람 만나는게 겁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저는 지금 열반인님 만난게 다행인 거 같아요. 저는 지금이 젤 낫거든요. 예전에는~~~ 휴...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1-01 17:52   좋아요 1 | URL
그런 거야? 예전 같으면 어휴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이러고 서로 쌩까거나 친구 끊기 하고 막 그랬을지도 모르는 거야? 다행이네요 둘다 지금이라서 ㅋㅋㅋ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이라 또 다행이네요 ㅋㅋㅋ

하나 2020-11-01 18:07   좋아요 1 | URL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좋아하니깐) ㅋㅋㅋ 아마 표현을 잘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말하기가 더더 중요해지는 지점은 오히려 관계가 생명을 다했을 때가 아닐까 싶네요. 처음에 좋을 때는 막 내 머리 뒤로 말이 날아가도 붙들어 오고 싶잖아요. 예전엔 그럼 슬퍼서 죽을 거 같았는데 요즘엔 우리 지금 서로 지친 거 같으니 쉬었다 또 만나자~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싶고요. 대중적 말하기나 이런 건 좀 다르겠지만요.

반유행열반인 2020-11-01 18:14   좋아요 2 | URL
요즘엔 우리 지금 서로 지친 거 같으니 쉬었다 또 만나자~ 와 진짜 개쿨한데 정답 같아요....나도 쿨해지고 싶어요....오늘부터 쿨해져야지 ㅋㅋㅋㅋㅋ막 되지도 않을 다짐을 합니다.

2020-11-01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1 18: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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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1 2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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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1 2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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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1-01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사람은 다정하게 말하기가 쉬울까요??
다정한 말하기를 하다보면 다정한 사람이 될까요??
어쨌든 둘다 탐나네요. 우리 모두 열심히 다정합시다.

반유행열반인 2020-11-01 21:57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 열심히 다정합시다 222222!!!!!!

2020-11-06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6 2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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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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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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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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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2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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