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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평점 :
-20200926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와, 어째 모든 작가를 한 편 이상 다 봤지. 심지어 한 명 빼고는 소설집이나 장편소설책을 한 권 이상씩 봤다. 이상하게 강화길은 책을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랑 안 맞아. 절대로 리뷰대회 심사할 때 안 뽑아줘서 삐진 건 아니고요. 그냥 안 맞음...ㅋㅋㅋㅋ
할머니에 대한 소설 모음집인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 중 할머니라 할 만한 연령층은 없다. 3,40대 정도. 할머니 소설가를 생각해 보면 이미 작고하신 박경리, 박완서 작가 정도가 늙도록 쓰신 분들. 소설책들을 열심히 사 모아 두고 정작 읽은 건 토지 말고 없네. 현역에서 여태 쓰시는 할머니 소설가는 왜 생각나는 사람 없나. 열심히 심사위원 하시는 오정희 소설가 정도. 우리 엄마보다 연세 많으시니 할머니라 해도 결례 아니길. 그런데 요즘도 쓰시나. 좋다좋다 말만 듣고 읽은 게 없다. 읽어봐야겠다.
할머니들은 이 소설집을 읽게 될까. 높은 확률로 스스로 할머니라 할 만 하지 않을 사람들이 주 독자층이 될 것이다. 저마다의 기억 속 이미지로 경험으로 관계로 남은 할머니를 떠올리며 눈물 지을까.
이젠 하다하다 할머니를 소비하는 문학인 걸까. 할머니가 되기 전 마음의 준비와 대비일까. 내게 도래할 미래에 관한 상상일까. 누구나 할머니가 된다는 말은 틀리다고 정확하진 않지만 비슷하게 손보미 작가가 작가의 말에 적었던데, 누구에게나 할머니가 있다는 말도 틀린 것 같다. 태어나기도 전에 할머니가 죽고 없는 사람도 있으니. 죽지 않았어도 부모가 조부모와 연을 끊었다던가 젊어서 집을 나갔다던가 등등.
자기 혈육인 할머니가 아니어도 주변 도처에서 마주하는 게 할머니잖아, 돌아볼 수는 있는 거잖아, 해도 거기 그렇게 살아오고 살고 있는 할머니를 들여다보는 일이 쉽지는 않다. 관심과 시선과 들어줄 귀를 기다리는 노년도 있지만, 늙음과 약해지고 소멸해가는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것조차 폭력일 지도 모르겠다.
되게 어려운 주제인데 작가들 나름대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딱 이거다 하는 소설은 못 만났다. 백수린의 소설집에서 본 흑설탕 캔디가 처음 읽을 땐 좋다 했는데 두 번 읽으니 그냥 그랬다. 쓸데 없이 낭만적이야. 할머니 본인 입도 아니고 남은 일기장과 기억으로 재구성해 보는 손녀의 서사일 뿐.
할머니들의 인생에 관한 서사는 결국 나도 빚을 지게 될 것 같은데. 우리보다 힘들게 살았다. 서러웠다. 자손을 챙기거나 상처를 주었다. 망가지다 죽었다. 짐이 되었고 짐이 되기 싫어했다. 음 어렵다. 나의 엄마도 할머니가 되었다. 내가 할머니가 될 수 있을지는 살아남아 봐야 알 일이다. 책 제목이 왜 나의 할머니에게 인지는 다 읽고 나서도 모르겠다. 젊은 녀석의 무지와 몽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