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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4월
평점 :
-20200920 박상영.
작년에 박상영 작가의 소설 두 권을 만났다. 신선하면서도 걱정했다. 내 더러운 버릇 가운데 하나가 남의 신변을 지레짐작하고 미리 걱정하는 일인데, 아, 소설은 되게 재미있는데 이 작가 멘탈이고 피지컬이고 건강이 위태로워 보인다? 나는 재미있지만 너는 괜찮겠어? 그러다가 내가 누굴 걱정해, 나나 잘하자, 했었다.
어쩌다가 작가가 연재한다는 칼럼 딱 한 편을 읽었다. 이 에세이집에 실린 19번째, 거의 마무리에 다가간 글이었다. 그 글 안에 에세이 출간 소식이 담겨 있어서(점쟁이에게 올해 이 책도 나올 건데-하는 식으로 흘려서) 책이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생 마지막 점을 보러간 날(이제 점 안 봐)이 제법 유쾌하고 희망적으로 읽혔다. 그래서 새 에세이가 나오자 이걸 사 말아, 장바구니에 넣다 뺐다 했다. 좋아하는 소설가들 에세이 보고 실망한 적이 많아서 이번에도 그럴까 봐… 그렇게 반 년 버텼더니 전자 도서관 신간에 이 책이 나와버렸어… 소설책 두 권은 사 봤으니까 용서해줘요...세 번째 소설집은 사 볼게요 작가님아…
제목으로 쓰인 말이 매 꼭지 마지막마다 자조하는 농담처럼 반복된다. 탐식은 다양한 과몰입, 과의존에 빠지곤 하던 내가 유일하게 침범(?)하지 않은 분야라 식욕에 대해서는 맞장구치지 못했다. 요즘 비임신 상태로는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으며 체중 걱정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야식에 빠져드는 텅빈 마음은 조금 알 것 같았다.
에세이 절반은 회사 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고충을 풀어놓는다. 책의 딱 중간에서 작가는 회사를 그만둬버린다. 책을 펼치기 전 미리 읽은 연재 분량이 가장 밝은 이야기였고 나머지 팔할은 내내 어두컴컴했다. 어두컴컴할 것 같다고 짐작만 하다가 실제로 어두컴컴한 일상을 마주하게 되니 막 즐겁게 읽히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그럼에도 존버하는 너님들 파이팅(실제 책에 이런 구린 표현은 절대 쓰이지 않았습니다…내 방식의 후진 번역)하는 마무리도 식상했다. 하지만 뭐 어쩌겠냐. 나는 꿈을 이루었으니 너도 다 때려치고 네 꿈을 향해 나아가라! 이것도 무책임하고, 대책 없이 집어치우면 인생 말아먹기 좋으니 신중해라- 하는 것도 힘든 하루 겨우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공허한 말일 뿐이다. 결국에는 나는 이렇게 살았고, 이런 선택을 했고, 어찌어찌 여기까지 와 있습니다- 하고 보여주는 것 이상은 없겠다. 그게 약간 감동을 줄락말락하고, 아쉽기도 짠하기도 하다가, 역시나 결론은 나나 잘하자, 했다. 한 번 더 말하지만 세 번째 소설집은 사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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