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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책갈피의 기분 -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김먼지 지음, 이사림 그림 / 제철소 / 2019년 6월
평점 :
-20200810 김먼지.
책 제목과 저자의 이름만 보고 재미있어 보여서 빌렸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작가가 쓰거나 그린 창작물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더해 정말 물성을 가진 ‘책’이라는 사물, 상품, 존재가 되도록 애쓰는 사람 여럿이 달라 붙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여러 출판사에서 몇 년 간 일해온 편집인이고, 그러다가 편집인으로 일하는 고충에 대한 글을 써서 독립출판을 했고, 그 책이 주목받으면서 상업출판까지 하게 되어 내가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신기하면서도 짠했다. 왜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고생이 필요한 것일까. 삶이란 다 그런 건가? 내가 하는 고생은 과연 누군가의 즐거움이 되는 건지 궁금하다. 내가 누리는 즐거움은 또 괜시리 미안해진다. 즐겁기도 하고 지루하거나 괴롭기도 하던 독서 끝에 이런 저런 말을 싸지르는데, 자식처럼 내놓은 책을 그렇게 가혹하게 물어뜯으면 아파할 사람이 작가 말고도 많겠구나, 번역자, 편집인, 교열교정인, 인쇄소에서 일하는 분들, 하여간에 많겠구나.
그래도 읽고 또 뭐라뭐라 주절주절 불평하면서 다른 책 찾아 나서겠지.
처음부터 편집인 되고 싶던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쓴 작가도 쓰는 일에 대한 열망이 엄청 났고, 결국은 써서 펴냈다. 술술 잘 읽히고 책이 나오는 과정에 대한 정보도 주고 짠 한 마음도 주고 아, 책은 읽을 때 좋은 거지 만드는 일에 가담?하기 시작하면 그건 또 무한 고통이구나,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딨어, 그러니 내 하던 일이나 잘하자...하는 자기반성까지…
내 책을 갖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굳이 나무의 영혼을 나까지 탈탈 털어서 폐휴지 만들 필요 있을까 싶기도 한데, 잘 쓰고 많이 읽히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의욕이 바닥이라 그냥 다 집어치우고 싶다. 일기나 쓰고, 메일은 이제 안 쓰고, 독후감이나 쓰고, 그냥 주절주절 혼자 아무말잔치하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나니까. 돈도 안 들고 자원 낭비도 별로 안 되고 내 시간은 잘 흘러가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