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물성의 원리 - 식품을 지배하는 네 가지 분자 맛 시리즈 2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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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8 최낙언.

오랜만에(거의 2년 만에) 최선생님 책 읽었다. 여덟 번째 책. 사실 이 책 2년 전에 나왔다고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들었을 때 두께와 가격과 주제를 보고 흠, 무리다 나에게는, 하고서 구매 욕구를 접어뒀었다. 그러다 이번에 전자도서관에 들어왔길래 읽어보자, 하고 물성의 원리와 물성의 기술을 나란히 빌렸는데...그 때 안 사길 잘 한 것 같다ㅋㅋㅋ 기존의 책들이 식품이나 맛에 관한 교양서 수준이었다면 이 책은 굉장히 본격적이다. 읽을 책 굳이 많은데도 막 도전하는 기분으로 물성의 원리를 며칠 간 꾸역꾸역 읽었다. 읽었다기도 민망한 게 눈으로 글자를 한 번 슥 훑어갈 뿐. 내 뇌새끼는 다른 망상의 나라로 갔다가 맛있는 게 나오면 어, 초콜릿? 헤헤 하며 잠시 집중하다가 다시 다른 나라로 갔다가 반복하며 그냥 시간을 시절을 현재를 죽이고 있었다.

물성의 원리를 다 읽고서 물성의 기술은 그냥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고 다음 기회에 읽기로 했다. 그런데 물성의 기술은 훨씬 더 본격적이다. 원리가 기본 이론이라면 기술은 실전책 개념인데, 온갖 식품의 형태와 식감-물성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 현상, 상태에 대해 그래프, 도표, 사진, 엄청나게 싣고 총망라해 놓았다. 제과류 빙과류 음료부터 육류 전분류 하여간 다 나온다. 짱이다. 식품공학 할 사람들한테는 이 두 책이 바이블에 핵심정리에 족집게 족보 수준일 듯하다. 요리와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책 두권 찹 꽂아 놓고 책등만 봐도 뭔가 든든할 것 같다.

밥도 잘 안 챙겨 먹고 주전부리도 잘 안 하는 주제에 어려서부터 가공식품 뒷면의 성분명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읽던 나는 그냥 순전히 흥미거리로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의 분자구조도들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웠다. 장인이 한땀한땀 포토샵?으로 그린, 그것도 크기랑 휘어진 각도까지 따져가며 그린 모식도들이 무지하게 많이 나온다. 식품에 가장 많은 구성 성분인 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이놈들은 확실히 두드려패고 간다. 동시에 식품 자체가 원래는 생명체였기 때문에 식품 구성 물질이 생명활동을 하는 동안 식물, 동물, 인체에서 어떤 기능을 어떤 원리로 하는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짚고 간다.

단백질의 응고부분은 확실히 기억난다! 전에 뇌과학책이었나 하여간 어떤 책 볼 때 단백질의 접힘현상이 잘못되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뇌의 영역에 대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단백질이 접히고 펴지는 것에 대해 다시 보게 되어서 오, 하고 유심히 보았다. 굳는다고 하면 뭔가 접힐 거 같은데 단백질은 원래부터 막 머리카락 뭉친 거 마냥 데굴데굴 뭉치고 엉켜 있다가 열이나 마그네슘 칼슘 같은 응고제나 물리적으로 휘젓고 압력 주고 난리를 부리면 뭉친게 펴지면서 길쭉해져서 지들끼리 들러붙어서 응고되는 것이라고 한다. 우아아아아아아 그렇구나. 이제부터 계란 부칠 때나 거품기로 휘핑할 때나 치즈를 먹을 때 막 그 뭉친 먼지 같던 분자 사슬이 좍 펴지고 달라붙는 그림을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식품의 용해도와 ph에대한 이야기도 어렵지만 인상 깊었다. 하여간 물성을 이야기할 때는 그게 중요하대… 그리고 또 저자가 아이스크림 만들던 분이라 그런가 초콜릿 코팅된 아이스크림 스르르 입에 녹는 부분 묘사할 때는 완전 공감각 느껴버렸다. ㅋㅋㅋㅋㅋ 제과용 초콜릿도 다 같은 게 아니라 빙과용은 또 다른 녹는점, 식감을 고려하면서 만든다는 걸 막연하게 느끼던 걸 잘 정리해 두었다.

친절하게도 마지막에 물성에 대한 요약정리에다가 다른 맛 책에 나왔던 맛에 대한 요약정리까지 부록으로 제공한다 ㅋㅋㅋ몇 년 전에 읽은 내용 다시 보니까 괜히 반가움 ㅋㅋㅋ 확실히 맛보다는 물성이 어렵다. 그래도 씹고 녹여먹고 마시고 바사삭 쫄깃 쫀득 딱딱 부들부들 우리가 감각하는 것들이 어떤 원리로 그런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을 때 이 책을 보면 좋겠다. 나는 보긴 봤고 알듯 말듯 한데 여하간 나처럼 무식하게 통으로 한 권 볼 책은 아니고...업계 관련자가 두고두고 필요할 때 찾아보면 진짜 좋겠다. 업계 관련자도 아닌 일반인 주제에 강력 추천함...왠지 꼭 그래야 할 기분임….ㅋㅋㅋㅋㅋ졸며 깨며 읽다가 멘탈이 나갔구나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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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8-08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어렵다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0-08-09 06:34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같은 저자가 쓴 맛이란 무엇인가 나 감각환각착각 같은 건 좀 더 재미있어요 ㅋㅋㅋ

바다그리기 2020-08-09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어렵기도 하지만 낯설고 편하게 읽히지 않는 책들을 보면서 90프로 이상 소설에만 치중 되어있는 저의 독서 편식을 반성하게 됩니다. 이 책은 감상을 읽는것만으로도 난해함이 느껴지니 곁눈질을 통해 알게된 것을 기쁘게 여기기로 하고^^, 님의 목록에 있는 책들중 저의 취향과 조금은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어요. 초콜릿홀릭인 저에겐 초콜릿 코팅 아이스크림 스르르 입에 녹는.. 이라는 문장만으로도 침이 한가득 고이는 효과. ㅋㅋ
사르르 파사삭 쪽득의 근원이라니 무지 궁금하긴 합니다.
계속 읽을까 말까 갈등하게 될 것 같아요. ㅎㅎ
읽는 즐거움을 주는 글들 계속 업뎃 해주시니 감사감사~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08-09 09:28   좋아요 1 | URL
더 즐거운 독서가 기다리고 있으니 이 책은 도서관에서 스칠 일이 있으면 한 번 훑어나 보시는 걸로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09 09:30   좋아요 2 | URL
갈등 후려쳐버리기 기술입니다 ㅋㅋㅋ 제가 본의 아니게 낚시하는 것 같아 그냥 이 책의 존재를 알리는 정도로만...혹시 식품 관련 업계 종사하시면 실무용 장식용으로는 권합니다. 아니라면 졸고 괴로운 건 제 선에서 끝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