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20200804 줄리언 반스.

미술은 하나도 모른다. 얼마나 모르냐면 이웃에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을 프사로 올려달라고 했다가 민망했던 적도 있다....진짜 1도 몰라서, 그리고 랭보가 턱 괴고 있는 표지 그림이 아련해서 읽었다.

미술이나 색채에 대한 책을 볼 때는 항상 아쉽다. 글에 언급한 그림을 조금 더 실어주면 좋을 텐데, 그러자면 책의 두께나 가격이 친절하지 못하겠지. 전지전능의 구글신이 있으니 조금 부지런하면 검색하면 되는데, 굳이 미술에 대해서 썼으면 글만으로도 뭘 좀 남겨줘야 하지 않겠어? 하고 고집을 부리며 꾹꾹 참고 읽었다. 그러다가 열 번째 글까지 읽고 목차를 펼쳐 놓고 화가들의 이름을 주욱 검색해 보았다. 오, 읽고 나니 뭔가 더 알듯말듯한 느낌으로 그림을 보았다. 게다가 같이 읽던 ‘내 인생은 열린 책’에서 앵그르와 제리코를 언급할 때 이 책을 먼저 읽은 덕에 오, 나 들어본 화가다, 할 수 있게 되었다. ㅋㅋㅋ 나머지 일곱 챕터는 읽기 전에 미리 화가들의 작품을 검색하고 읽었는데, 그닥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예술에 관해, 창작자와 감상자의 관점 차이에 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생활 엉망진창이고 창작 과정도 폭력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그런 배경 이야기를 제외하고 볼 수 있을지, 알고 모르고에 따라 우리가 그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미술 뿐 아니라 문학도 비슷한 상황을 접하게 되어서 더 관심이 갔다. 아주 오래전이라면야 시대가 지날 수록 맥락이 사라지고 후대 사람들이 그림 그 자체만 보게 되는 날이 올수도 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때가 온 것 같다. 지금을 사는 우리에 대해 너무 많은 것들이 낱낱이 기록되고 남겨지고 있다. 수 년 전에 SNS에 남긴 글, 주고 받은 메시지들의 내용 또는 방법이 올바르지 않음 때문에 오늘의 창작물이, 업적이 절하되고 쫓겨난다. 이제 바깥으로 알려지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더욱 도덕적으로 엄격해지고 완전무결해지거나,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죽은 예술가들아, 솔직히 니들은 운이 좋았어. 요즘 같았으면 니들 다 매장이야…

아쉬웠던 점은, 책 한 권을 통틀어 다 남자 화가 소개 밖에 없다. 뭐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이니 줄리언 반스 취향에 다 남자 화가 작품만 들어왔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생각난 김에 서점 검색창이랑 초록 검색창에 여성 화가, 쳐보니까 진짜 빈약했다. 나혜석, 로사 보뇌르, 프리다 칼로 정도가 나왔다. ’예술하는 습관’을 읽으니 몰랐던 여성 작가, 화가, 예술가들 그렇게나 많던데. 내가 팍 꽂힌 로메인 브룩스도 있지. 미술이라는 장르 자체가 미친놈들에게 특화된 예술인지, 여성이 미술하는 일이 녹록치 않았던 건지, 많은 여성들이 작품을 남겼는데도 평가절하되고 잊혀지고 드러나지 않은 건지,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궁금한 걸 알기 위해서는 공부를 더 해야겠지. 미술사도 하나도 몰라. 오, 여성 미술사로 검색하니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라는 책이 나와서 궁금해졌다.
하여간에 줄리언 반스님 책은...다음에는 소설이나 읽는 걸로...ㅋㅋㅋ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0-08-04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이 랭보였군요 저는 아는 화가들부터 골라읽고 있어요 그림이 부족하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그림크기도 작아서 그냥 속편하게 검색하면서 보고 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0-08-04 18:01   좋아요 1 | URL
저는 아는 화가가 정말정말 없어서 순서대로 읽긴 했는데...기억 날 때마다 검색해보고 싶은 화가와 그림들은 조금 건진 것 같아요 ㅎㅎㅎ

수이 2020-08-05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재미없었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05 18:07   좋아요 1 | URL
어 나도 조금...은? ㅎㅎㅎ쌰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는 어땠어요???

2020-08-05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5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