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20200719 장류진.
지난 달에 소설을 하도 안 읽어서 이번 달에는 다섯 권 읽을 거야! 했는데 이 책과 함께 미션 완료. 전자책 중 짧은 소설 쟁여둔 게 많아서 그런 걸 동원하는 꼼수를 쓰긴 했지만. 다섯 권 넘게 더 볼 것 같기도 하다.
사둔 지는 꽤 되었는데 늦게 펼쳤다. 사진을 보고 예쁘네, 예뻐. 나의 나쁜 버릇인 외모 품평을 하고. 직장인 출신의 소설가, 등단 후 겨우 1년 만에 소설집을 낸 사람, 뭐 그런 이야기들을 열심히 찾지 않아도 들려오고, 젊은작가수상작품집에서 운전 연수 받는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어봤다.
유독 직장인이 많이 나오는 소설집인데, 약간 설익어서 작위적이다 싶은 것도 있고, 읽고 나면 글썽글썽하게 만들거나 여운이 남는 글도 많이 있었다. 그냥저냥 잘 읽었다.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말 마지막이 좋았다. 나도 언젠가 다짐한 말인데 요즘은 그런 마음이 희미해지고 있어서 그런가 한 번 더 그 말을 보았다.
-잘 살겠습니다 …… 『현대문학』 2018년 12월호
청첩장, 친분과 자본의 손익계산, 겪고 나면 정확한 수치로 명확히 갈리지 않는 관계와 마음 같은 걸 늦게 알게 된다. 아무도 그런 걸 가르쳐주진 않더라.
- 일의 기쁨과 슬픔 …… 『창작과비평』 2018년 가을호
월급을 포인트로 주는 새끼 진짜...그런데 생각해보니 정말 포인트나 화폐나 뭐가 다른가 싶기도.,.이 소설도 그렇고 많은 소설이 약간 판타지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나치게 훈훈한 직장인 판타지...위로와 공감...내 동료들 꽤나 다정한데 왜 나새끼 비관적임...
-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 『문장 웹진』 2019년 3월호
화자는 나쁜놈일까? 나쁜놈 까지는 아니더라도 속물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 같은데 조금 가혹한 느낌도 들었다.
- 다소 낮음 …… 『문학3』 문학웹 2019년 6월
이 책이랑 작년도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같이 읽고 있는데 장은진의 냉장고 나오는 소설이랑 약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홍대에서 10년 전에 인디밴드한다고 깝치고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눈물 쥬르륵...
- 도움의 손길 …… 『악스트』 2019년 9 /10월호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게 하는데 하고 싶은 말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책에 부자집앞 거지가 등장하는 장면과 가사도우미와의 미묘한 갈등은 병치하기 무리였던 것 같고. 집주인도 도우미도 둘다 얄밉고 치사하고 어느 하나도 애정이 안 가게 그려놔서 더 애매했던 것 같다.
-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 『릿터』 2019년 2 /3월호
짧은데도 뭔가 짠한 느낌. 일 시작도 전에 돈부터 미리 쓰는 기분이란… 커피 값 몇 천원에 속은 기분 드는 것도 알 것 같고...사실 나는 며칠 전에 아이스 가격이 더 비싼 카페에서 그 더운 날 굳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먹었거든...나는 택시를 타는 대신 젖은 겨드랑이로 버스를 기다릴 놈이거든...
나의 첫 출근길은...다른 건 기억 안나고 아주 이른 아침 나보다 한참 앞서 걸어가던 포니테일의 뒷모습. 늘씬하고 왠지 예쁠 것 같은. 실제로 예뻤고 내 첫 직장동료였다. 일도 잘하고 싹싹하고 다정하고 귀여웠던 내 동료는, 원래 그 자리였던 사람이 예정보다 일찍 복직하는 바람에 겨우 11개월 남짓 채우고 한달도 안 되는 기간 때문에 퇴직금 못 받고 떠났다. 엄청 화나는 일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슬펐다. 그래 놓고 나는 그 친구에게 제대로 연락도 하지 못하고 벌써 십 년이 넘게 흘러 버렸어...
- 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음. 으음. 성인 스팸메일과 오피스텔 성매매와 잘못 찾아오는 사람과 성매수자로 마주한 전애인과… 정신 없는 이야기였다.
- 탐페레 공항 …… 『모티프』 2019 신인 특집호(발표 당시 제목 ‘Do or Do Not’)
마지막이 좀 억지 감동 같긴 해도 그런 억지 감동 같은 게 나한테는 좀 필요한 거 같다...그런 걸 못 만들어서 내내 퍽퍽하게 살고 퍽퍽한 것만 쓴다. 닭가슴살 퍽퍽해.
자일리톨, 핀란드, 경유지, 할아버지, 폴라로이드 사진(그냥 그 자리에서 주면 될 건데 그냥 필름카메라로 하지…), 오로라, 잃어버린 꿈, 부채감, 뒤늦지만 아예 늦지 않아 할 수 있는 안도.
완벽하진 않아도 이 소설이 이 책에서 제일 좋았다.
+밑줄 긋기(거의 안 침...밑줄 치고 싶은 문장 쓰고 싶다…하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이십평대 아파트에는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지 않는다. 그것이 현명한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아이를 그랜드 피아노에 비유하는 비정함, 그런데 그런 심정이 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라...피아노가 들어오면 공간을 넓히게 되더라구요…이상하게도 피아노 두 대 들여놓으니 자꾸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공간보다는 시간과 자유도의 문제인 듯. 그것도 도우미 부르듯 돈으로 해결하는 집도 많더이다...저는 몸으로 때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