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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시간만 일한다 - 디지털 노마드 시대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
팀 페리스 지음, 최원형.윤동준 옮김 / 다른상상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20200323 팀 페리스.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쓰고 강연하는 일로 수익을 창출하고 너희도 나처럼 되면 돼-하는 다단계 영업 마냥 보인다.
그래도 이 책 제목 봐, 하루 4시간만 일해? 아니, 주4시간이랜다. 이쯤되면 예전 같으면 사기꾼이네...하고 넘겼을 건데 읽어보았다. 많이 심심했나 보다.
주로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온 저자와 다른 이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모든 직업에 적용하기는 힘든 조언들이 있었다. 제3세계에 아웃소싱하는 데는 영어권 노동자에게는 이점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건질만한 것은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우리는 긴 시간 직장에 머무르고 내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보여야 진짜 일하는 거라고 여겨왔다. 아닌 걸 알면서도. 개인 사정으로 몇 주간 두 시간씩 업무 시간을 단축했다. 동시에 전임자의 명예퇴직으로 새 보직을 같이 맡게 되었다. 하루 6시간, 내게 갑자기 주어진 생소하고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데 부족했을까? 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같은 일이라도 대개 10시간이 주어지면 10시간 동안 늘려서 하고 4시간이 주어지면 4시간 내에 끝마치게 된다. 짧은 시간만 주어지자 일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시간 낭비하던 일들은 미루거나 집어치우게 되었다. 내 일이 아닌 것도 내가 떠맡고, 남과 나누어 할 일도 내가 혼자 다 하는 성격이었는데 여전히 약간은 그런 짓을 했지만; 그래도 거절하고, 분담시키고 혼자 하던 일을 많이 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왠만한 일은 다 처리되었다. 다행히 일에서도 큰 구멍난 적이 없었고, 작은 구멍이 나면 수습하면 되었고, 무사히 그 시기를 넘겼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상사가 안 받아들여주면 소용이 없다. 어떻게 재택근무를 놓고 딜을 할 수 있을지. 이 책에서는 흥미로운 방식을 가르쳐주었다. 시험 삼아 질러보고, 그 회사를 떠난 기간 동안 최대한의 성과를 올리고, 반대로 회사에 있을 때는 최저 성취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하하하. 그렇게 신뢰를 쌓은 뒤 일하는 날을 주3, 주2, 주1회로 줄이고, 남은 시간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즐기면 된다. 참 쉽죠? 안 받아들여지면 때려치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회사 관둔다고 니 인생 안 망해. 하하하하 이렇게 쿨할 수가. 이런 긍정과 낙관은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지 그게 더 부럽고 궁금하다.
이메일이나 메시지 작성에 특히 고심하고 문서를 뒤적이며 과도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나는 그런 시간을 줄이자는 저자의 쿨함에 놀랍기도 하고 느끼는 바가 있었다. 토씨 하나라도 받는 이가 기분 나쁘지 않을지, 못 알아 먹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정성을 들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도 남이 보낸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공들여 읽지도 별 생각 하지도 않잖아. 정보를 마구 수집하는 건 그저 불안을 다스리고 시간을 낭비하는 방법이 아니었는지.
주 1회 메일 확인, 전화 안 받거나 덜 받기, 이득도 없이 에너지만 빼앗는 골치거리 고객 잘라내기, 단순하고 시간 잡아먹는 일은 아웃소싱, 쓸데없이 긴 회의 줄이거나 빼먹기 ㅋㅋ 다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그동안 무용하게 소모된 시간을 앞으로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새 직장에서 전화번호 두 개 쓰고 단체카톡방 안 들어가서 직장 밖에서 업무지시 안 받는 건 잘 한 일인 듯하다. 급한 사람은 알아서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나 전화한다… 스트레스도 줄고 가끔 엉뚱한 정보로 분란 생겼더라 하는 소식을 뒤늦게 따로 전해 듣는 수준 ㅋㅋ
단순히 일하는 시간만 줄이고 최대한의 소득을 확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데까지 저자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준다. 솔직히 이 부분은 공감이 가지 않았다. 당장 코로나 바이러스로 입출국이 묶인 상황이라 세계를 돌며 즐기는 삶이 가능하지 않기도 하고, 그보다도 원래 내가 집에 처박혀 있는 걸 너무도 좋아하기 때문인 듯. 최소한으로 일하고도 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면 나는 남은 시간을 전부 읽고 보고 쓰는데 쓸 것이다. (정말? ㅋㅋㅋ) 휴직 이 년 동안 두문불출 한 달에 한 두 번 나간 적도 있는데 그래도 살 것 같다. 다만 가끔 산책으로 하루 만 걸음씩만 걸으면 조금 더 행복할 듯. 꿈같은 바람이지만 그런 꿈대로 사는 삶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겠다. 직장과 월급에 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삶. 적게 소비하고 많이 행복하고 많이 사랑하는 삶. 아유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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