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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연대기 - 멸종의 비밀을 파헤친 지구 부검 프로젝트
피터 브래넌 지음, 김미선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6월
평점 :
-20200215 피터 브래넌
원제 The ends of the world
어려서 한글로 적힌 가사 보며 따라 부르던 Skeeter Davis의 The end of the world가 생각났다.
https://youtu.be/sonLd-32ns4
노래와 달리 이 책 제목의 엔드는 하나가 아니고 복수다. 대멸종이라 불릴 만한 끝이 다섯 가지 등장한다.
지구사의 연대표를 보면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각 시기가 단절 없이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생물의 역사란 생각보다 굴곡이 많았고, 사이사이에 치명적인 폭망의 시기가 여러 번 있었다. 이 책은 주욱 이어지는 시기보다 그렇게 툭 끊어지는 멸망의 과정에 주목한다. 새롭고 흥미로웠다.
표지와 제목을 보면 진지하고 비장한 느낌인데, 문장 표현은 책 대부분에서 발랄하고 재치있었다. 저자와 역자의 콜라보랄까. 술술 읽히지는 않는데 멸종의 상황에 관해 표현을 하는데도 묘하게 웃겼다. 이게 뭔소리야 하고 한 번 더 읽어본 뒤에야 푸헐 하고 웃을 수 있는 표현이 많았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것도 같다. 저자가 만난 지질학자나 고생물학자의 덕력 만렙 넘치는 모습도 대화체와 묘사를 통해 재미있게 그려 놓았다.
대멸종의 자연사 위주로 읽고 있을 뿐인데 희한하게 그동안 읽은 지구의 빅히스토리가 머릿속에서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어려운 고생물 이름이 많이 나왔는데 묘사를 엄청 재미있게 하긴 했지만 그림 자료나 화석 사진을 첨부해줬으면 이해가 좀 더 쉬웠을 것 같다. 매번 구글이미지창 열고 고생물 사진을 검색해서 블로그에 모아 놓았다. 못생긴 조상님들 사진 첨부하고 나니 아이돌 엽서 모은 거 마냥 뿌듯했다. 집에 있는 ‘왠지 이상한 멸종 동물도감’, ‘진짜 진짜 재밌는 진화 그림책’(커다라니 좋은 도감인데 그다지 재밌지는 않다...),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등을 다시 보면 이제는 더욱 반갑게 사라진 동물들을 마주할 수 있겠다.
책 읽다가 새로운 단어를 배우게 될 때가 좋다. 이번 책 보며 처음 사전 찾은 단어-
더껑이: 걸쭉한 액체의 거죽에 엉겨 굳거나 말라서 생긴 꺼풀.
멸종이 덮친 죽음의 바다 위에는 지저분한 조류 같은 애들만 둥둥 뜨면서 더껑이가 덮인다고 한다...단어만 떠올려도 으으 붕어 두 마리 싸워 한 마리 죽고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된 작은 연못이 생각난다. ㅋㅋㅋ
아, 이거 말고 지난 번 페터 한트케 책이었나? 다른 책인가? 새로 알게 된 단어가 있는데...
한사리: 매달 음력 보름과 그믐날, 조수가 가장 높이 들어오는 때. 대조.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놨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독후감...
왜! 특정 시기에 갑자기 지구 위 거의 모든 생물이 멸종하였는가, 그 시절에 살아보지 않은 인류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그 시절 살았다면 우리는 다 죽었겠지...작가가 계속 그런 식으로 말했다ㅋㅋ)
남아 있는 지층과 그 안의 암석 성분과 화석들이 가리키는 다잉메시지를 바탕으로 많은 학자들이 나름의 상상력과 추리력을 발휘해 대멸종의 이유를 설명하고자 애쓰고 있다. 서로 주장하는 이유 가지고도 격렬하게 싸우기도 한다. 특히 공룡을 다 죽인 백악기 대멸종 이유를 다르게 주장하는 칙술루브 소행성충돌파와 데칸트랩 화산폭발파 간 치열한 논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단순히 과거 어느 시점에 대멸종이 있었다, 로 논의를 끝내지 않고, 이것이 오늘날 직면한 기후 변화와 탄소와 질소 순환 변화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 계속 돌아보고 있었다. 온실가스 문제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구나 싶었다. 지구 위에선 생물의 번성, 화산활동, 지각변동, 우주 현상 등에 따라 끊임없이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거나 지각 위에 갇히거나 하면서 온도와 산소량 등이 변해왔다. 그것이 생물의 흥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지구 온난화는 대멸종기에 있었던 탄소 배출 증가 및 온도 상승과 유사하다고 한다. 다만 그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고도 한다. 사는 동안 세상과 우리 종의 멸망을 바라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저자의 말대로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금 우리처럼 탄소 배출을 일삼고 자연 파괴적인 생산 소비 활동을 했다면, 단군 할아버지 시절의 고대인들이 우리처럼 쓰레기를 버리고 흥청망청 살았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삶도 보장받지 못했을 것이다.
대멸종을 마주한 후손들이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전의 우리를 돌아보며 원망하게 만들 일은 좀 줄이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보고 있는 것들, 누리는 것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생각은 깊이 슬프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소중하게도 느껴진다. 사라지지 마, 하고 붙잡고 싶어진다.
-한눈에 보는 대멸종 연대표
-못생긴 아주 오래된 조상님...메타스프리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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