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스틸 히어 - 나는 지금도 여기에 있다
오스틴 채닝 브라운 지음, 황가한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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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스틸히어_오스틴채닝브라운 #황가한옮김 #바람이불어오는곳 #나는지금도여기에있다

오스틴 채닝 브라운은 미국의 작가이자 강연자 그리고 인종 정의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날의 가장 강력하고 신뢰받는 흑인여성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흑인 여성인 오스틴 채닝 브라운의 《아임 스틸 히어(I'm Still Here)》다. 흥미로운 건 그녀가 백인들 사이에서 자라며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성장했다는 점이다.

그리스도인으로써 유명한 흑인 여성 그리스도인이 누굴까. 소저너 트루스는 흑인여성 인권과 해방운동의 상징이다. 마야 안젤루는 자신의 자서전과 시에서 하나님, 신앙, 인종문제를 깊이 다뤘다. 타샤 보스는 현대 가스펠 음악의 대표적인 흑인 여성 그리스도인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세계적으로 영향이 있는 인물이며 기부활동을 활발한 인물이다. 그리스도인으로써 아니 한 인간으로써 인종차별을 받은 순간이 얼마나 많을까.
오프라 윈프리는 부와 명성이 자자함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만 거주하는 지역에서나 고가의 가방을 파는 매장에서도 차별과 경멸의 현장을 직면하였다.
마야 안젤루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상속에서 차별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투쟁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흑인들이 모여 사는 환경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피부색, 그리고 사회가 규정하는 '흑인'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더 흥미로운 건 그녀의 이름이다. '오스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백인 남성을 떠올린다. 우리나라로 치면, 누군가 여자인데 이름이 '민준'이라면 고개가 한번 더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부모는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알고도 그런 이름을 지어줬다. 그녀는 자라면서 흑인으로서 백인 사회에서 오해받지 않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배워야 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작은 선택조차 쉽게 오해로 연결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건 늘 신경을 곤두세우며 확인받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걸 읽으며 든 생각은 단순하다. 참 피곤하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해명이고, 오해를 미리 방지하는 전략이라니. 살아가면서 예의범절 외에도 흑인이라는 것으로 오해받지 않을 지침을 숙지해야된다면 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말이다.

P.24 나는 누군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 백인 기독교인으로만 이루어진 조직 안에 흑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리려는 것뿐이다. 그러나 백인들은 내 말에 공감하고 조치를 취하는 대신 나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여 주면서 불길한 충고를 한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고, 남을 고발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내가 지나치게 화를 내는 것이고, 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말투를 신경 써야 한다고. 내가 지나치게 완고한 것이고, 정말로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그리스도인으로써 흑인여성으로써 살아간다는 것은 사회적 위치와 전혀 상관없이 반복되는 차별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극복해내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었다. 오스틴도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기 위해 많이 깨어지고 부딪혔다. 신앙과 글쓰기를 통하여 그리고 강연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치유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시켰다. 더욱 영향력이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서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 되길 바란다.

#자신의정체성을찾아가는이야기 #인종부정의와불평등에대한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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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이, 하나님나라 - 거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임시체류자들 하나님 나라로 읽는 성경
김형국 지음 / 비아토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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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그리스도인인가?, 어떤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깊이 고민하고 있어요. 이 책이 그 답을 찾는 여정에 길잡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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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정신역동과 가족 리얼라이프 시리즈
김수연 지음 / 리얼러닝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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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읽는정신역동과가족_김수연 #리얼러닝 #리얼라이프시리즈

김수연 작가의 《쉽게 읽는 정신역동과 가족》은 정신역동과 대상관계 이론을 바탕으로 '나'라는 자아가 가족이라는 틀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관계를 반복해야 살아가야하는지를 쉽게 풀어낸 책이다. 프로이트를 넘어서 클라인, 페어벤, 위니컷 등 대상관계 이론가들의 주요 개념을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부산에서 20년동안 상담센터를 꾸려나가고 있으며 <김수연의 인생수업>온라인 강좌와 대학에서 나누고 있다.

《쉽게 읽는 정신역동과 가족》을 읽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됐다. 사실 그동안 나는 부모님이 내게 했던 양육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려고 꽤 오랫동안 애써왔다.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내가 겪었던 아픔이나 답답함을 내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것. 그런데 책을 읽으며 돌아보니, 그런 결심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깊숙이 남아 있는 옛 감정과 반응들이 여전히 지금의 나를 흔들고 있었다.

어릴 적 풀리지 못한 감정, 부모와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결국 지금의 내 성격, 내 관계방식, 심지어 아이를 대하는 태도 속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론 다른 모습인 줄 알았는데, 문득문득 아이 앞에서 나도 모르게 엄마의 말투나 행동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깜짝 놀라고 흠칫한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거다. 엄마에게도 어쩜 그리도 데칼코마니 같은지 모르겠다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예전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이거나 자책하지는 않는다. 이 책을 통해 ‘그럴 수밖에 없는 내 모습’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됐고,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됐다. 아직도 바꿔야 할 부분은 많고, 앞으로도 실수할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분명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내 내면이 전보다 자유로워지고 단단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부모를 단순히 원망하거나, ‘왜 그랬을까’에만 머물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부모를 바라보려는 마음도 자라고 있다. 부모 역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고, 그들도 자신의 상처와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렇게 바라보니 가족이라는 관계가 한편으로는 단단한 굴레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여전히 바꿔갈 수 있는 가능성도 품고 있다는 걸 조금은 믿게 된다.

결국 가족은 쉽게 끊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벽히 안전하지만도 않은 복잡한 관계다. 그 안에서 우리는 상처도 받지만, 다시 회복하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 책은 내게 그런 가능성을 다시 일깨워줬다. 완전한 해답은 없지만, 그 가능성을 붙들고 오늘도 나는 내 아이를, 내 가족을,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씩 다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내 상처의 깊이 들어가있는 나조차도 모르는 뿌리를 찾는 관정이며 부모를 이해하고 더 건강한 관계로써의 작은 실마리를 건네 준 시간이었다. 좋은 상담가를 만나서 긴 시간에 나에 대한 마음을 풀이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이렇게 책을 통하여 치유가 된다.

P.59
마음이 건강한 사람의 특징을 감정 차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한 사람은 감정을 억압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약하게 보여질까'하는 염려 없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약한 모습이 드러나도 감당할 수 있고, 자기 모습 그대로 보여줘도 괜찮다고 여긴다. 그래서 억압이 덜하다.
둘째, 감정이 다양하고 풍부하며 표현할 수 있다.(중략)
셋째, 감정이 사건이나 상황에 비례적이다.(중략)
넷째,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감정이 누구의 것인지, 그 경계 구분이 분명하다. 누구의 것인지 알아야 감정에 책임을 질 수 있고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늘 내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솔직하게 내 감정을 드러내면 상대방이 상처받을까 걱정했고, 그래서 결국 내 감정에 가면을 씌우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숨기고 눌러온 감정들은 결국 내 안에서 곪고 터지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결국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말을 듣고 조금씩 마음이 열렸다. 내 감정이 누구의 것인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게 필요했다. 결국 나를 지키는 일이 가족을 지키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었다. 내 마음을 건강하게, 내 가족을 조금 더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해서이다. '왜 나는 반복적으로 고통받는가' 라는 질문에 정신역동 관점에서 통찰력있는 답을 제시하였다. 나를 비롯 인간에 대해 알게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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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 - 그림 그리는 정신과 의사의 상담 일기
전지현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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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왜마음이아플까_전지현 #시원북스 #그림그리는정신과의사의상담일기

현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만나는 환자들의 이야기와 속마음을 담담하게 풀어낸 그림 에세이다.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의 차이는 무엇이고, 약물치료의 원리나 정신과 첫 방문시 진행되는 상담과 치료과정을 따뜻한 그림과 명확한 비유로 설명했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저자의 귀여운 만화를 보고 있으면 환자들과 누구보다 소통을 하는 의사임을 볼 수 있다. 현재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근무중이다. 나도 등떠밀려서 정신의학과에서 상담을 몇번 받은 적이 있다. 몇번의 상담이어서 그러겠지만 무언가 상담을 받고 후련해졌다는 느낌은 못받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인지라 우울증,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ADHD등의 정신질환에 관해서 사람인지라 정신건강, 심리에 관해서 알고싶은 1인이다. 간혹 우울감이 생길때가 있는데 빨리 털어내버리려고 한다. 그 감정에 사로잡혀 버리면 한꺼번에 가라앉아있는 감정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나는 얕은 우울증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울감이었다. 우울증과 우울감은 차이가 있는데
우울증은 3일이상 우울증, 불안, 공허함이 지속된다. 즐거웠던 일이나 취미생활의 의욕 및 흥미를 상실한다.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의사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식욕 및 체중의 감소 또는 증가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다.
우울한 기분은 며칠이 지나니 우울, 불안, 공허함이 점차 사그라든다. 특정장소에서만 우울, 불안, 공허함을 느끼고 좋아하는 취미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다시 활력이 생긴다. 먹고싶은 음식 또는 가고싶은 여행지가 있다. 주변의 환경을 바꾸거나 개인의 의지로 회복시킬 수 있는 일시적인 감정이다.
우울증은 개인의지로 어렵지만 우울감은 개인의지로도 가능하다는 것. 귀여운 그림으로 어떻게 다른지와 상담과 치료의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읽으며 나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여적지 살아오면서 나와 다르거나 틀리다고 여겨지는 사람과는 아예 만나지 않았다. 너무 다르다 보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고, 그래서 가까이 하질 않았다. 나도 분명 부족한 점이 있고, 사람마다 저마다의 색과 모양을 지니고 살아간다. 살아가는 방식이 제각각인데도, 나는 내 마음의 벽을 쉽게 허물지 못했다. 누군가가 나를 불편해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을 느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기보다 ‘왜?’라는 물음표를 달았고, 스스로를 해명하고 증명하려 애썼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 앞에서 몸서리치듯 거부감이 들던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마음을 닫았고, 멀어졌다. 그러나 결국은, 시간이 걸렸지만 조금씩 깨달아갔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 타인이 아니라, 내 안의 좁은 틀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틀을 깼다. 깼더니 나의 사고의 틀도 넓어졌다. 나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조금씩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했고, 내 안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은 살려보려 애썼다. 그렇게 마음의 자세가 달라지니 관계도 달라졌다. 이유 모를 감정에 휘둘릴 때, 그것이 내 것이 아님을 구분하고 감정의 경계를 세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타인의 감정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몫은 돌려주는 것이 나를 지키는 길이다.

#정신과 #힐링에세이책 #우울증책 #자존감회복책 #마음치유에세이 #그림에세이
#만화가있어서재미있게읽었네요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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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으로 살아가기 - 오늘도 이름 없이 빛나는 당신에게 크리스천 여성작가 시리즈 5
김선영 지음 / 세움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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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으로살아가기_김선영 #세움북스 #크리스천여성작가시리즈

나는 빈틈없이 늘 살아왔다. 쉼이 있는 하루를 보내도 되는데 꼭 무엇에 쫓기듯이 나를 한구석 코너로 몰아내듯이 살았다.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 일정을 살아왔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보다는 마음을 지키느라 급급했었던 시간이었다. '여백'은 나와는 아예 거리가 먼 단어였다. 그러다가 김선영 작가의 [여백으로 살아가기]를 읽으면서 그 여백이야말로 내면을 단단히 채우는 공간일 수 있겠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저자는 "읽고 기록하는 삶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아마도 그녀가 살아가면서 그 말에 대한 간절함과 진실함을 느꼈기 때문이고 나도 읽고 기록하는 삶을 따라서 살고싶은 마음이 있으니 기도하듯이 고백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단지 그저 취미나 습관이 아니라 세상과의 연결고리로써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삶을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는 태도와 사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방식은, 그녀에게 있어 여백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나 급급하게, 체할 듯이 살아온 나에게, 그녀의 삶은 마치 "이제 천천히 살아도 괜찮아"라는 따스한 위로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그간 80km로 달려온 속도에서, 이제는 30km로 느리게 가는 삶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책 속 ‘주부 권태기 탈출기’는 유난히 깊이 다가왔다. 매일을 나름 잘 살아내다가도, 문득 무기력이 덮쳐올 때면 모든 걸 내려놓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진다. ‘주부의 삶’이라고 하면, 어쩌면 속편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대로 각자의 무게와 고충이 분명히 존재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는 누구나 묵묵히 분투하고 있는 게 아닐까. 반복된 일상과 정체된 매일을 어떻게 꾸려나갈까도.. 저자는 이 반복안에서 음식을 만들어가며 자신을 정리하고 정갈한 한 끼를 통해서 내면의 균형을 회복한다. 음식의 고수들을 여럿봤다. 집에서만 만들어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그 너른 마음도 좋았다. 언젠가 그녀의 음식을 맛볼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환대의 음식이라 칭하고 싶었다.
정갈한 한끼를 통해서 내면의 균형을 회복하고 그것이 일상의 영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식탁을 차리며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떠올리고, 그 분의 시간을 생각한다는 고백은 내게도 조용한 울림을 주었다.

음식과 정원을 꿈꾸는 그녀의 후반전 계획이 묘하게 오래 남는다. 여백은 포기나 느슨함이 아니라, 결국 채우기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일상 속 그녀의 태도와 감정의 밀도는, 조용히 읽는 나의 내면을 흔들었다. 인간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무언가를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내 삶에 ‘비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이제는 나도 정갈히 차린 밥상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로 차곡차곡 쌓아가야겠다.

P.45 존경은 때깔 나는 성취보다는 허물투성이의 인생이라도 귀하게 여기며 살아 낸 인생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짓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 나에게 집중하지 않고 예수님께 집중하는 마음의 태도, 이것이 살아갈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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