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으로 살아가기 - 오늘도 이름 없이 빛나는 당신에게 크리스천 여성작가 시리즈 5
김선영 지음 / 세움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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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빈틈없이 늘 살아왔다. 쉼이 있는 하루를 보내도 되는데 꼭 무엇에 쫓기듯이 나를 한구석 코너로 몰아내듯이 살았다.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 일정을 살아왔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보다는 마음을 지키느라 급급했었던 시간이었다. '여백'은 나와는 아예 거리가 먼 단어였다. 그러다가 김선영 작가의 [여백으로 살아가기]를 읽으면서 그 여백이야말로 내면을 단단히 채우는 공간일 수 있겠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저자는 "읽고 기록하는 삶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아마도 그녀가 살아가면서 그 말에 대한 간절함과 진실함을 느꼈기 때문이고 나도 읽고 기록하는 삶을 따라서 살고싶은 마음이 있으니 기도하듯이 고백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단지 그저 취미나 습관이 아니라 세상과의 연결고리로써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삶을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는 태도와 사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방식은, 그녀에게 있어 여백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나 급급하게, 체할 듯이 살아온 나에게, 그녀의 삶은 마치 "이제 천천히 살아도 괜찮아"라는 따스한 위로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그간 80km로 달려온 속도에서, 이제는 30km로 느리게 가는 삶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책 속 ‘주부 권태기 탈출기’는 유난히 깊이 다가왔다. 매일을 나름 잘 살아내다가도, 문득 무기력이 덮쳐올 때면 모든 걸 내려놓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진다. ‘주부의 삶’이라고 하면, 어쩌면 속편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대로 각자의 무게와 고충이 분명히 존재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는 누구나 묵묵히 분투하고 있는 게 아닐까. 반복된 일상과 정체된 매일을 어떻게 꾸려나갈까도.. 저자는 이 반복안에서 음식을 만들어가며 자신을 정리하고 정갈한 한 끼를 통해서 내면의 균형을 회복한다. 음식의 고수들을 여럿봤다. 집에서만 만들어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그 너른 마음도 좋았다. 언젠가 그녀의 음식을 맛볼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환대의 음식이라 칭하고 싶었다.
정갈한 한끼를 통해서 내면의 균형을 회복하고 그것이 일상의 영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식탁을 차리며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떠올리고, 그 분의 시간을 생각한다는 고백은 내게도 조용한 울림을 주었다.

음식과 정원을 꿈꾸는 그녀의 후반전 계획이 묘하게 오래 남는다. 여백은 포기나 느슨함이 아니라, 결국 채우기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일상 속 그녀의 태도와 감정의 밀도는, 조용히 읽는 나의 내면을 흔들었다. 인간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무언가를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내 삶에 ‘비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이제는 나도 정갈히 차린 밥상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로 차곡차곡 쌓아가야겠다.

P.45 존경은 때깔 나는 성취보다는 허물투성이의 인생이라도 귀하게 여기며 살아 낸 인생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짓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 나에게 집중하지 않고 예수님께 집중하는 마음의 태도, 이것이 살아갈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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