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정신역동과 가족 리얼라이프 시리즈
김수연 지음 / 리얼러닝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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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작가의 《쉽게 읽는 정신역동과 가족》은 정신역동과 대상관계 이론을 바탕으로 '나'라는 자아가 가족이라는 틀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관계를 반복해야 살아가야하는지를 쉽게 풀어낸 책이다. 프로이트를 넘어서 클라인, 페어벤, 위니컷 등 대상관계 이론가들의 주요 개념을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부산에서 20년동안 상담센터를 꾸려나가고 있으며 <김수연의 인생수업>온라인 강좌와 대학에서 나누고 있다.

《쉽게 읽는 정신역동과 가족》을 읽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됐다. 사실 그동안 나는 부모님이 내게 했던 양육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려고 꽤 오랫동안 애써왔다.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내가 겪었던 아픔이나 답답함을 내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것. 그런데 책을 읽으며 돌아보니, 그런 결심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깊숙이 남아 있는 옛 감정과 반응들이 여전히 지금의 나를 흔들고 있었다.

어릴 적 풀리지 못한 감정, 부모와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결국 지금의 내 성격, 내 관계방식, 심지어 아이를 대하는 태도 속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론 다른 모습인 줄 알았는데, 문득문득 아이 앞에서 나도 모르게 엄마의 말투나 행동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깜짝 놀라고 흠칫한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거다. 엄마에게도 어쩜 그리도 데칼코마니 같은지 모르겠다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예전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이거나 자책하지는 않는다. 이 책을 통해 ‘그럴 수밖에 없는 내 모습’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됐고,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됐다. 아직도 바꿔야 할 부분은 많고, 앞으로도 실수할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분명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내 내면이 전보다 자유로워지고 단단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부모를 단순히 원망하거나, ‘왜 그랬을까’에만 머물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부모를 바라보려는 마음도 자라고 있다. 부모 역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고, 그들도 자신의 상처와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렇게 바라보니 가족이라는 관계가 한편으로는 단단한 굴레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여전히 바꿔갈 수 있는 가능성도 품고 있다는 걸 조금은 믿게 된다.

결국 가족은 쉽게 끊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벽히 안전하지만도 않은 복잡한 관계다. 그 안에서 우리는 상처도 받지만, 다시 회복하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 책은 내게 그런 가능성을 다시 일깨워줬다. 완전한 해답은 없지만, 그 가능성을 붙들고 오늘도 나는 내 아이를, 내 가족을,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씩 다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내 상처의 깊이 들어가있는 나조차도 모르는 뿌리를 찾는 관정이며 부모를 이해하고 더 건강한 관계로써의 작은 실마리를 건네 준 시간이었다. 좋은 상담가를 만나서 긴 시간에 나에 대한 마음을 풀이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이렇게 책을 통하여 치유가 된다.

P.59
마음이 건강한 사람의 특징을 감정 차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한 사람은 감정을 억압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약하게 보여질까'하는 염려 없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약한 모습이 드러나도 감당할 수 있고, 자기 모습 그대로 보여줘도 괜찮다고 여긴다. 그래서 억압이 덜하다.
둘째, 감정이 다양하고 풍부하며 표현할 수 있다.(중략)
셋째, 감정이 사건이나 상황에 비례적이다.(중략)
넷째,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감정이 누구의 것인지, 그 경계 구분이 분명하다. 누구의 것인지 알아야 감정에 책임을 질 수 있고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늘 내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솔직하게 내 감정을 드러내면 상대방이 상처받을까 걱정했고, 그래서 결국 내 감정에 가면을 씌우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숨기고 눌러온 감정들은 결국 내 안에서 곪고 터지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결국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말을 듣고 조금씩 마음이 열렸다. 내 감정이 누구의 것인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게 필요했다. 결국 나를 지키는 일이 가족을 지키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었다. 내 마음을 건강하게, 내 가족을 조금 더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해서이다. '왜 나는 반복적으로 고통받는가' 라는 질문에 정신역동 관점에서 통찰력있는 답을 제시하였다. 나를 비롯 인간에 대해 알게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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