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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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매력적이라 계속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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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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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아침, 선배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온 기와코와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다. 아마 이런 걸 두고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그것이 정말 세상 사람들이 첫눈에 반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그 사람 앞에 서면 까닭 없이 가슴이 설레고 빨리감기를 할 때의 비디오 화면처럼 안정감이 없어지고,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오버해서 받아들여, '산책이나 할까?'라는 상대의 말에 부랴부랴 집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 저 이제 결혼하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긴장하는 거라면 나는 존경하는 선배의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 게 틀림없다.

 

요시다 슈이치, <퍼레이드>

 

 

 

  지나고 보면 참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나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그 짧은 한마디에 온종일 얼마나 기뻐하고 우울해하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는지. 순진했던 나와 그저 설레는 것조차 행복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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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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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림, 대답은 아주 간단하단다.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어.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야.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한 반박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지만 식량 증가는 산술서열을 따르므로 기아는 당연한 현상이라는 내용.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나도 그 이론이 맞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1798년에 발표된 주장이라고 한다. 실제로 오늘날 지구는 인구 65억의 두 배 정도 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식량을 생산해 내고 있다. 그럼에도 그 이론이 매혹적으로 들렸던 것은 여기서 말하듯이 그래야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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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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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자신이 보았던 광활한 논이 이뤄질 수 없는 환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방 안에서 확인한 순간, 의지를 지닌 인간으로서의 할아버지는 이미 죽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가 저물어도 그 빛은 키 큰 나무 우듬지에 걸려 있듯, 꿈은 끝나도 마음은 오랫동안 그 주위를 서성거릴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런 까닭에 인생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지속된다.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꿈이라는 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환히 비춰주는 등불과 같은 것이었다면 그 꿈을 저버려야 했을 때, 또는 현실 앞에 좌절했을 때에도 금방 마음을 고쳐먹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어두웠던 순간을 밝히던 그 기억에 기대며, 또는 그것이 땡볕처럼 달궈놓은 온기에 의지해서라도 우리는 살아가는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게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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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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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야."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앞으로 사회가 얼마나 더 합리적으로 변하고 민주적 소통 방식이 자리잡게 될 것인지와는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이 울려퍼지는 일은 매순간 개인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앵무새를 향해 총을 겨누었을 때 '그렇게 해서는 안돼'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소설을 읽는 내 자신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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