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대답은 아주 간단하단다.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어.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야.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한 반박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지만 식량 증가는 산술서열을 따르므로 기아는 당연한
현상이라는 내용.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나도 그 이론이 맞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1798년에 발표된 주장이라고 한다. 실제로
오늘날 지구는 인구 65억의 두 배 정도 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식량을 생산해 내고 있다. 그럼에도 그 이론이 매혹적으로 들렸던
것은 여기서 말하듯이 그래야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