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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아마도 자신이
보았던 광활한 논이 이뤄질 수 없는 환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방 안에서 확인한 순간, 의지를 지닌 인간으로서의 할아버지는 이미 죽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가 저물어도 그 빛은 키 큰 나무 우듬지에 걸려 있듯, 꿈은 끝나도 마음은 오랫동안 그 주위를 서성거릴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런 까닭에 인생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지속된다.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꿈이라는 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환히 비춰주는 등불과 같은 것이었다면 그 꿈을 저버려야 했을 때, 또는 현실 앞에 좌절했을
때에도 금방 마음을 고쳐먹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어두웠던 순간을 밝히던 그 기억에 기대며, 또는 그것이 땡볕처럼 달궈놓은 온기에
의지해서라도 우리는 살아가는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게 인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