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날 아침, 선배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온 기와코와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다. 아마 이런 걸 두고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그것이 정말 세상 사람들이 첫눈에 반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그 사람 앞에 서면 까닭 없이 가슴이 설레고 빨리감기를 할 때의 비디오 화면처럼 안정감이 없어지고,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오버해서 받아들여, '산책이나 할까?'라는 상대의 말에 부랴부랴 집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 저 이제 결혼하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긴장하는 거라면 나는 존경하는 선배의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 게 틀림없다.

 

요시다 슈이치, <퍼레이드>

 

 

 

  지나고 보면 참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나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그 짧은 한마디에 온종일 얼마나 기뻐하고 우울해하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는지. 순진했던 나와 그저 설레는 것조차 행복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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