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누구나 초등학교에서 IQ검사를 해본적이 있을것이다. 나도 물론 몇학년때 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IQ테스트를 한 기억은 떠오른다. 그러나 나는 나의 테스트 결과를 알지 못한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셨는데도 내가 듣지 못했거나, 아니면 선생님께서 나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알려주시지 않으셨거나, 그 둘중 하나일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중 자기 자신의 IQ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난 입을 다물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내 IQ가 얼마인지, 내가 모른다는 것을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지금도 모른다.

이 책은, 17년동안이나 바보로 살아야했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이다. 너무 똑똑하면 바보라는 이야기나,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장 차이라는 그런 이야기는 여러번 들은 적이 있다. 과연 그 차이는 무엇일까? 대체 빅터에겐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 오랜 세월을 바보로 살아야만 했는지 읽기도 전에 마음부터 아파오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빅터는 스스로를 못난 바보라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주위에서 흔히 들어온 말들.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의 생각이나 상상력을 모두 비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눅들고, 말도 더듬게 되고 항상 주위의 경멸어린 시선에 더욱 어깨는 움츠러 드는 소년이다. 그러나 항상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의문들이 그를 지배한다. 빅터를 믿어주는 사람은 오로지, 선생님과 아버지 뿐이다. 그리고 자꾸 생각나는 로라. 학교에서 실시한 빅터의 IQ테스트 결과가 소문이 나는 바람에 빅터는 더 이상 학교에서 버틸수 없어 자퇴를 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동차 수리공이 된다. 그의 IQ는 73. 그러나 훗날 밝혀진 그의 IQ는 173 이었음이 밝혀지고, 그가 우연히 풀게된 수학공식에 유명한 대기업 애플리에 채용된다. 그러나 사람의 진가는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을때 빛을 발하듯, 빅터의 천재성을 일찍 알아본 회장이 해고 당하기에 이르고 빅터 역시 다시 밑바닥 인생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그는 다시 재회한 로라와 선생님의 권유로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믿기로 다짐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지금 나는 몹시 부끄럽다. 사실 이 책은 한 페이지에 글자가 빽빽히 들어차 있는것도 아니고, 책이 두꺼워서 읽기 힘든 그런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만큼, 책장이 많이 접히고, 줄도 많이 그어져있고, 형광펜으로 칠을 한 책은 없다. 그만큼 한 문장 한 문장이 주옥같은 글들로 가득 차 있다. 미사여구나 화려한 말장난이 아닌 그야말로 가슴 깊이 와 닿은 그런 말들이란 뜻이다. 너는 바보야, 너는 안돼, 라는 말들이 칼보다 더 심한 흉기가 될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때로는 아는것 보다 모르는게 더 나을때도 있다. 빅터는 자신의 IQ가 73이란 것에 더더욱 자신을 놓아버린 듯 하다. 나 역시 만약 내 IQ지수가 낮은걸 알았다면 나도 자신감 없는 아이로 성장했을 것이다. 반면 IQ지수가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다면 늦둥이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아낌없이 받으며 자란 나는 무척이나 건방진 아이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내 IQ지수를 내가 모른다는것을 누가 알까봐 늘 전전긍긍 했지만, 사실 내겐 그것은 아주 잘 된 일이다. 내게 천재성이 숨어있을지 지금도 미지수로 남아있다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히든카드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믿음의 상실은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이다.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내가 빅터를 너무나 부러워 하는것은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를 두었다는 점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한결 같은 마음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일까?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될때, 자기 자신이 미워질때 누군가 자기자신을 믿어주고 따뜻한 눈으로 한없이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을때 큰 힘이 될것이다. 자기믿음을 상실했을때 누군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때에야 비로소 극복할수 있을것이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비록 초라하고 바보같아 보인다고 생각 할지라도, 그것은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님을 명심해야 하자.  남들이 믿어주지 않는다고 자기 자신마저 스스로를 믿지못하지는 말자.  남들마저 알아주지 않을땐, 자기 자신이라도 스스로를 믿어주고 아끼고 사랑하자.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할때, 나의 가치는 스스로 빛날 수 있을것이다.

호아킴 데 포사다.
이 책의 저자이다. 마시멜로 이야기와 마시멜로 두번째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내 어린아이들은 마시멜로이야기와 마시멜로 두번째 이야기를 즐겨 읽는다. 이미 세번은 넘게 봤다고 한다. 너무 읽어 책 표지가 더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나는 책장에 꽂아만 두었을 뿐, 지금까지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엔 아이들이 즐겨 읽던 마시멜로 이야기 두권을 내가 읽고, 아이들에겐 바보 빅터를 읽어보라고 권해야 겠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쓴 작가라 하면 무척이나 좋아할 듯 싶다.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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