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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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에 떠돌이개가 두마리 있었다. 동네꼬맹이들은 그 두마리의 개에게 이름도 붙혀주었다. 제트와 킬러. 꽤 멋있게 지었다고 감탄은 했지만 저 두마리가 과연 모두 수컷일까 궁금했다.그래서 나도 살짝 밑을 쳐다봤는데 역시 수컷이 맞았다. 정말 동네꼬맹이들은 참 똑똑하기까지 하다.알고지었을까? 모르고 지었을까? 제트와 킬러는 알고보니 떠돌이개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주변에 있던 어떤집의 개들이었고 주인이 있다는것은 제트와 킬러가 안보이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이었다. 팔려갔다고한다.그렇게 그들과의 인연은 짧았지만, 나는 킬러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슬픈눈을 하고있던 누렁이 킬러가 먼저 떠오른다.



이책은 제 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거창한 상을 받은 책은 잘 친해지지 않는다. 작가의 무수하고도 어려운 함축적 이미지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명 한글로 써졌건만 내가 그것을 해석하며 읽어야하는것은 나의 뇌가 더이상 견디지 못할것이 분명하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된것은 술술 잘 읽힌다는 문장하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추리소설을 연재하던 젊은대학생이 군대를 다녀오고 난뒤 낯선 검은양복으로부터 범죄소설 시리즈를 써달라는 의뢰를 받는다.자살을 가장한 타살, 즉 완전범죄를 말이다. 거액의 돈에 결국 허락을 하고 그는 소설을 쓰기시작한다. 몇차례의 시리즈소설 탈고끝에 그는 자유를 만끽할 휴가를 얻게되고, 우연히 들렀던 도서관에서 그간의 신문을 보며 자신이 썼던 범죄소설의 유형대로 사회저명인사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인물들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게된다. 그는 회사에 항의하지만 큰 돈앞에서 결국 그들과 손을 잡고만다. 물론 자기손으로 직접 죽인것은 아니지만 킬링시나리오를 썼다는 것만으로도 죄의식은 늘 그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는 자기합리화도 꽤 잘하는 편이다. 회사로부터 아무리 어려운일을 요구해와도 그는 늘 극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극복뒤엔 항상 혼자 숨죽여 우는 킬러의 외로움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피에젖은 손이 얼마나 끔찍할까..



난 이 책을 보면서 티비만 틀면 나왔던 영화 <트루먼쇼>가 생각났다. 트루먼 역시 자기의 생활이 실제의 삶인줄로 알고 지내왔지만 알고보니 일거수 일투족, 하루 24시간 방송되는 실제상황인것이다. 동네사람들, 직장동료들, 부모님들 거기다 아내마저도 그만 모르는 방송을 위한 설정. 즉 연기자들이었던 것이다. 이책의 킬러역시 그렇다. 킬러의 부모나 친구들은 아니지만, 킬러가 사랑에 빠지는 연인들은 모두 그러하다. 매니저는 킬러가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킬러가 봤던 야동의 조회수를 파악하여 많이 봤던 야동의 여주인공의 얼굴로 바꾼것이었다. 청혼을 하려 마음먹었던 연인도 마찬가지. 회사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디만큼 그 어두운 손길이 뻗쳐있는지 알수는없지만 회사를 배반하면 어떤결과가 나올지 책에서는 옛전설인 구미호가 모티브인 <설녀>로 설명을 대신한다. 킬러는 역시 외로울수밖에 없나보다.



술술 잘 읽혀지는 책인것은 맞다. 추리소설에 가깝지는 않으나 완전범죄로 살인을 하기위해 킬링시나리오를 엿보는것은 책속에서 또 한편의 소설을 보는듯 흥미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미드 CSI를 보는것처럼 살인방법 또한 기발하고 살인을 계획하는 것까지도 치밀하다. 킬러는 항상 괴로워하지만, 돈앞에서 어쩔수없이 나약해지는것은, 사회와 어느정도 타협해가며 비굴하게 살고있지만 그런 비겁함을 감추며 살고있는 나를 보는듯해서 왠지 미워할수만은 없었다.



책의 말미쯤에 킬러는 모든것에 해탈해 빠져버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너무 착해졌다랄까? 아니면 세상을 거의 다 살아버린듯한, 임종직전의 회개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180도로 꺾어졌다 해야할까? 90도로 꺾어져버리는듯 김빠진 모습에 나는 당황했지만, 책의 말미쯤엔 이런모습의 킬러를 보여야만 하는 작가의 안달남이 살짝 엿보였다. 마무리의 급설정모드인가? 그 즈음엔 내 입에도 내시경을 위한 마취약이 머금어져 있어서 그런끝이 내심 반갑기도 했다.



사람마저도 죽음의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버리는 무서운 세태를 잘 집어낸 책이다.

구조조정이 된 사람들의 살아온 모습들을 보면 역시 사람은 둥글게 둥글게, 모나지않게, 좋은게 좋은것이라는것을 염두에 두고 사는게 좋을것 같다. 하지만 요즘의 세상은 아들이 부모를 죽일정도로 살벌하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저런식의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을지 생각해봄직 하다.



얼마전 어느 가난한 작가의 죽음이 있었다. 너무 가난해서 먹지못해서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돌아가신 우리나라 소설계의 대모 故박완서작가는 장례식에서 가난한 문인들에게서 부의금을 받지않겠다고 했다. 난 그 말씀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난 피부로 느낄수 있다. 그 여작가의 가난이 말이다. 너무 가슴아프고 안타까운일이다. 먹지못해 죽는다는것은 우리나라가 아닌 아프리카 난민들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내겐 큰 충격이었다. 소외된 계층이 따로 있는건 아닌것도 이번에 알았다. 이웃을 둘려보며 서로 돕고 살아야겠다. 그리고 킬링시나리오 까지는 아니겠지만 내 가시돋힌 말들로 인해서 상처받는 사람은 없는지 다시한번 뒤돌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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