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
베로니크 오발데 지음, 김남주 옮김 / 뮤진트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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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 이해는 어디까지 일까? 사랑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까? 아무튼 사랑은 너무 어렵다.

사랑에 상처받은 외로운 한 남자의 이야기가 이번 주말 내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지독하게 사랑했지만 결국 그 사랑에 대해 어느것 하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한 남자의 외로운 사랑.

랜슬롯은 권태기에 빠져 전처와 이혼하고, 전처와는 너무나 다른 통통튀는 매력이 있는 이리나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하게 된다. 세상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사랑했던 그녀가 어느 날 밤 사망한다. 랜슬롯은 그녀의 죽음에 얽힌 일련의 사건들과 마주하게 되고, 그녀를 잃은 상실감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죽음에 어떤 일이 있던건지 느리지만 빠른속도로 그녀의 자취를 더듬어 간다. 너무나 자유분방한 이리나를 견디며 살았던 것도 그녀를 너무나 사랑해서 였지만, 그녀의 자취를 더듬으면 더듬을수록 그녀에 대해 뭘 알고 있었던건지 그는 점점 비참해 지고, 그녀의 의심스러운 행동들로 인해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버린 그의 신경세포는 그를 점점 피해의식과 정신분열 초기증세로 까지 발전시키고 만다. 그러나 결국 그는 이리나의 실상에 대해 더이상 알고 싶지않다는 마음가짐으로 체념 어린 극복으로 다시 일어서게 된다. 그러나 이리나는 어찌됐건 그를 사랑한건 분명하다. 오로지 그녀만의 방식으로.

불성실한 혼인관계가 남아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얼마나 크게 상처가 될 수 있는지, 그 한 남자의 상처가 고스란히 보이는 책이다. 질투심으로 온 몸이 활활 불타오르더라도, 그녀를 향한 사랑때문에 그 조차도 감내를 하는 그 남자를 보면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런 사랑이 있을 수 있을까?

심리묘사가 아주 탁월하다. 그래서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랜슬롯의 머리에 심어 놓은 듯 했다. 끝내 터지지는 않았지만 책을 다 본 후엔 랜슬롯의 머리에 있던 폭탄이 내 머릿속으로 옮겨 온듯한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는 것 만 같다. 불우했던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랜슬롯. 성장과정이 그를 얼마나 폐쇄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다시금 부모로서의 역할이 새삼 진지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리나는 그의 어떤 모습에 반했던 것일까? 이리나의 추측하기 힘든 생활방식은 읽는 동안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아직은 보수적인 우리의 생활방식에, 이리나의 생활방식은 죽었다 깨어나도 하기 힘든 행동들로 가득하다. 자유로운 이리나와 폐쇄적인 랜슬롯.
언밸런스한 커플의 사랑이야기는 이미 이리나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줄거리에 그녀는 왜 그에게 사랑을 느꼈는지 알수는 없었다. 다만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것만 알게 되었을 뿐. 사랑은 참 어렵다.

한 남자의 깊은 고뇌와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수작임에는 틀림없겠지만, 너무나 빈번한 괄호의 사용과 지문은 독자들이 상상하며 생각할 여유도 주지않는, 그야말로 여백의 미가 전혀 없다. 지문 하나하나 토씨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것은 랜슬롯을 지치게 했던 그의 전처 엘리자베스의 습관과 같다. 마치 설명해 주지 않으면 독자들은 전혀 이해를 못하리라 생각하는 것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여백의 미가 절실하게 그리워 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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