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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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세상을 살면서 각자의 잘못을 저지르고 산다. 알게도 저지르고 모르게도 저지른다.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이야 어쩔수 없지만, 알고 저지르는 잘못을 지었을때는 그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사과하기 전까지는 엄청난 괴로움에 시달리며 살게 된다. 나도 그런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명일 것이다.

이 책은, 잘못을 숨기며 사는 댓가가 어떤것인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사니 다들 공감하겠지만,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 하며 사는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안들키고 넘어가도 죄책감으로 이어져 그 기억이 떠오를때 마다 괴로워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잘못을 저지르게 됐으면 빨리 고백하고 혼날만 하면 빨리 혼나는게 마음 편하다는 나름의 진리도 터득했다. 이 책은, 죄를 짓고도 11년간이나 침묵하며 괴로워했을 마을사람들과, 죄를 뒤집어쓰고 전과자가 되어 망가져 버린 한 가족의 가슴아픈 사연이다.

작은 마을 알텐하인, 11년만에 출소한 토비아스. 그는 기억에 없던 2시간과 갖가지 불리한 증언과 증거들로 살인죄를 뒤집어썼다. 자기 자신이 정말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러지 않았는지도 알지 못한채 이제 전과자라는 타이틀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맞부딪힌다. 돌아온 그는 자신으로 인해 부모님께서 큰 상처를 받게 된 것을 알고 괴로워한다. 동네 여자친구 둘을 죽이고도 뻔뻔스럽게 돌아왔냐는 듯 마을사람들은 돌아온 그를 용서하지 못한다. 최근에 이곳으로 이사온 아멜리라는 편견이 없는 소녀는 11년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토비아스를 만난 후 그에게 반해 더욱 그 사건에 집착하게 되고, 우연히 그 살인현장에 목격자가 있음을 알아낸다. 마을사람들의 이상한 행동과 토비아스를 위협하는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드디어 유골이 발견되고 점점 마을의 미스테리가 하나 둘 씩 벗겨지기 시작한다. 알텐하인의 유지 테를린덴과 라우터바흐의 죄가 낱낱이 드러나게 되고, 마을사람들은 그들의 보호를 받기위해 입을 다무는 앞잡이들 이었음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그리고 토비아스의 소꿉친구지만 지금은 유명배우가 되어 세계곳곳을 누비는 나디아마저도. 토비아스의 잃어버린 10년과 깨져버린 가정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오랫만에 온전히 내가 책에 몰입되는 맛을 본것 같다. 나는 어찌 된 일인지 슬퍼도 울지만, 너무나 화가 나거나 분이 나도 눈물이 난다. 이 책을 읽는동안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몇번이나 눈물이 날 뻔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이런 추악함으로 뭉친 마을사람들이라니. 이런 사람들을 이웃이라 믿었다니 너무 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을의 누군가 몇명은 나쁜사람이 있을수도 있다. 그러나 마을 전체가 이럴수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토비아스와 그의 가족이 느꼈을 외로움이 느껴져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내용과 구성이 너무나 탄탄해 아주 멋진 영화를 한편 보고 난 기분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내 머릿속은 스크린처럼 상영이 될 정도였다. 책은 아주 두껍고 글이 너무나 빽빽하게 들어차 있지만 앞 몇장을 넘기자마자 그 책에 빠져버리는 아주 강한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 책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부터는 빠른 속도로 결말에 치닫는다. 나는 이때 아주 묘한 감정도 느꼈다. 빨리 범인을 알아내고 싶어서 끝을 보고싶은 마음과, 이 재밌는 내용이 이제 얼마 안남아서 아쉬운, 아껴서 보고싶은 상반된 마음이 교차했다. 이런 느낌, 너무 오랫만인것 같다. 너무나 좋은 책을 오랫만에 만나서 인지 이 흥분은 빨리 식지 않을 것 같다.

저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동네를 무대로 썼다는데, 저자가 배경으로 썼던 곳은 모두 관광코스가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한다. 이번책에서는 알텐하인을 쓰레기같은 마을로 썼지만, 누구든 자기의 고향만큼은 아름답게 기억되길 바라지 않을까? 저자의 남편이 자기의 고향만큼은 소재로 쓰지 말아달라 부탁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여행에 관심이 없던 나 조차 이 마을을 토비아스의 눈으로 꼭 한번 걸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을은 아름답게 묘사됐고 스토리는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토비아스의 집과, 보덴슈타인 저택과 티스가 아멜리를 붙잡고 걸었던 길들. 저자의 다음 작품에서는 과연 어떤 마을이 또 등장하게 될지 살짝 기대가 된다.

잘못은 빨리 뉘우치고 잘못의 댓가를 치루는게 제일 현명한 방법임과 잘못을 숨기는것이 얼마나 더 괴로운 것인지 다시한번 깨우치게 되는것 같다. 가까운 이웃은 피를 나눈 사촌보다 가깝다는 말은 이제 옛말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아직 우리 이웃은 따뜻함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이웃에게 잘하며 힘들때 같이 힘을 나누고 덜어줄 수 있는 이웃과 친구가 내게 있다는 사실이 새삼 마음이 뭉클해 진다. 내용은 추악했지만 그러므로 인해 내 주위의 따뜻함을 맛볼 수 있었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 따스한 봄에 읽어보며 내 주위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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