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정 폭력 -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폭력 이야기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손희주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평점 :
회사책 뽀개기도 다 끝나간다. 이번 책은 지금 내 상황과 딱 맞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말 그대로 감정 폭력을 당하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고통을 기록한 책이다. 전쟁이나 폭행같이 강렬한 자극으로 인해 생긴 PTSD에 대해서는 많이들 연구하지만, 일상 속에서 겪는 감정의 고통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묵살되곤 한다. 그런 자잘한 감정적 폭력에 당해버린 현대인들의 몸과 정신이 어떻게 파멸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들로 폭넓게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전반적으로 쏘쏘한 일화들 뿐이었는데, 그중에 정말 내 가슴을 찌르고 도려내는 몇몇 내용이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조용한 경멸이었다. 싸우려 하지도 않고 그냥 투명인간 대하듯 대놓고 무시하는 인간들. 그런 취급을 받다 보면 내가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존재라고 믿게 되어 자기 비난에 빠진다. 그러면 상대방에게 나가야 할 화가 자신을 향하게 되고,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설자리를 잃는 것도 그렇지만, 있어도 있는 게 아닌 존재가 부정당하는 그 기분이 얼마나 비참한지.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고, 왕따보다 은따가 더 악질이다. 누구나 잘 알지만서도 너무 모른 채 한다. 그렇게 늘 당해왔던 감정 폭력은, 소외감이 느껴질 때마다 두려워하는 정신 질환자로 나를 바꿔놓았다. 어떻게든 이겨내보고자 이런저런 노력과 시도를 해보지만, 불가피한 상황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하기 때문에 별 수없이 감내하며 사는 중이다. 이 같은 감정 폭력에 상처 입는 건 여리고 예민한 사람들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스트레스가 사람 봐가면서 찾아들지는 않으니까. 여튼 남은 일생의 건강을 위해 각자 관심사에 죽어라 덕질 합시다. 진정 이것이 폭풍 가운데서도 잔잔함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그럼 이만 화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