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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중력 -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회사 책 뽀개기 네 번째. 제목만 보고 인문학일 줄 알았는데 심리학 책이었다.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네 명의 환자를 상담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였다. 저자는 주로 10대 후반 ~ 30대 초반의 환자를 집중 케어하는데, 그 나이대를 통틀어 ‘쿼터라이프‘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었으나 미성숙한 정신에 멈춰있는, 그 상태를 어떻게 벗어나는지를 모르는 현대인들의 아픔을 들여다본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을 크게 안정형과 의미형으로 나눈다. 현실이 중요한 안정형은 공허함에 부딪히고, 영혼이 중요한 의미형은 생존 앞에 무너진다. 뭐 쉽게 말해 두 유형이 적절히 섞이고 보완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컵은 물이 있을 때라야 쓸모가 있고, 물은 컵이 없이는 마실 수가 없다. 그처럼 자신이 어느 유형인지 파악한 다음 반대 유형의 특징대로 변화를 주는 것이 삶의 균형과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거.
머리는 안정형이고 가슴은 의미형인 나는 이 책에 없는 세 번째 유형이다. 정신과 내면을 챙기는 건 일단 살고 본 다음의 일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분별력을 난 어릴 때부터 길러왔는데, 오히려 그것이 평범한 남들과 나를 더 떼어놓는 것만 같아서 괴로웠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공부를 마친 뒤로 인생 3회차의 현자가 되어, 감정도 상황도 전부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나의 인생 독학은 이렇다. 모든 사람은 본캐와 부캐가 있는데, 사실은 부캐가 본인의 진짜 자아와 정체성인 것이다. 부캐의 탈을 쓰면 억눌려왔던 어떤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방출되는데, 이것이 결국 내가 원하던 자화상이란 말씀. 이 본캐와 부캐의 균형을 잡게 될 때 비로소 초연함을 얻게 된다. 그러면 잔잔하기만 한 일상도 퍽 재미가 있고 의미를 가진다. 무슨 재미로 사냐는 말을 내내 듣고 살았지만 따분하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암튼 내 방식이 저자가 말하는 것과 일맥상통해서 그리 새로울 것도 없었지만, 다른 독자들은 충분히 도움 될 듯싶다.
자기만의 독립적이고 고유한 삶을 구축하는 것.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삶이 정확히 뭔지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밝혀내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쿼터라이프의 목표이다. 여기에는 정상적이거나 훌륭하거나 성공적인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하니 참고들 하시길. 다 읽고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책은 잊어버리고 그냥 내 안의 부캐를 끄집어내면 된다. 놀라울 정도의 평온과 자족을 갖게 되리라. 이상 자칭 현자의 인생 클리닉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