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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평점 :
올해부터 리뷰를 주 1회 또는 2회씩 꾸준히 써왔고 다행히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다. 나는 한 주에 한 권 읽고 글쓰기도 벅차던데, 다독에다 리뷰도 꼬박꼬박 쓰는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독서에만 올인하는 걸까. 여튼 주기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웹툰 작가들이 마감에 시달리는 심정을 알 것도 같다. 물론 나는 독촉하는 사람도 없고 지킬 의무도 없지만 꾸준히 글을 써보자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인데 이거 참 쉽지가 않다. 왜 작가들이 마감을 못 지킬 때도 많은지 알겠다. 뭐 그건 그거고 역시 나는 청개구리가 맞나 보다. 남들이 다 재밌다는 책은 나랑 안 맞는다. 이 작품도 마찬가진데, 내가 놓치고 읽은 걸 감안해도 내 스타일은 아니다. 뚝뚝 끊기는 듯한 문장 기법이 와일드한 분위기엔 어울리는지 몰라도 읽기엔 많이 불편했다.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을 싫어하는 이유가 불친절한 문체 때문인데 동일한 이유로 이언 맥과이어도 나의 블랙리스트에 추가해드렸다.
1859년 영국. 뱃사람들은 사냥한 고래의 기름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이제 더 이상 상인들은 고래기름을 찾지 않고 석유와 석탄가스를 찾는다. 그래도 뱃사람들은 아직까진 고래기름 사업이 죽지 않았다고 믿고 바다로 향한다. 여기 그린란드로 떠나는 포경선에 군의관 출신의 한 남자가 선의를 자원하여 바다여행을 나선다. 선원들을 치료하며 고래도 잡아보고 잘 적응해갈 즈음에 사환으로 있던 소년 하나가 교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범인을 찾아내지만 혈투 끝에 선장은 죽고, 매서운 폭풍을 만나 배가 부서지고 마는데, 이 모든 것은 고래 사업의 종점을 찍고 배의 침몰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선주와 범인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것. 이제 구조선도 없이 선원들은 얼음바다 위에서 표류하다가 다 죽게 생겼다. 작가는 주인공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먼저 중간에 덮지 않고 잘 이겨낸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칭찬은 남들이 많이 해줬으니 나는 비평만 적기로 하겠다. 일단 장르가 되게 애매한 게, 스릴러와 클래식의 어정쩡한 교집합이라고나 할까. 전체적으로 글맛이 없었고, 고래사냥 내용 치고 큰 액션조차 없었다. 아니, 고래 잡는 장면이 어떻게 한두 장만에 끝나? 열 장 넘게 할애해도 부족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름 모험 이야기인데 긴장감도 없고 메인 사건도 없다. 아주 그냥 없는 거 투성이구만. 뭔가 있어 보이는 주인공의 군의관 시절 내용과 과거 사건은 그냥 회상이었을 뿐, 현재 흐름에 별다른 영향도 의미도 없었다. 한 서평가는 군더더기가 많았다고 하던데 듣고 읽으니 정말 그래 보이더군. 소년의 살인사건 구간에서는 잠깐 텐션이 올랐으나, 배가 부서진 시점부터 재미도 기대도 무서운 속도로 떨어진다.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나 싶을 정도로. 선원들의 치열한 생존 게임이 시작되나 싶더니 그냥 각자 흩어지다가 다 동사로 죽었다. 또 북극곰과 싸우는 장면은 어찌나 지루하던지. 차라리 톰과 제리가 싸우는 게 더 스릴 넘치겠던데. 곰과의 사투씬은 진짜 독자 손에서 땀나게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전체적으로 긴장도 안되고, 중요씬들은 분량도 짧고, 그렇다고 딱히 산으로 가는 작품도 아니면서 싱겁고 밍밍한 이 맛은 대체. 무엇보다 여성 비하의 욕이 많아서 여성분들은 읽다가 집어던질지도 모르겠네. 굳이 이렇게까지 직역할 필요가 있었을까. 뜨거운 기대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딱히 남는게 없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