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뻔뻔한 딕 & 제인

Fun With Dick And Jane
감독 딘 패리소트
출연 짐 캐리, 테이어 레오니
장르 코미디
시간 90분 개봉 3월 30일
잘 나가던 회사원 딕 하퍼(짐 캐리)는 승진된지 며칠 만에 길거리로 나앉는다. 갑작스런 회사의 부도 때문이다. 남편이 승진하는 줄 굳게 믿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제인 하퍼(테이어 레오니)역시 곤경에 빠진다.
딕과 제인은 매정한 사회에 총구를 들이댄다. 법대로 되지 않으니, 무법자가 되는 것이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그들의 강도 행각은 우습지만, 현실이 이렇다고 생각한다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실제로 2001년 수백억 달러의 빚을 안고 파산하여 하루아침에 사상 최대의 실업자를 만들어냈던 미국 7대 기업 엔론 사에 대한 풍자는 재치 있으며, 짐 캐리의 전작 ‘이터널 선샤인’을 고려해보았을 때 그의 주특기인 슬랩스틱 코미디가 줄어든 것은 당연한 현상처럼 보인다. 테이어 레오니의 콤비 연기 또한 만족스럽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코미디 영화인데 별로 코믹하지 않다는 것.
B 취지는 좋았으나 ‘fun’이 부족해요!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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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시리아나

Syriana
감독 스티븐 개건
출연 조지 클루니, 크리스 쿠퍼, 맥스 밍겔라, 알렉산더 시디그, 제프리 라이트
장르 드라마, 스릴러
시간 126분
개봉 3월 31일

또 하나의 음모론이 시작됐다. 아니, 또 하나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각본을 맡았던 ‘트래픽’에서 마약을 소재로 멕시코 국경, 오하이오, 샌디에고에서 교묘히 얽혀드는 세상사를 이야기했던 스티븐 개건 감독이 이번에는 ‘석유’라는 매개체를 통해 같은 구조로 세상을 샅샅이 분해해놓았다.
평생을 미국과 조직에 헌신한 CIA요원 밥(조지 클루니)과 석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에너지 분석가 브라이언(맷 데이먼), 석유판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석유회사 합병담당 변호사 베넷(제프리 라이트), 마지막으로 석유 채굴권의 향방에 따라 삶이 좌우되는 파키스탄인 와심(마자 무니르). 그들은 세계 석유 판도의 중심 혹은 변방에 있는 인물들이지만 하나같이 그것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카메라는 그들을 잡기위해 미국에서부터 이란, 카자흐스탄에 이르는 거리를 한숨에 훑는다. 그동안 인물들은 중동의 왕위계승에 따른 석유계의 이권 전도에 촉각을 세우고, 역시나 (어느 분야든지) 세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미국에 의해 짜진 각본대로 흘러간다. 권력 위의 사람들은 더욱 살찌고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바싹 마른다.
실제 CIA요원이었던 로버트 베이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덕분에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치밀하고 감독은 그것을 정교히 살려냈지만, 까다로운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중반 이후에 이르러 이야기의 유기적 결합을 경험하고 난 뒤에야 석유라는 사심 없는 자연의 산물이 이기적 인간의 영물로 변모하며 발생한 수많은 문제가 와 닿는다. ‘부패는 무기다’라며 쓰레기와 자본주의의 상관관계를 늘어놓는 이를 함부로 ‘자본주의의 맹아’라 몰아세우기에는 이미 사회구조가 탄탄한 부패의 틀을 갖췄고, 테러리스트로 변모하는 청년을 판단하기에 (미국식) 무조건적 테러말살의 잣대는 지나치게 매정하다. 이 모든 고민을 냉정하게 풀어 놓는 방식이 세계의 수뇌부라 자칭하며 이기의 중심에 선 미국인의 시선을 통한 것이기에 솔선한 ‘자수’가 꽤 통쾌하다. 난도질당한 지구본을 그대로 내려놓고 손바닥 안에 놀아나는 이의 인식의 부재에 일침을 놓고, 모든 것을 쥐려는 이에게는 냉정한 거울이 된다. 모두에게 톡톡히 한 수 가르친다.

B+ 흔치않게 제대로 된 할리우드 지적유희 (수빈)
B 겉돌지 말고, 핵심을 찔러주세요, 제발 (영엽)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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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나나

Nana
감독 오오타니 켄타로
출연 나카시마 미카, 미야자키 아오이, 나리미야 히로키, 마츠다 류헤이
장르 드라마
시간 114분
개봉 3월 30일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탄 고마츠 나나(미야자키 아오이)는 우연히 옆에 앉은 여자(나카시마 미카)의 이름이 ‘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름만 같을 뿐 성격은 정반대인 두 나나는 똑같은 집이 마음에 들어 함께 살고, 서로에 대해 차츰 알아간다.
일본과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야자와 아이의 동명 소설 ‘나나’를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은 캐릭터 자체의 엄청난 인기 덕분에 캐스팅 과정부터 수많은 논란이 돼왔다. 그러나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녀 오사카 나나 역은 나카시마 미카가 아니면 안 될 정도로 원작과 흡사하며, 사랑스러운 애교로 가득한 고마츠 나나 역의 미야자키 아오이도 훌륭한 캐스팅이다. 반면 원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오사카의 연인 렌(마츠다 류헤이)과 고마츠의 남자친구 쇼지(히라오카 유우타)의 숨겨진 매력은 아쉽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고마츠와 렌이 음악을 하는 관계로, 나나의 밴드 ‘블랙스톤’과 렌의 밴드 ‘트랩네스트’의 공연 장면도 볼거리다. 실제로 원작자가 직접 가사를 붙인 ‘GLAMOROUS SKY’는 일본에서 곡 발표 첫 주에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을 보였으며, 라이벌 트랩네스트의 여자 보컬로 출연한 신예 이토 유나의 ’Endless love’ 역시 같은 시기 오리콘 차트 2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매력적인 음악과 더불어 너무나 다른 두 여자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감싸주면서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심리묘사도 만족스럽다. 이는 렌을 잊지 못하는 아픔을 마음속에 담고 살아가는 오사카의 모습과 쇼지와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고마츠의 캐릭터가 훌륭하게 소화됐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의 꽃미남 기타리스트 노부(나리미야 히로키)와 원작에서 은근하게 마니아 층을 형성했던 드러머 야스의 정체를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반짝반짝 빛나는 원석 같은 시절의 이야기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고로 ‘나나’는 여성들의 감수성을 자극하여 강력한 지지를 받기에는 손색이 없는 영화다.

B+ 이팔청춘의 모든 것 (영엽)
B+ 이거야 말로 무난한 청춘만화! (수빈)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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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히든

Hidden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다니엘 오떼유, 줄리엣 비노쉬
장르 드라마
시간 118 분
개봉 3월 30일

길거리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화면일까.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을 내내 비추는 화면은 바뀔 줄을 모른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건이든 뭔가 집중 가능한 것을 찾던 관객은 배신당한다. 이제까지의 화면은 영화가 아닌, 영화 속 주인공들이 보고 있던 텔레비전의 화면이었다. 문학 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조르쥬(다니엘 오떼유)와 그의 아내 안느(줄리엣 비노쉬)에게 그들의 집 앞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와 피 흘리는 아이가 그려진 종이가 배달된다. 부부는 아들 친구의 장난이라고 치부해버리지만 섬뜩한 메시지는 계속 배달되고 조르쥬는 과거의 한 순간을 기억해낸다. 여섯살의 조르쥬는 부모가 입양한 알제리 아이 마지드가 싫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조르쥬의 집에서 소사를 맡아했는데 알제리 전쟁 때 목숨을 잃었다. 조르쥬는 마지드를 모함하고, 조르쥬의 부모는 마지드를 버린다. 범인은 언제나 개인에게 원한을 갖고 있지 않던가. 비디오테이프와 그림에 대한 잘못을 물으려 마지드를 찾아가지만 어른이 된 그는 조르쥬를 진심으로 반긴다.

‘히든’은 범죄를 추적하고 범인을 밝혀내는 스릴러인 듯 위장하지만, 숨어있는 것은 정작 범인이 아니다. 계란을 빌리러 왔다는 청년이 한 가족을 몰살하는 (그것도 어린 아이부터) ‘퍼니게임’, 멀쩡한 소년이 자신의 친구인 한 소녀를 도살하는 ‘베니의 비디오’, 평범한 가족의 집단 자살을 그린 ‘일곱번째 대륙’, 가학적인 사랑을 갈구했던 피아니스트가 가슴에 칼을 꽂으며 끝을 맺는 ‘피아니스트’까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보이는 것 중에 숨어있는 것 혹은 결국엔 영화를 통해 보여줄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스크린 바깥에 자리 잡은 관객은 그가 스크린 뒤에 그야말로 숨겨놓은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영화보기는 동일화나 카타르시스를 위한 것이 아닌 긴장감이 흐르는 퀴즈풀기가 돼버린다. 관객이 바라보던 화면이 영화 속의 텔레비전 화면임이 밝혀지는 것도 감상자의 위치를 위협하는 일종의 장치이다. ‘히든’에서 조르쥬를 괴롭히는 죄의식은 사실 프랑스가 범했던 알제리인 대학살의 대유법이다. 눈을 질끈 감게 하는 최고조의 폭력을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영화 속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끊임없이 제시하면서 감독이 우리에게 하고자 했던 얘기는 다름 아닌 ‘폭력’이다. 나와 우리가족과 내 나라가 타인에게 가할 수 있는, 내재된 폭력의 섬뜩함과 이에 대한 경고가 지루하리만치 평범한 마지막 화면을 공포로 채워버린다.

A 당신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것 (진아)
A 미카엘 하네케의 능력은, 숨길 수 없어요! (수빈)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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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마법사들

감독 송일곤
출연 정웅인, 장현성, 강견헌, 이승비, 김학선
장르 드라마
시간 96분
개봉 3월 30일

Synopsis

12월 마지막 밤, 세상과 단절된 산장에 자은(이승비)이 들어선다. 재성(정웅인)과 명수(장현성)는 벌써 바에 앉아 데킬라를 들이키고 있지만 눈치 채지 못한다. 그녀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속으로 또 한 여자, 하영이 들어선다. 모두 해체된 밴드 ‘마법사’의 멤버들이다. 자은의 죽은 지 3년 만에 조촐한 제사를 위해 모인 그들은 옛 이야기를 한다. 죽은 그녀의 시선 속에서 남겨진 사람들은 그제야 상처를 드러내며 사라져간 사랑을, 젊음을 반추한다.

Viewpoint

반복과 재생의 일상, 그 속에서 꿈꾸는 달콤한 일탈, 일종의 마법을 꿈꾸는 사람들. 송일곤 감독의 사람들은 늘 가엾다. 그래서 그는 종종 영화를 통해 그들의 무기력한 삶에 날개를 달아주고자 한다. ‘꽃섬’, ‘거미숲’, ‘깃’에 이르기 까지 주인공들은 어딘가로 떠나려한다. 한차례의 ‘탈피’다. 애벌레가 한 겹을 벗어 나비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불안한 영혼들은 날아오르기 위한 슬픈 변이를 시도한다. ‘마법사들’도 감독의 그러한 습관적 유랑 혹은 탈피를 쫓아 강원도 산골의 작은 겨울 숲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거미숲’에서부터 이어져 온 감독의 상징, 사과와 그것을 먹는 사각거리는 소리에 대한 반응은 조금은 작위적이지만 건드릴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내포한다. 이미 죽어버린 자은의 자살이유 따위는 등장하지도 않지만 사과를 거부하는 몸짓 하나만으로 그녀가 일반적인 세상의 부적응자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슨 그런 알레르기가 있냐’ 는 재성의 반응처럼 평범하지 못한 성향은 사람들로부터 그녀를 격리시킨다. 그러나 자은뿐만 아니라 누구든 세상과 완벽히 소통하기에는 유독한 아픔이 있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자은자체가 그것이다. 그들은 죽음을 통해 고뇌를 벗어난 자은과는 달리 그녀의 자해를 통해 고스란히 그것을 물려받았다. 흡사 돌림노래 같다. 자은은 한 마디 빨리 시작하여 빨리 끝냈을 뿐이고 뒤늦게 시작한 이들은 아직도 노래를 해야 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질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회의를, 피할 수 없는 삶의 의미에 대한 유추를. 그들의 고뇌가 뚜렷한 윤곽 없이 모호한 것 또한 불명확한 현실, 구체화 시킬 수 없는 모든 고뇌가 가지는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들다고 해서 멈출 수 없다. 이미 ‘재생’버튼이 눌러졌고 어디에도 ‘일시정지’는 없다. 그래서 카메라 또한 ‘정지’하지 않는다. 96분에 달하는 영화는 오로지 ‘한 컷’으로 찍혔다.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3인3색’에서 30분짜리 컷으로 관객과 만난 바 있던 영화는 배우들의 색감있는 연기를 온전히 담아보이고자 했던 감독의 욕심으로 좀 더 긴 컷이 됐다. 디지털카메라이기에 가능했던 이것은 깔끔하게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는 일반적 영화보기에 익숙한 관객이 보기에는 쉽지 않다. 검은 숲과 산장을 오가는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화면은 심하게 흔들리며 울렁거린다.
카메라가 균일하지 못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동안 후고 디아즈의 탱고곡 ‘Amurado’는 시간을 넘나든다. 하모니카로 연주되는 그것은 찢어질듯 신경질적인 음으로 이어지고, 색색의 조명, 코트를 뒤집어 입는 자은의 행위와 함께 기억에 맴도는 우울한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그 모든 것이 키치적이고 음산하기까지 하지만 비극적이진 않다. 나이는 서른을 훌쩍 넘어버렸고 열정에 바쳤던 젊은 날은 상처가 된 채 현실조차 남루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그들이 말하는 것은 희망이다. 돌연 등장한 밝은 메시지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한 순간의 예기치 않은 환상을 만들어내는 마법을 닮아 보인다. 아니, 사실은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그들의 마법이 치밀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완벽히 희망으로 몰아가기 위해.

길어도 너무 길다
단 한 번의 ‘컷’으로 만들어진 영화.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만 96분에 달하는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마법사들’의 작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배우가 실수를 하면 다시 처음부터 찍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산장과 숲 사이를 오가는 촬영은 철저한 치밀함이 요구됐다고 한다.
‘마법사들’이외에도 롱테이크 기법이 돋보이는 영화가 종종 있는데, 알프레드 히치콕의 ‘로프’ 는 이른바 TMT(Ten Minutes Technique)로 유명하다. 당시 카메라에 장전할 수 있는 최대 필름 길이인 10분동안 커트없이 찍었다고 한다. 가장 긴 롱테이크 영화로 앤디워홀의 ‘엠파이어(사진)’가 있는데, 1964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엠파이어 빌딩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편집 없이 8시간 동안 찍은 실험영화다. 러닝타임이 485분이나 된다고.
홈피 www.magicians.co.kr

A 영화가 시작되면 연극이 보이고 마법처럼 빠져든다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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