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마법사들

감독 송일곤
출연 정웅인, 장현성, 강견헌, 이승비, 김학선
장르 드라마
시간 96분
개봉 3월 30일

Synopsis

12월 마지막 밤, 세상과 단절된 산장에 자은(이승비)이 들어선다. 재성(정웅인)과 명수(장현성)는 벌써 바에 앉아 데킬라를 들이키고 있지만 눈치 채지 못한다. 그녀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속으로 또 한 여자, 하영이 들어선다. 모두 해체된 밴드 ‘마법사’의 멤버들이다. 자은의 죽은 지 3년 만에 조촐한 제사를 위해 모인 그들은 옛 이야기를 한다. 죽은 그녀의 시선 속에서 남겨진 사람들은 그제야 상처를 드러내며 사라져간 사랑을, 젊음을 반추한다.

Viewpoint

반복과 재생의 일상, 그 속에서 꿈꾸는 달콤한 일탈, 일종의 마법을 꿈꾸는 사람들. 송일곤 감독의 사람들은 늘 가엾다. 그래서 그는 종종 영화를 통해 그들의 무기력한 삶에 날개를 달아주고자 한다. ‘꽃섬’, ‘거미숲’, ‘깃’에 이르기 까지 주인공들은 어딘가로 떠나려한다. 한차례의 ‘탈피’다. 애벌레가 한 겹을 벗어 나비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불안한 영혼들은 날아오르기 위한 슬픈 변이를 시도한다. ‘마법사들’도 감독의 그러한 습관적 유랑 혹은 탈피를 쫓아 강원도 산골의 작은 겨울 숲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거미숲’에서부터 이어져 온 감독의 상징, 사과와 그것을 먹는 사각거리는 소리에 대한 반응은 조금은 작위적이지만 건드릴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내포한다. 이미 죽어버린 자은의 자살이유 따위는 등장하지도 않지만 사과를 거부하는 몸짓 하나만으로 그녀가 일반적인 세상의 부적응자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슨 그런 알레르기가 있냐’ 는 재성의 반응처럼 평범하지 못한 성향은 사람들로부터 그녀를 격리시킨다. 그러나 자은뿐만 아니라 누구든 세상과 완벽히 소통하기에는 유독한 아픔이 있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자은자체가 그것이다. 그들은 죽음을 통해 고뇌를 벗어난 자은과는 달리 그녀의 자해를 통해 고스란히 그것을 물려받았다. 흡사 돌림노래 같다. 자은은 한 마디 빨리 시작하여 빨리 끝냈을 뿐이고 뒤늦게 시작한 이들은 아직도 노래를 해야 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질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회의를, 피할 수 없는 삶의 의미에 대한 유추를. 그들의 고뇌가 뚜렷한 윤곽 없이 모호한 것 또한 불명확한 현실, 구체화 시킬 수 없는 모든 고뇌가 가지는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들다고 해서 멈출 수 없다. 이미 ‘재생’버튼이 눌러졌고 어디에도 ‘일시정지’는 없다. 그래서 카메라 또한 ‘정지’하지 않는다. 96분에 달하는 영화는 오로지 ‘한 컷’으로 찍혔다.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3인3색’에서 30분짜리 컷으로 관객과 만난 바 있던 영화는 배우들의 색감있는 연기를 온전히 담아보이고자 했던 감독의 욕심으로 좀 더 긴 컷이 됐다. 디지털카메라이기에 가능했던 이것은 깔끔하게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는 일반적 영화보기에 익숙한 관객이 보기에는 쉽지 않다. 검은 숲과 산장을 오가는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화면은 심하게 흔들리며 울렁거린다.
카메라가 균일하지 못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동안 후고 디아즈의 탱고곡 ‘Amurado’는 시간을 넘나든다. 하모니카로 연주되는 그것은 찢어질듯 신경질적인 음으로 이어지고, 색색의 조명, 코트를 뒤집어 입는 자은의 행위와 함께 기억에 맴도는 우울한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그 모든 것이 키치적이고 음산하기까지 하지만 비극적이진 않다. 나이는 서른을 훌쩍 넘어버렸고 열정에 바쳤던 젊은 날은 상처가 된 채 현실조차 남루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그들이 말하는 것은 희망이다. 돌연 등장한 밝은 메시지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한 순간의 예기치 않은 환상을 만들어내는 마법을 닮아 보인다. 아니, 사실은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그들의 마법이 치밀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완벽히 희망으로 몰아가기 위해.

길어도 너무 길다
단 한 번의 ‘컷’으로 만들어진 영화.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만 96분에 달하는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마법사들’의 작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배우가 실수를 하면 다시 처음부터 찍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산장과 숲 사이를 오가는 촬영은 철저한 치밀함이 요구됐다고 한다.
‘마법사들’이외에도 롱테이크 기법이 돋보이는 영화가 종종 있는데, 알프레드 히치콕의 ‘로프’ 는 이른바 TMT(Ten Minutes Technique)로 유명하다. 당시 카메라에 장전할 수 있는 최대 필름 길이인 10분동안 커트없이 찍었다고 한다. 가장 긴 롱테이크 영화로 앤디워홀의 ‘엠파이어(사진)’가 있는데, 1964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엠파이어 빌딩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편집 없이 8시간 동안 찍은 실험영화다. 러닝타임이 485분이나 된다고.
홈피 www.magicians.co.kr

A 영화가 시작되면 연극이 보이고 마법처럼 빠져든다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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