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우리가 당신의 교향곡입니다

홀랜드 오퍼스 Mr. Holland’s Opus
요새 사람들 마음속에는 제각기의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노래를 듣고 있다. 하지만 노래는 말하지 않는다. 그 다이아몬드를 내가 지켜야 하는지, 아니면 그 다이아몬드가 나를 지켜주는 것인지.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유의 글쓰기를 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는 ‘자아의 신화’를 돕는 살렘의 왕이 등장한다. 그는 주인공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온 우주가 돕는다고 말한다. 다이아몬드를 찾는 사람들처럼 사람들은 꿈을 찾아 나서고, 세상은 그들을 돕기도 하고 돕지 않기도 한다.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스승’이란 이름의 많은 선배들은 사람들 마음 속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문제가 많은 아이들에게서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한 홀랜드 선생.
그는 그 다이아몬드가 인정받는 날까지 아이들을 가르친다. 노을처럼 붉은 머리를 가진 랭에게 클라리넷으로 가르치던 ‘바닷가의 나그네(Stranger on the shore)’, 아이들과 로큰롤을 접하면서 들려주던 비틀즈와 롤링스톤스의 노래들. 영화 OST에는 홀랜드가 존경했던 존 레논의 ‘이메진(Imagine)’, 갈등을 겪었던 아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들려주고자 수화로 전달하던 ‘뷰티풀 보이(Beautiful Boy)’가 들어있다.
명곡이라 부를 수 있는 스티비 원더의 ‘업타이트(Uptight)’ 나 레이 찰스의 ‘아이 갓 어 워먼(I got a woman)’ 같은 촉촉한 노래뿐 아니라, 홀랜드의 삶 속에서 자신들이 하나의 교향곡이었다는 제자들의 말처럼 웅장하고 장엄한 멜로디를 지닌 ‘언 아메리칸 심포니(An American Symphony)’가 감동을 전한다.
교사라는 직업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던 홀랜드는 퇴직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후회한다. 이루어 놓은 것 없이 보이는 자신의 60년 동안의 시간들은 덧없어만 보인다.
하지만 그는 깨닫게 된다. 그의 삶이 음표와 쉼표들로 아주 빽빽하게 가득 차 있음을. 그리고 그 감동적인 음악이 제자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연주되고 있음을. 음악이라는 신비롭고 강력한 힘을 가르치던 홀랜드와 그의 제자들의 삶은 한 곡의 교향곡처럼 조화롭고 아름답다.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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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라빠르망(The Apartment)’의 앨리스

통화를 하다 끊으려는 찰나 슬그머니 ‘그래서’가 따라붙었다. 친구는 이 부사를 벌써 다섯 번쯤 연달아 사용하고 있었다. 가끔 지하철 좌석 앞에 서있다 엿들은 여학생들의 이야기에서도 ‘그래서’가 과도하게 등장하곤 했다. 아직 이야기를 끝내고 싶지 않다는 의미, 혹은 끝낼 수 없다는 의미, ‘그래서’로 이어진 것은 대부분 그런 사랑이야기였다. 너무 소중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꼭꼭 숨겨 혼자만 알고 싶은 법인데 사랑에 있어서만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누군가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것쯤은 나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사랑의 정말로 시작되는 지점이다. ‘사랑일까 아닐까’ 사이를 오가던 이성적 사고는 입으로 의문을 뱉는 순간 평정을 잃고 감정을 증폭시킨다. ‘말을 하면 마음이 생기고 마음이 생겨서 그 마음을 또 말하고 그 마음을 또 말하다보면 또 다른 마음이 생겨요.’ 고현정이 울먹이며 연기했던 드라마 ‘봄날’의 대사처럼 사랑은 말 한대로 자꾸만 커져가고 뱉는 순간 폭주해버려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치닫게 된다. 그래서 앨리스가 ‘아무래도 사랑에 빠진 것 같아’라고 리자에게 털어놓던 순간을 보고 싶지 않았다. 짝사랑이라면 뱉지 않는 편이, 터뜨리지 않는 편이 그나마 감당하기 쉬울 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사랑을 내뱉었고 이내 자신의 말에 동조하고 순응하게 된다. ‘정말 난 사랑에 빠졌어.’
그 순간 과학시간에 배웠던 기체의 승화작용을 닮은 사랑의 승화가 시작된다. 형체 없이 부유하던 마음은 묵직한 덩어리가 되어 가슴 밑바닥에 쿵 떨어진다. 그렇게 무거워진 사랑은 떨어지면서 가슴깊이 아픔을 남긴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데, 혼자서 시작했고 혼자서 키웠으며 또 혼자서 끝내야 했다.
나프탈렌 덩어리가 공기 중에 솔솔 피워져 어느새 사라지듯 그녀가 지닌 사랑도 다시 상념 따위로 흩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웬만해서 빠지지 않는 지방덩어리처럼, 엉겨 붙어 불어난 마음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화두에 상관없이 ‘그래도’로 이어가고 싶고, 말하고 싶어진다 해도 꼭꼭 숨겨야 한다. ‘그 사람을 좋아하나봐’를 뱉어버리면 틀림없이 잠식되고 말테니까. 그러기 전에, 비대해진 사랑 때문에 더 이상 숨쉬기 힘들어지기 전에 그저 사랑일랑 없는 듯, 모르는 듯, 그렇게 꼭꼭 숨긴 채 살아라. 나조차 찾지 못하게 꼭꼭 숨어 버려라.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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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발견]삶이 만들어내는 기적

카비리아의 밤 Le Notti Di Cabiria
2003년 칸영화제에서였다. 당시 기자 신분으로 출장을 와 있었지만, 3년 동안 몸담았던 잡지사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기에 쉴 틈 없이 영화를 보는 와중에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신작들을 챙겨봐야 하건만,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사망 10주기를 맞아 영화제가 진행되는 내내 해변가에서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니노 로타의 음악이 마음을 자극했다. 어느 날 밤 펠리니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작은 상영관으로 몸을 숨기듯 들어섰다. 그리고 비로소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상영작은 ‘카비리아의 밤’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영화를 여는 첫 장면이다. 많은 위대한 영화들의 첫 장면은 심지어 영화 전체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주제를 압축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펠리니 감독의 아내이자 불세출의 여배우 줄리에타 마시나가 주연을 맡은 ‘카비리아의 밤’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기막힌 방식으로 서로공명한다. 낙천적인 창녀 카비리아가 겪는 기이한 모험의 시작은 반복되는 그녀의 우스꽝스럽고도 슬픈 운명과 연결되어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연인 한 쌍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난을 치며 강둑으로 향한다. 그러나 분위기에 한껏 취한 여자의 뒤에 서서 문득 주위를 살피던 남자는 그녀가 들고 있던 지갑을 뺏고 그녀를 물에 빠뜨린 뒤 달아난다. 사랑하고 버림받는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카비리아의 우스꽝스럽고도 가혹한 운명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비리아는 믿었던 마지막 연인이 그녀를 벼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돈을 뺏을 심산이었다는 사실을 최후의 순간에 알게 된다. 그냥 죽여달라고 울부짖는 카비리아 앞에서 당황한 연인은 돈을 들고 도망치고, 만신창이가 된 카비리아는 어둑해진 숲속을 휘청거리며 걸어간다. 그런 그녀의 뒤로 갑자기 일군의 소년 소녀 무리들이 등장한다. 마치 축제라도 벌이는 듯 피리를 불고 노래하던 그들은 카비리아의 주위를 에워싼다. 그들의 노랫소리에 카비리아의 슬픔은 조금씩 무뎌진다. 영화는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한 순간 카비리아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며 눈물어린 미소를 보낸다. 수없이 배신당하면서도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는 창녀 카비리아는 굴곡진 인생을 살면서도 끝까지 인간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카비리아가 겪는 믿음과 배신이 되풀이되는 기구한 여정은 불행이 맹수처럼 도사리고 있는 험난한 삶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펠리니는 그 모든 불행의 밑바닥에서 기적처럼 솟아오르는 삶의 소중함을 카비리아의 눈물어린 미소를 통해 보여준다. 그녀를 둘러싼 무리 중 한 명이 다정하게 던진 ‘안녕하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카비리아의 영혼은 구원 받는다. 이는 절망의 끝에서 얻은 삶의 가장 소박한 순간이 만들어내는 기적에 다름 아니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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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오멘

The Omen
감독 존 무어
출연 리브 슈라이버,
줄리아 스타일즈,
미아 패로우
장르 공포, 스릴러
시간 109분
개봉 상영중
자신의 아이가 유산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쏜(리브 슈라이버)은 한 신부의 도움으로 같은 시각 태어난 아이를 입양한다. 그리고 아이의 여섯 번째 생일날, 유모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1976년 처음 선보인 이래 숱한 화제 거리를 제공한 ‘오멘’은 네 편의 속편을 출시하며 오컬트 무비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존 무어 감독이 새롭게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오리지널 버전과 아주 사소한 차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똑같다. 그러나 신선하지 못한데다 서스펜스까지 현저히 떨어지는 이 작품은 리메이크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C ‘오멘’이 아니라 ‘오 마이 갓’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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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러시안 묵시록

Lichnyy Nomer
감독 에브게니 라브렌티에프
출연 알렉세이 마카로프,
루이스 론버드
장르 액션, 범죄
시간 104 분
개봉 6월 15일
녹화된 비디오테이프의 화면. 군사첩보활동을 펼치다 체첸의 포로가 된 러시아 연방 보안국의 스몰린 소령(알렉세이 마카로프)은 고통스러운 고문을 견대다 못해 모스크바 폭파 테러에 러시아 정부가 관여했다는 위증을 한다. 이를 시작으로 체첸 테러리스트들은 중동 과격파인 안사르 알과 사상 최악의 테러를 계획하고, 스몰린 소령은 저널리스트 캐서린(루이스 론버드)과 함께 그 뒤를 쫓는다. 사회적 이슈인 테러를 소재로 한 러시아 영화로 주목을 끌 수는 있겠으나, 선과 악의 평면적인 구도와 예상 가능한 액션, 스토리의 반복에 자국 사람들처럼 열광하기는 좀 힘들다.

C 러시아어 빼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진아)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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