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낯선 여인과의 하루

Conversation(s) With Other Women
감독 한스 카노사
출연 헬레나 본햄 카터,
아론 에크하트
장르 멜로
시간 84분
개봉 1월 25일

Synopsis
결혼식 피로연 파티, 친구의 7번째 들러리 대타를 하러 런던에서 뉴욕으로 온 여자(헬레나 본햄 카터)에게 한 남자(아론 에크하트)가 접근하면서 두 사람의 낯선 듯 익숙한 대화가 시작된다. 뉴욕에서의 하룻밤, 애인이 있는 그와 남편이 있는 그녀 사이에 미묘하고도 위험한 감정이 일어난다. 그러나 사실 그 감정은 12년 전 연인이었던 둘의 남은 열정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는 그는 자꾸만 그녀를 붙잡으려 하지만 현재에 충실 하고픈 그녀는 런던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두른다.

Viewpoint

어리석은 불륜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사랑이 아무런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랑에는 갖춰야 할 엄연한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친근감, 열정, 책임감이 그것이다. 서로를 소유하고자 하는 열정으로만 가득 찬 사랑은 서로에 대한 아무런 책임감 없이, 소유욕을 사랑으로 착각한 채 일종의 환상에 빠지는 것뿐이다. 가끔 스크린 속 불륜은 무책임하고 더러워 보여 우리가 왜 저런 것도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잘 만든 영화는 이런 어리석은 환상을 사랑에서 아주 조리 있게 분리해낸다. 그런 영화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일종의 위험한 사랑에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든다. 안타까운 그 감정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의하는 데에 스스럼없게 만드는 것이다.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거는 그에게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친다. 담담하게 자기의 옛 남편과 현재의 결혼생활을 그에게 이야기하는 그녀는 관객의 눈엔 조금 별나고 도도한 신부 들러리일 뿐이다. 그러나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젊은 연인의 모습, 그리고 의미심장한 대사들은 그들 둘 사이에 무언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사실 그들은 오래 전 연인사이였다. 그러나 사연은 그게 다가 아니다. 그녀는 옛날의 그녀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그의 앞에 서있고, 그는 그녀를 좀처럼 붙잡을 수가 없다.
‘낯선 여인과의 하루’라는 영화와 분할 화면 구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생의 관계처럼 맞물린다. 영화 전체에 사용된 프레임 분할 형식은 이 영화를 이끄는 커다란 두 축 중 하나를 이룬다. 이 구성은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감정들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데에 아주 탁월하게 작용한다. 나눠진 프레임 두 개는 어쩔 땐 그와 그녀가 각각 서로를 바라보는 시점이 되기도 하고, 그들의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그녀가 그녀의 남편을 설명할 땐 일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끌어오기도 하며, 아주 짧은 순간의 간격을 두고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단축시키듯 한 번에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그가 꿈꾸는 로맨틱한 환상과 그저 현실에 머무를 뿐인 그들을 나란히 한 화면에 놓이기도 한다. 두 사람은 프레임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그러나 스크린 정 가운데를 뚝 잘라 만든 두 프레임은 절대로 일치된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는 현실과 바람, 과거와 현재, 그와 그녀의 키 차이를 비롯한 그 모든 것 사이의 미묘하고도 깨어지기 힘든 간극을 표현하는 매우 또렷하고 효과적인 실험결과이다. 분할 화면 구성과 동시에 영화를 이끄는 또 하나의 큰 축은 두 주인공의 대사들이다. ‘비포 선라이즈’‘비포 선셋’을 능가한다는 홍보 아래 등장한 영화답게 그들의 대화는 진솔하고 담백하다. 오랜 시간동안 여러 번 연마된 것 같은 말들이 헬레나 본햄 카터의 입에서 무심한 듯 아닌 듯 툭툭 던져지고, 아직도 식지 않은 사랑과 마지못한 체념을 함께 실은 대사가 아론 에크하트의 입에서 혼잣말이 되어 흘러나온다.‘비포 선셋’만큼 폭발하는 듯한 정점에는 다다르지 않지만 식지 않은 사랑의 감정은 분할 화면 속 클로즈업된 두 사람의 표정에서 마치 센서에 불 들어오듯 여지없이 드러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프레임이 하나로 합쳐지는 마지막 장면에 이어 칼라 브루니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기타선율과 어우러진 엔딩 테마곡이 흐를 때쯤이면 어느 누구도 스스럼없이 이들을 사랑이라는 이름 속에 넣게 될 것이다.

굿바이, 마시모 기로티

분할 화면(Dual-Frame)을 위하여! 영화를 한껏 독특하고 실험적인 영화로 끌어올린 분할 화면 구성은 이 영화 전체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폰 부스’에서 보았던 분할 화면 구성을 생각하면 ‘낯선 여인과의 하루’의 분할 화면은 차원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두 대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낯선 여인과의 하루’의 완벽한 분할 화면 구성에는 배우들의 공이 크다. 피로연장에서 함께 춤을 추는 두 배우의 모습을 양 사이드에서 찍은 화면은 아무리 봐도 동시에 찍은 듯 차이가 없다. 그러나 반대편에 있어야 할 카메라가 화면에 등장하지 않은 것을 보아, 두 프레임은 절대 동시에 찍은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다각도에서의 촬영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는 배우들이 감정을 유지한 채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다각도로 촬영한 것이다. 이들이 연기에 들였을 엄청난 집중력과 완벽한 감정조절이 영화의 분할 화면 기법을 가능케 하고, 결국 관객의 감정선도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홈피 cafe.naver.com/otherwomen.cafe

A 미묘함이 살아 숨 쉬는 두 개의 화면 (호영)
A+ ‘비포 선라이즈’ 만큼 매력적인 사랑에 대한 솔직 담백 talk talk! (희연)

손호영 학생리포터 in_azur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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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여름이 가기 전에

감독 성지혜
출연 김보경, 이현우, 권민
장르 드라마
시간 78분
개봉 1월 25일

‘삼각관계’. 그것은 영원이 사라지지 않을 로맨스의 소재이며 환상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브리짓 존스를 생각해보자. 그녀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고, 그 중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하지만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는 한 여자와 두 남자를 가지고 조금 다른 노선을 택한다. 29살 수연(김보경)은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중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두 남자를 만난다. 프랑스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던 옛 애인 민환(이현우)과 지금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고시생 재현(권민)이 그들이다. 뻔한 스토리라면 여자는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연애를 할 때 느꼈던 감정을 비슷하게 전달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품고 영화를 구상했다’는 성지혜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환상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얼핏 삼각관계처럼 보이는 인물들의 관계는 사실상 직선의 형태를 띤다. 수연은 민환을 ‘아직도’ 사랑하고, 재현은 수연을 이제 막 사랑하기 ‘시작’했다. 두 남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여자는 과거에 향해있고, 그들의 권력(?)관계는 과거의 남자, 여자, 현재의 남자 순이 된다. 그리하여 이들의 사랑이 시작되고, 어긋나고, 여전히 이기적으로 흘러가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래서 가망 없는 사랑을 기대하는 모습도,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도, 바라만 봐야 하는 모습도, 인정하기 싫지만 이해가 돼버린다.
영화의 제목에서 ‘여름’이 의미하는 것은 ‘뜨거운 열정’과 ‘눈부신 청춘’이다. 그 열정이 가기 전에, 20대 청춘이 가기 전에, 우리는 무얼 해야 할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사랑을 한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듯, 여름을 보내기 싫어하는 끝자락처럼 빛바랜 눈부심이 하늘을 채울 뿐이다. 열정은 끝나가고 관계 또한 불안정한 가운데, 이룬 것 없이 스러져가는 마지막 20대가 뒤엉켜 소연을 혼란스럽게 한다. 뜨거웠던 열기가 서서히 식은 후 선선한 그늘을 맞이하기까지 부유하는 여자주인공을 포착해낸 여성 감독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B+ 부드럽게 감싸다가 뾰족한 무언가가 찌르는 느낌 (재은)
B+ 매력적인 (스물아홉 살의) 성장 영화 (동명)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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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프로듀서스

The Producers
감독 수잔 스트로맨
출연 네이단 레인, 매튜 브로데릭, 우마 서먼, 윌 페렐
장르 코미디, 뮤지컬
시간 133 분
개봉 1월 26일

소심한 성격에 병적인 강박증까지 있어 어릴 적 담요를 빼앗기면 발작증세를 일으키는 회계사 레오(매튜 브로데릭)는 속물적인 공연으로 유명한, 무엇을 연출하든 망해버리는 뮤지컬 프로듀서 맥스(나단 레인)의 회계를 맡는다. 이번 공연도 어김없이 망한 그의 장부를 보던 레오는 분식회계 이론을 떠올리며 한마디를 던진다. “와! 공연이 망해도 이익이 남는다니 놀라워요. 개막 첫날 관객을 모은 후에 망해버리면 제작비를 빼고도 이익을 챙길 수 있잖아요!” 그러자 맥스는 레오를 붙들고 이렇게 외친다. “위 캔 두 잇!”‘프로듀서스’는 1968년, 코미디 배우로도 알려져 있는 멜 브룩스 감독에 의해 영화로 탄생한 작품이다. 2001년,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손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옮겼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공연계의 아카데미라고 할 수 있는 토니상 1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12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록을 세워, 극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게 ‘가장 성공적인 프로듀싱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랬던 것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영화 ‘프로듀서스’는 무대홀릭에, 카메라에도 익숙한 네이단 레인, 매튜 브로데릭 외에도 뮤지컬에서 달걀 노른자위 조연 캐릭터를 연기했던 게리 비치, 로저 바트까지 오리지널 캐스트를 모셨다. 수잔 스트로맨 감독은 오리지널 공연의 안무와 연출을 맡았던 베테랑이고, 영화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추가한 믿을만한 코믹 배우 윌 페렐은 극을 망칠 리 없고, 조금 걱정스러웠던 우마 서먼도 자신의 역할 충실히 해주니 한마디로 ‘브라보!’다. 관객이 이미 알고 있듯, 뮤지컬 영화는 비현실적인 세계에 몰입했을 때 진정한 감흥을 얻기 마련이다. 드라마에 취해, 노래에 취해, 어느 순간 스크린 안으로 홀려들어가기 마련인데, ‘프로듀서스’는 이점에 있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마를린 몬로가 하얀 치마 날리고 있을 법한 1960년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다, 두 주연배우의 완벽한 뮤지컬식 연기가 낯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브라보’는 오로지 프로에게만 주어지는 찬사! 이들이 스크린에서 펼치는 프로페셔널하고도 순수한 ‘쇼쇼쇼’의 세계에 빠져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기까지 입 다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조금만 거짓말 보태면 오리지널 공연 보겠다고 적금통장 헐어 브로드웨이 행 비행기 티켓을 사게 될 지도 모른다.

A 프로 혹은 홀릭들이 만들어 낸 기막힌 ‘쇼!쇼!쇼!’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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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미스 포터

Miss Potter
감독 크리스 누난
출연 르네 젤위거, 이완 맥그리거, 에밀리 왓슨
장르 드라마, 로맨스
시간 92분
개봉 1월 25일

19세기 영국 켄싱턴, 서른이 넘도록 동물그림만 그리고 있는 베아트릭스 포터(르네 젤위거)는 자신의 책을 출판하기위해 동분서주한다. 사랑이 없는 결혼을 거부하고, 사회통념에 반하는 여성의 독립을 주장하며 살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책을 출판하겠다며 찾아온 초보 출판업자 노만 워른(이완 맥그리거)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각종 문구류 캐릭터로 친숙한 ‘피터 래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생을 따라간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동물그림이지만 자신의 열정을 지킬 줄 알고, 진정한 사랑을 기다리며 오래 참아내는 모습은 잔잔한 감흥을 선사한다. 또한 산과 강이 함부로 훼손되는 것이 싫어 아예 자신의 사유지로 만들었던 ‘레이크 디스트릭’의 풍광이 펼쳐지면, 이 땅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나라에 기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작가의 매력적인 인생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물론, 베아트릭스의 친구들로 등장하는 파스텔 톤의 귀여운 그림책 캐릭터들을 만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그녀의 그림은 스크린 속에서도 따뜻한 풍경들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모든 이의 삶에 결정적 순간들이 있듯이 그녀의 삶에도 절정이 찾아오고, 영화는 이 시점에 다다라 빛을 발한다. 순수한 두 사람 베아트릭스 포터와 노만 워른의 사랑이 바로 그것. 두 사람은 설레어 실수를 하고,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머뭇거리다가, 결국엔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고 눈물 흘리는 그런 사랑을 나눈다. 바람둥이 남자와 페미니스트의 사랑을 다뤘던 ‘다운 위드 러브’에서 호흡을 맞췄던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 커플은 이 영화에서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이 두 명의 소중한 배우가 맑은 눈빛과 행동으로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기막힌 사실은 이 영화가 데뷔작 ‘꼬마돼지 베이브’로 아카데미 7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던 크리스 누난 감독이 10여 년만에 선보인 두 번째 작품이라는 것이다. 감독은 각본가가 8년 만에 완성한 시나리오를 들고 2년을 공들여 ‘미스 포터’를 완성했다. 이는 일반 할리우드 영화 몇 백편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이다. 이렇게 내로라하는 순수쟁이들이 모여 만든 이 영화야 말로 진정한 ‘완소’가 아닐까.

A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낭만이 있음’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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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황후 花

Curse Of The Golden Flower
감독 장예모 출연 주윤발, 공리, 주걸륜 장르 드라마, 액션
시간 113분 개봉 1월 25일
국경을 수비하던 원걸(주걸륜)왕자는 중양절 축제를 앞두고 황궁으로 돌아온다. 원걸은 황제(주윤발)가 처방한 탕약을 먹고 급속도로 병세가 악화된 황후(공리)의 건강을 염려한다. 황후의 건강이 황제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원걸은 반란을 도모한다.
450억 원 규모의 거대한 스펙터클과 금빛으로 빛나는 색채의 향연을 선보이는 이 영화는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공리의 신들린 듯한 연기나 후반부의 인상적인 인해전술로 초반의 지루함을 충분히 보상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장예모 감독의 과도한 탐미주의는 이제 거부감 수준을 넘어 점점 무서워진다.

B 90년대의 장예모 감독이 사무치게 그리워 (희연)
B 99%의 자본과 1%의 영감 (동명)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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