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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 병원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강주성 지음 / 프레시안북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을 바꾸는 진짜 힘은 누구에게서 시작될까. 우문현답을 기대하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주저 없이 추천할 것이다. 백혈병과의 지리한 사투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한 후, 자신의 경험을 개인의 것으로 가두지 않고, 의료계의 개혁과 변화를 위한 초석으로 삼은 데 대해 저자에게 새삼 감사하다.
자신이 딛고 선 땅을 갉아대면서 정진을 모색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만큼 의료계의 문제를 의료계 스스로 들춰내는 것은 어려운 일일테다. 그러므로 의료인도, 보건의료 정책가도 아닌 저자가 순전히 자신이 겪은 아픔을 다른 이들이 똑같이 겪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그 순수한 열정 하나로 시작한 이 운동이 더 값지고, 아름다운 것 같다. 덧붙여 어려운 길이지만 가시밭길에서 십자가를 지고 행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선택진료비의 비밀, 의료광고의 속임수, 비급여 항목의 재생산, 병원내 감염 문제,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와 건강권 침해 등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문제를 속속들이, 그것도 쉽게 설명하여 이해하기 쉬웠다.
원폭 피해자 2세 문제를 이끌어내 원폭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발의의 단초가 된 고 김형율 님, 글리벡 약가 싸움에서 환자의 정체성을 끝까지 잃지 않고 투쟁했던 고 김상덕님의 삽화가 내내 뇌리에 남는다. 시대를 동행하는 예수님의 모습으로, 그들의 짧은 삶은 활자들을 사를 만큼 열꽃처럼 뜨거웠다.
‘생활습관병’이란 단어가 갖는 폭력성도 어설프게 이해했다. 자칫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기인한 질환이니, 전적으로 네 책임이다 식으로 몰아붙일 우려가 생기고, 그로 인해 의료보험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할 수 있는 곁길이 될 수 있음도 상기하게 됐다. 전 국민의 1/4이 생활하는 학교에서 미리 건강을 가르쳐, 국민이라면 누구나 건강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자는 보건교육 운동의 맥이, 보건의료 정책 개선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저자와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