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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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건강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시선이 강력하다. 또 건강이나 보건에 대한 문제는 주로 의료인들이 제기하고 해결하는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입장 역시 두텁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볼때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연구자료와 함께 짚어나가는 저자의 시선은 더욱 반갑다. 건강은 특정 전문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 모두가 고민해야할 화두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차별과 폭력, 배제와 외면, 독단과 편견이 드리워진 사회 문화적 토대 위로 설상가상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재난,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존재, 와해되는 공동체가 직결될 때, 마주하게 될 보건 문제를 추론하는 것은 결코 열뜬 환희나 지적 호기심으로 남겨둘 수 없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얼마나 참혹하고 무례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부분이다. 피해자의 존재를 간과하면서 마치 함수 풀이 하듯 쉴새 없이 무책임한 대응이 투입되었고, 2차, 3차의 피해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는 저열한 우리의 민낯. 더구나 누가 어떤 폐해를 어떻게 입히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료를 통해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무의 인식을 일깨우는 데 이 책의 첫번째 미덕이 있다면, 두번째 장점은 안타깝게도(?) 우리의 연구 토대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직간접적으로 확인시켜줌으로써 각성하게 한다는 데 있다.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연구 영역 및 전문 인력 확보까지 인프라가 미흡하다보니, 우리에게 적합한 맞춤형 연구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정부 프로젝트가 뒤늦게나마 시작되었고, 일부 연구 결과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세번째 가덕은 보건학적 연구 결과를 평이한 서술로 담아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문득 권한 있는 정부 당국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보건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생생하고 입체적인 건강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꾸리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무가 분명히 존재한다면, 그 해결책 역시 보건학에만 짐지울 일은 아니지 않을까. 아픔이 길이 되려면 수많은 이들이 연결되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야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말이다. 






한국 사회가 양극화하는 가운데 사회적 관계망도 역시 양극화하고 있습니다. 관계망에서 좋은 자원들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경향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을 넘어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향후에 진행되리라 기대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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