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감추는 사람, 실패를 살리는 사람
하타무라 요타로 지음, 정택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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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름'뿐만 아니라 '실패'마저 용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시 읽혀져야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동경대학교 교수인 저자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가,  침체된 사회를 만들어간다고 진단하면서 '실패'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대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서 성장해왔고, 성공의 법칙이 있듯 실패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으므로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실패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실패에는 개인의 무지나 부주의, 오판 등으로 나타나는 개인 책임의 실패, 조직 또는 기업 운영이 불량해서 생기는 실패, 행정이나 정치의 태만으로 이루어지는 실패, 사회 시스템의 부적합, 최종적으로는 미지와의 조우를 통해 나타나는 실패의 구조적 계층성이 있으므로, 이를 분석하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실패의 원인은 무지, 부주의, 차례 미준수, 오판, 조사 및 검토의 부족, 제약 조건의 변화, 기획 불량, 가치관 불량, 조직 운영 불량, 미지 등 10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패는 단순한 사고방식, 정보단절, 실패의 방치가 가중되면서 증폭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도 밝히고 있다.

 

실패를 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유용성을 활용하고, 전략적 비젼을 가져야 하며, 감정을 추슬러 실패를 지식화하는데까지 나아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실패 정보의 관리와 관련해서는 실패 정보는 축소되기 쉬우므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자주 환기할 것, 솔직하게 공개하고 공격적으로 대처할 것, 구체적으로 기록할 것,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힐 것, 실패를 절대로 신화화하지 말 것, 남의 실패도 내 것처럼 인식할 것, 실패 당사자의 입장에서 평가할 것을 강조하면서, 실패를 지식화할 때는 제목, 상황 개요, 경과, 원인, 대처, 총괄, 지식화로 나누어 기술해야 한다는 세부 항목까지 정해서 안내한다.

 

이 밖에 매뉴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창조적으로 사고할 것, 무능한 상사와 반복적인 회의가 실패를 가중한다는 점, 실패 박물관을 만들자는 흥미로운 주장도 펼친다.

 

10여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2015년 현재 다시 읽어도 전혀 어긋남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로, 적확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실패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저자는 미국의 사법거래제도, 즉 실패를 공개적으로 드러낼 경우 양형을 줄여주거나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실패를 공유하는 문화가 부럽다며 기술했는데,  나는 동경대학교 교수가 실패학을 창시하면서 일본 사회 전체에 성찰의 화두를 던질 수 있다는 게 읽는 내내 부러웠다. 일본의 숨은 저력을 새삼 느꼈다고 해야할까.

실패학은 실패의 속성을 명확히 알고, 실패를 머릿 속에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극복하고, 실패를 새로운 성공의 토대로 삼자는 취지로 제안된 것이다. 실패학은 사람을 성장시키는(혹은 퇴보시키는) 실패의 감정에 대한 대처, 새로운 출발의 기반이 되는 실패 지식의 정리, 성공의 토대가 되는 창조적 사고 기법의 훈련 등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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