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문제의식은 왜 대륙마다 인류사의 발전 속도가 달라졌는지에서부터 출발한다. 일견 인종이나 민족의 특성에 주목해 성실, 창의성, 지성, 의지 등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답변에 천착하는 대신, 지리적 환경의 이점이 결정적인 변인으로 작용했으리란 가정을 세우고, 생물학, 언어학, 인류학 등을 넘나들며 근거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애초에 인류발전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작물화와 가축화가 가능한 생물 종들이 크게 9개정도의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리적 환경에 따라 출발선이 달랐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 특정 지역은 뛰어난 지리적 조건 때문에 곧 식량 생산이 수렵 생활을 능가할 정도로 효율성을 발휘하게 되었고,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면서 뜻하지 않게 동물로부터 옮겨온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까지 강화할 기회를 얻었으며, 이로 인해  소수의 인원으로도 감염병에 취약했던 다수를 제압하고 정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식량의 생산력 향상으로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정주가 가능해지면서 무리에서 부족으로, 부족에서 추장 사회로, 다시 국가로의 이행이 빨라질 수 있었다는 데 주목한다. 더불어 문자는 무기, 세균, 중앙집권적 정치 조직 등과 함께 제국화를 가속화하는 힘이 된다.  문자의 발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확산의 편리성인데, 아무리 문자가 빨리 발명되었다 하더라도 그 지역의 지리적 환경이 척박한 경우, 문자가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통치나 정보 교환 등에 있어서 문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문명이 전파되기 좋은 대륙의 지리적 조건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경우보다는 좌우로 넓게 뻗어 동일 위도에 해당하는 지역이 많은 경우가 더 유리하므로 유라시아가 아메리카나 아프리카보다는 인류사 발전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총, 균, 쇠>그 후의 이야기를 통해 왜 중국이 아니라 유라시아가 세계 정복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힌 대목이다. 유라시아는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있어서 경쟁이 촉진되어 기술, 과학, 자본주의 등이 발전될 수 있었지만, 중국은 일찍부터 통일되어 있어 정치적 체계가 중앙으로 집중되는 구조를 갖추는 바람에 제국의 통치에는 안정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현대 과학, 기술,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데 있어서는 정치적 판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해 발전 조건의 출현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착안한 저자의 결론은, 혁신을 가져오는 최적의 조건은 '최적 분열의 법칙이'이 작동한다고 본다. 혁신은 분열이 최적의 중간 정도에 머문 사회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지나치게 통합되어 있거나 너무 분열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동물은 한번쯤은 가축화될 운명에 처해 있었지만, 가축이 될 수 있는 동물의 조건은 식성, 성장속도, 감금 상태에서 번식시킬 수 있을 것, 온순한 성격, 겁먹는 버릇이 없을 것, 무리를 이루고 우열 위계를 잘 갖출 것 등을 제시하였는데, 늘 보던 가축들의 숨은 비밀을 엿본 것 같기도 하다.

 

그간 지리적 공간은 단순히 생활 터 정도의 환경적 개념으로만 이해했었는데, 역사를 가르는 주요한 변수로 작동했다는 점을 읽고 나니, 새삼 그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술혁신과 정보사회 속에서 지리적 환경과 조건은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오늘날)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르는 나라들은 여전히 식량 생산을 근거로 지배한 오래된 중심지로, 수천 년 전에 통합되었거나 그곳 사람들이 다시 살게된 곳들이다. B.C.8000년 당시의 역사가 지금도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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