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베이징까지 - 문화 여행
중국성시활력연구조 지음, 이용철 옮김 / 역사넷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북경의 문화, 풍습, 경제 등을 간략하게 소개한 개론격인 책. 인문 환경편, 문화 풍습편, 도시 발전편, 주민 소비 편, 올림픽 경제편 등 총 5편으로 주제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짧은 지면 탓에, 깊이 있는 내용을 탐색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낙후된 중국, 외관의 힘만 부각되는 종이호랑이, 공산당 일당 독재의 경직성이 드러나는 도시로서 북경을 그려보던 내게, 이 책이 근거 없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단초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북경 시민의 자부심. 정치에 대하여 한 마디는 할 수 있을 정도의 식견을 갖추는 게 북경 시민의 덕목으로 부지불식간에 자리 잡고 있다는 부분. 숱한 시대와 왕조를 거치면서 수도로서의 위상을 고수했던 북경의 시민이라면, 역사와 정치와 사회의 표상을 아우르는 의견이 있어야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합의. 정치 의식의 발로가 개인의 자각이나 인식의 확대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시대의 중심에 선 수도에 사는 이라면, 당연히 감당해야할 책무이자 갖추어야할 교양으로서 새겨지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져 흥미로웠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북경 시민은 단순히 도시에서 생활하는 도시인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활인으로 살면서도 동시에 정치적, 역사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하는 사회적 기제 속에서 살고 있는 것.

  어느 책에선가 서양인의 부의 권위와 지위를 확인하는 질문 중 '북경에 다녀온 적이 있는가'를 묻는 항목이 있다는 글을 읽었다. 역사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부자라면 북경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해설을 읽었을 때, 전혀 의아하지 않았다.

  역사와 문화의 기틀 위에, 주관 있는 정치 의식의 소유 여부를 교양의 덕목으로 치는 소시민들이 살고 있고, CBD 경제 구역부터 도시의 중심으로 뻗어가는 순환 고속도로의 경제가 덧붙여진다. 편벽진 북경의 일면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북경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2006년에 쓰여진 이 책의 내용들, 특히 경제편이 불과 몇 년 새 얼마나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지 먼저 놀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노련한 관찰력이 전한 그대로, 북경이란 도시가 갖는 기본적인 매력들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음을 발견하면서 다시 놀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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