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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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북경 여행을 떠나기 전, 짧은 시간을 쪼개 닥치는 대로 중국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북경의 풍속과 문화, 역사를 찾아 헤매다가 문득 떠올랐던 책이 '중국견문록'이었다. 북경의 이야기 대신 북경을 누비며 직접 살아낸 경험담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온 까닭. 소소한 소망이었는데, 온전히 구현되어 구체적인 현물로 마주할 때, 그 감격과 행운을 무엇에 견줄 수 있을까.

   '하늘에서 거져 떨어지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중국 속담처럼, 활자를 통해 전해지는 그녀는 정말 1년 동안의 북경 생활을 열심히 살았다. 활자는 꾹꾹 눌러써서 힘 있고, 온 열정을 담아 기차다.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념, 활짝 피는 꽃마다 제 철이 있다는 당당한 선언의 그녀는 우당탕 북경의 현실에 부딪히며, 자신이 온몸으로 겪은 생의 타박상을 넉살좋은 특유의 언어로 되살려냈다.

  1년여의 북경 생활기는 그녀의 다른 책들처럼 가슴에 불을 당긴다. 그녀가 전하는 북경 이야기 속에는 소박한 꿈을 꾸며 성실로 생활을 엮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엄연한 남북 분단의 현실이 녹아 있으며, 엄한 욕심을 불사르는 대신 주어진 현재를 있는 그대로 감사하며 어제보다는 내일이 조금이라도 낫기를 기대하는 꿈꾸는 청춘이 스쳐간다. 중국어 실력을 얼마나 성취했느냐는 오히려 이 책에서는 부차적인 주제다. 현실을 마뜩해하지 않으면서, 미간을 찌푸린 채 고매한 언어로 집요하게 일상의 탈출을 설득하는 지루한 설교 대신, 철없는 어린애마냥 신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읽는 이의 심장을 향하여 거부할 수 없는 호기심을 풀무질해댄다. 그리고는 뭐가 두려워 주저하고 있느냐는 반문을, 변명할 여지도 없이, 덩어리 그대로 입으로 덥썩 밀어 넣어버린다. 쓸데없는 불평일랑 입 밖에 내지 말고, 있는 힘껏 가슴이 스스로에게 울려대는 그 목소리 따라 살아버리라는 독려.

   그녀 덕분에 북경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역사 속에서 풍화되고, 거칠 것 없는 풍속과 문화로 비호되는 북경이 아니라, 생의 의지가 충만하게 확장되는 그 삶의 현장으로서의 북경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가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북경과 그 주변의 풍광이 아니라, 삶의 자세와 유영에 관한 견문이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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