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2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치우침 없는 사실에 대한 지독한 집착, 완전무결에 대한 극한의 갈망, 결단하는 순간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되며, 이겨야만 목숨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전쟁에 대한 대담한 고찰. <손자병법 교양강의>를 읽고, 다시 중국이 부러워졌다. 춘추전국시대를 살아내며 숱한 역사와 지혜를 비축한 중국인의 비상을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 역시 더욱 두터워졌다.  


   손자병법의 제 원칙을 뒷받침하는 사례의 태반을,  다시 중국의 고사와 모택동의 전략을 예시로 삼은 것은 단순히 저자가 중국인이어서가 아니라, 중국인 전체가 뼈와 살로 부딪히며 경험한 중국사에 그만큼 풍부하고 깊이 있는 실 사례가 넘쳐난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하니, 이들과 경계를 마주하고 선 우리로서는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엉뚱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했다. 얼핏 드러나는 모택동의 전략과 전술은 어느 순간 소름끼칠 정도로 느껴지기도 했다. 도시를 버리고, 농촌을 거점으로 삼기로 작정하면서 대중을 설득하는 대목은 모택동이 얼마나 노련하고 쉽게, 중요한 전략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납득시키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당이 주먹을 쥐듯 도시로 집중할 것이나, 다시 세력을 펼치려면 손가락을 펴듯 세를 확장하려 할 것이니, 주먹일 때 치는 전략을 버리고, 손가락으로 펼쳐질 때 공격해야한다는 내용. 그래야만 땅과 세를 잃지 않는다는 논지다. 적과 싸우면서도 단순히 적을 섬멸하는 데만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를 보존하면서 적과의 싸움에서 궁극적으로 챙겨야하는 이득을 꼼꼼히 돌아보는 예리함.  조상이 쓴 손자병법을 그 후손인 현대 중국인이 읽고, 듣고, 익히면서 새로운 사례를 지금도 끊임없이 덧붙여나간다고 생각하면, 결코 느긋해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손무는 지휘관이 가져서는 안 되는 약점으로 지나친 용맹심, 요행을 바라는 심리, 난폭성과 조급성, 명예나 자존심에 얽매이는 결벽성을 꼽았는데, 그 혜안이 인상 깊다. 명예나 자존심을 최고로 치는 동양 문화의 정서를 고려해볼 때, 전쟁의 비정함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목도하는 현실주의자가 아니면 절대 설파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을 보장받고 삶을 연장하는 지극히 사실적인 명제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태도다.  


   손자병법은 편벽진 객기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감성적 편승을 뛰어넘어, 분명한 사실을 근거로 기어이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생물학적 인간, 그리고 그 인간들의 집합체가 치열한 전투와 전쟁이란 비정한 괴물의 등에 올라탈 수 밖에 없도록 설계된 세상의 도면 위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처절하게 정면승부를 벌이도록 하는,사투의 보고서이자 냉철한 철학서다. 또한 손자병법의 강점은 손무가 이론만으로 주장한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전장에서 승리의 성과로 입증한 전략서라는 데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생긴 욕심이라면, 손자병법 교양 강의가 책뿐만 아니라, 중국에서의 TV프로그램 그대로 우리 안방에도 방영되면 좋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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