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법학자 김두식이 바라본 교회 속 세상 풍경
김두식 지음 / 홍성사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의 모태신앙으로 자라온 나는 심각하게 신앙, 믿음의 문제를 고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교회에서 배운 대로, 목사님의 말씀에 따라 모든 사안을 판단하면 100% 진리라고 믿었다. 죄와 죄가 아닌 것을 구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으며,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나 말이 선의의 태도로, 결국은 예수님께서 그토록 싫어하신 정죄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본적 없이 잘도 지냈다. 목사님들의 지루한 설교 말씀은 전혀 은혜스럽지 않아도, 여기서 은혜를 받지 못하는 것은 내 영성이 매우 부족한 까닭이라고 바로 결론 지었다. 무슨 말을 하든지 막힘없이 성경 말씀을 따박 제시하는 친구들 앞에서, 야곱이 요셉의 아버지인지, 다윗의 아내가 누구였었지, 예수님의 열 두 제자의 이름을 모두 외우지 못하겠는 내 신앙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성경의 숱한 이야기를 모른다는 것은 곧 믿음이 약하다는 증거라고 믿기까지 했다. 사춘기 시절 신앙의 방점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개괄하여 줄줄 읊어대는 데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믿음은 점점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그리고 나와 이웃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지, 관조적으로 해석하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다행히 기복 신앙에서 약간 벗어난 모습으로 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신앙은 철저하게 “나”중심의 믿음에만 갖혀 있었다. 내게 유익이 되는 방향의 믿음을 추구하니, 마음은 언제나 평안했고, 만족스러웠다. 나 자신이 꽤 그럴듯한, 나 정도면 적어도 욕은 안 먹는 크리스챤이라고 대견하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김두식 교수님의 <헌법의 풍경>을 검색하다가, 새롭게 <교회속의 세상, 세상속의 교회>를 출간하신 소식을 알게 됐고, 순전히 호기심이 동해 먼저 읽게 됐다.  


지금까지 지내면서  한 번도 신앙의 삶에서 멀어져 본 적 없는 나는-불성실한 예배자였기는 했지만-지금 교회의 모습은 불완전해도 온전하며, 그리고 이단은 당연히 앞뒤 따지지 말고 멸절해야하며, 명백한 죄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들은 분명히 죄인이라고 선포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며 참된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이해했었다. 사회는 개혁하고 바꿔 나가야 하지만, 교회는 예수님의 몸된 처소이기에 나같은 믿음 약한 성도가 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조차 때로는 불경스러운 것으로 오해하기까지 했다. 교회에 약하고 병들고 가난한 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전혀 깨달음이 없었으며, 크리스마스 때 잠깐, 선교 시즌에 잠깐 눈에 띄게 헌신하는 것으로써 내 역할은 충분하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성공해야 하나님께 영광이고 실패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단정했다. 하나님은 언제나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것, 흔들림 없이 이것을 확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굳건한 신앙의 척도라고 이해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어떤 크리스챤이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예수님께 너 때문에 정말 하나님을 만나야할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고 꾸짖음 당했던 그  바리새인이 아니었는지. 번지르르한 말로 평화와 화평을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 죽는 것보다는 죽이는 쪽에 거리낌 없이 편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상황 속에 놓인 죄인을 사랑하셨던 예수님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줄곧 그 놓인 상황과 맥락을 벗겨내고 분리되어 단독으로 서있는 죄인을 향해 있는 힘껏 돌을 던지면서, 이것이야말로 잘 믿는 믿음의 표징이라고 떠들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됐다. 낙태와 씨름하는 아이들, 죽음을 꿈꾸는 아이들, 명백한 죄에 빠져서 고통 받고 신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처음...조금이라도 생각해보게 됐다.  


답을 구하고 있던 내게, 이 책은 더 큰 위안과 힘이 됐다. 구호를 외치고, 높아지고, 명징하게 분석해내는 그것이 아니라, 낮아지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족해도 숨어서 헌신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말 예수님이 원하시는 신앙이며 교회라는 사실을 다시 확신하게 됐다.  

 어디서고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기독교 피의 역사와 국가와 교회의 연합에 대해 읽을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다. 신앙을 내세우며 외식을 행하고, 신앙으로 감싸 안으며 정의를 왜곡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아울러 함께 읽은 것 같아 기쁘다.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지점에서 꼭 듣고 싶었던 많은 조언, 서릿발처럼 차갑고 아랫목처럼 따뜻하다. 그러므로  더욱 다른 이들에게도 읽도록 적극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