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질병의 사회학
사라 네틀턴 지음, 조효제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자칫 매몰될 수 있는 관점을 바로잡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특히 보건교육과 학교보건정책의 변화를 갈망하는 열정을, 어떤 사회적 맥락과 구조의 틀 속에서 이해하고 갈무리할 수 있을런지 그 해답을 얻은 것만 같다. 영국의 보건교육 운동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오히려 가장 부러웠던 부분. 보건교육 운동이 건강과 질병에 대한 개인의 책무성 강조, 사회적 맥락과 이해를 배제한 접근, 단순한 구호식 보건교육 캠페인으로 이어졌다며 단점을 줄줄이 열거했지만, 역으로 치열한 보건교육운동 속에서  이러한 비판적 관점이 형성됐으리라 생각하니, 우리의 열악한 보건교육 현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강조하는 기조를 우리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오류가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무게를 둔 보건교육을 이미 충분히 실시해왔고,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 평등권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정책 변화를 모색해온 선진국의 배경과 우리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공공 보건교육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학교 보건교육의 근간조차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만이라도 외쳐야 할 판이다.  한계가 있을지라도 건강을 위한 개인의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경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앞세우는 것은, 오히려 범사회적인 건강 통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학이 과학과 손잡으며 보건의료계의 지배 세력으로 등장했으며, 출산과 같은 건강 행위조차 의료화하면서 의학의 영역을 넓혀왔다는 시각은 한번쯤 숙고해볼 주제. 환자의 건강 신념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획일적인 보건교육으로는 건강 행위 선택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담아두어야할 것 같다. 라이프 스타일 강조의 보건교육이 갖는 한계도 귀담아들어야할 내용이다. 건강행위의 선택권이 자유롭지 못한, 건강을 위한 타협의 연장선에 놓인 사회 계층에 대하여 어떤 접근이 필요할 것인지는, 학교보건정책의 변화에 있어서도 앞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몸이 가장 의심할 바 없는 계급적 취향의 구현으로 나타난다는 브루디외의 선언과 몸이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쉴링의 관찰도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보건의료제도 내에서 의료인들의 권력할거주의에 대한 논의도  흥미롭다. 지배 집단은 주로 외부인의 전문직 접근을 제한하면서 내부 사안을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배제 전략과, 관련 있는 준전문직에 대한 직종간의 통제를 행하는 구획 전략을 펼치는 경향이 있고, 피지배 집단은 자신을 배제한 직업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포괄전략을 구사하거나, 조산사처럼 역으로 배제 전략을 구사하여 자신의 지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내용은 다른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직업 폐쇄 전략일 듯. 환자가 단순히 의료인의 지시를 받는 객체가 아니라 보건의료인과 동등한 주체로써 자리매김해야한다는 일관된 주제는 보건의료 변화의 중요한 기준선이 될 것이고, 이러한 흐름을 관통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분야별로 상세한 예시와 이론을 설명한 점에서, 저자에게 깊이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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